첫 아시아·여성 SFO 음악감독 김은선 "어느 무대든 모든 레퍼토리가 도전"
‘첫 여성 음악감독’, ‘첫 아시아 음악감독’
2019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더 메트)에 이어 북미에서 두 번째로 큰 샌프란시스코 오페라극장(SFO) 음악감독으로 임명되면서 세계 클래식계 주목을 받은 주인공. 미국 주요 오페라단을 여성이자 아시아 출신이 이끄는 건 최초였다. 지난해 더 메트에서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을 지휘한 뒤 극찬을 받고 그해 12월 뉴욕타임스가 뽑은 ‘올해의 샛별’로 배우 이정재와 함께 선정된 지휘자 김은선(42)의 얘기다. 이런 화제성을 뒤로 하고 명 지휘자 반열에 오르기 위한 여정을 성급하지 않게 즐거운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2011년 봄, 통영국제음악제에서 바리톤 연광철과의 무대 이후 11년 만에 한국 무대에 서게 된 그는 28일 열린 화상 언론인터뷰에서 “한국에 일하러 가는 건 처음이다. 기대가 많이 된다”며 밝게 웃었다.
세계 주요 연주 무대에 서며 반짝이는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 온 김은선은 지난해 8월 임기 5년의 SFO 음악감독에 공식 취임했다. 자주 들어서 질릴 법도 한 질문이지만 이번에도 또 나왔다. ‘여성·아시아 출신 지휘자로서 장벽이 없었느냐’고 묻자 ‘질리게’ 해왔을 답변을 내놨다. “(외국) 현지 인터뷰에서도 이런 질문을 꼭 받는데, 기자들을 리허설 현장에 꼭 초대하고 싶어요. 리허설이나 연주할 때, (지휘자의 성별이나 출신 지역이) 그렇게 큰 이슈가 되지 않습니다. (오페라단에선)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만으로도 너무 바쁘기 때문에 그렇게 이슈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신경쓰지 않지만), 관객이나 외부에서는 그게 큰 이슈가 되는 것 같아요.”
그는 “바깥에선 아시아계 여성 지휘자가 이슈일 수 있어도, 음악인들과 일할 땐 장벽이 되지 않는다”며 “지휘할 때 저는 제 모습을 볼 수 없으니 동양인 여성으로 비치고 있다는 걸 잊어버리곤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오히려 여성 관객과 연주자들에게 응원을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 “제가 미국에 와서 젊은 세대에게 피드백을 많이 받는데, 연주가 끝나면 여성분들이 오셔서 ‘당신이 포디엄(지휘대)에 서 있는 자체만으로도 영감을 많이 받는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함을 느껴요.” 이어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신시내티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연주할 당시 그 공연을 끝으로 은퇴하는 할머니 비올라 연주자를 화장실에서 만났는데 (그분이) ‘평생에 여자 화장실에서 지휘자를 만날 줄은 몰랐다’며 좋아하셨어요. 제가 조금이라도 사회에 변화를 주고 있다면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을에 새 시즌을 시작하는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도 창단 100주년을 맞이 김은선도 바빠질 수밖에 없다. 100주년 기념곡으로 의뢰한 미국 작곡가 존 애덤스의 세계 초연 오페라를 비롯해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 ‘나비부인’, ‘라 트라비아타’ 등을 선보인다. 내년 여름엔 오페라단 역사를 함께해온 전임 지휘자 및 주요 아티스트와 갈라 콘서트를 예정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단 내한 공연도 기대하고 있다. “실제 저희 오페라단도 꿈꾸고 있어요. 단원들도 방탄소년단 등 K-팝과 한국 문화, 음식을 잘 알고 있고 한국에 가고 싶어 해요. 제가 상임 지휘자가 된 후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김은선은 7월21∼22일,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체코 작곡가 드보르자크가 미국에서 활동하며 쓴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를 들려줄 예정이다. 2019년 해외 무대에서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8번을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부터 시카고, 필라델피아 등에서 지휘해온 곡이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데뷔도 드보르자크의 오페라 ‘루살카’였어요. 한국에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면 드보르자크 곡을 하고 싶었죠. 한국 관객들은 어떤 외국의 작곡가든 그 정서에 녹아들 수 있는 유연함이 있어요. 음악은 제 손을 떠나는 순간 관객들의 것이지요.”
김은선은 최근 임윤찬 등 젊은 한국인 연주자들의 잇단 쾌거로 관심을 모은 콩쿠르와 지휘자 시스템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저도 콩쿠르를 우승한 경험이 있지만, 그게 객관적인 기준이 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콩쿠르 입상 여부는) 그날의 (연주자)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도 있고, 예술 자체에 객관적인 등급을 매길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콩쿠르가 (연주활동 등 다양한) 기회를 주는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콩쿠르를 1등 했다는 사람 중에도 사라진(잊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젊은 지휘자는 경험을 당연히 많이 쌓아야 하고, 저도 독일에서 공부할 때 한 학기에 최소 세 번 프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서 (선생님들께) 많이 깨지기도(혼나기도) 했어요. 한국에서도 음대 지휘과 학생들이 프로 오케스트라와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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