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극단서 성폭력, 가해자 피할 수 없었다"..시민단체 '광주연극계 성폭력' 엄벌 요구

강현석 기자 2022. 6. 2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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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는 29일 광주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성 연기자들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가해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 제공.

“생애 처음 들어간 극단에서 성폭력을 당했고 첫 공연을 끝낸 후 바로 극단을 나왔습니다. 가해자들을 만나는 것이 고통스러웠지만 광주 연극계가 워낙 좁다 보니 결국에는 만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A씨는 2018년 연극 배우를 그만뒀다. 고등학교부터 연기자를 꿈꿨던 그는 2012년 19세의 나이로 연극 배우가 됐다. 하지만 연극계에 발을 디딘 지 얼마 안 돼 극단 대표와 함께 출연했던 선배 배우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

A씨는 “그런데도 제가 연극을 지속했던 것은 연극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이었다”면서 “연극을 그만두고 나니 제가 겪었던 폭력이 얼마나 반인륜적인 일이었는지 오히려 명징하게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광주의 한 극단 연출가와 대표 등이 여성 연기자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는 이들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대책위)는 29일 광주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연기자들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가해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이날 A씨 등 2명의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대책위는 “가해자들은 극단 대표이자 연출, 극단 대표의 배우자, 연극에서 연기 선생님을 했던 배우이며 이들 중 가해자 2명은 광주연극협회 등에서 이사나 부회장 등으로도 활동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피해자들은 꿈을 안고 연극을 시작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상습적으로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면서 “극단에 들어가기로 하고 처음 만난 자리에서 연출자는 ‘내가 널 키워줄 수 있다’ 등의 위력에 의해 피해자에게 성폭력을 자행했고, 상습 성폭력이 이어졌다”고 폭로했다.

대책위는 “광주 연극계에서 차지하는 가해자들의 위치 등으로 인해 피해자는 큰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면서 “가해자들에게 제대로 사과받지 못했고 오히려 동료들에게 비난을 받는 등 2차 가해까지 겪으며, 고통스러운 상황에 지속해서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연극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졌던 성폭력과 성범죄에 대한 은폐와 침묵은 피해자들의 생존권과 존엄성을 파괴하는 폭력이자 범죄다”며 “가해자들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광주시와 광주문화재단은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고 광주연극협회는 이번 성폭력 사건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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