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비빔면 대전..팔도 겨냥 '배홍동' 내세운 농심의 복심 [챌린저스]

최아영 2022. 6. 2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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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홍동비빔면. [사진 출처 = 농심]
비빔면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뭘까요. 비빔면도 라면이니까 탱탱한 면발이 아닐까 싶지만, 역시나 '비빔장'이었습니다. 비빔면 첫맛에서 느껴지는 양념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겁니다.

이 조사 결과는 농심이 자사 비빔면 브랜드 배홍동을 만들기 전 진행한 소비자 설문조사입니다. 국내 라면업계 최강자인 농심이 거의 유일하게 1위 자리를 내주고 고전하고 있는 라면 메뉴가 있다면 바로 비빔면일 겁니다. 팔도 비빔면의 아성을 꺾기가 여간 쉽지 않은 거죠. 팔도 비빔면의 국내 비빔면 시장 점유율은 한 때 80%에 달했습니다.

칼비빔면, 찰비빔면, 도토리쫄면 등 그동안 농심의 비빔면 시장 도전은 지속돼 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했습니다.

이에 농심은 '비벤져스'(비빔면+어벤져스)란 이름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1년 동안 새로운 비빔면 브랜드 제작에 완전히 몰두하기 시작합니다. TF 소속 직원들은 하루 세 끼를 모두 비빔면으로 먹기까지 했습니다.

TF 직원들은 비빔국수 비법을 찾기 위해 전국 팔도의 비빔국수 맛집을 돌아다녔다고 합니다. 미쉐린 스타 셰프까지 초청해 새로운 비빔장을 연구했습니다. 비빔국수의 본질은 비빔장이란 확고한 신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겁니다.

매콤하면서도 새콤한 맛을 내기 위해 농심은 배, 홍고추, 동치미를 선택했습니다. 제품명도 이 세 가지 재료의 앞 글자를 따서 배홍동으로 지었을 정도니까 얼마나 깊은 애정이 담긴 건지 예상이 됩니다.

농심은 많은 비빔국수 맛집을 비롯해 고급 레스토랑 셰프들이 깔끔한 비빔장 맛을 구현하기 위해 고추장 대신 고춧가루를 사용한단 점에 착안해 홍고추를 그대로 갈아 배와 동치미를 함께 넣고 오랜 시간 숙성시켰습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단 말이 정말 맞는 건지, 배홍동은 국내 인스턴트식품 중 처음으로 한국 대표 맛집 가이드인 '블루리본'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또한, 농심은 배홍동 광고모델로 유재석을 발탁했습니다. 가상 기업인 배홍동 상사라는 회사에서 유재석이 회사의 대표이자 영업부장, 홍보과장 등 1인 3역을 맡으면서 배홍동 출시 초기 소비자 시선을 확 이끌어낸 겁니다. 배홍동 하면 유재석이 떠오를 정도니 성공한 마케팅인 셈입니다.

[사진 출처 = 농심]
이 같은 각고의 노력 끝에 배홍동은 비빔면 시장에서 단숨에 2위를 차지했습니다. 여름이 되면 국내 라면업체들의 비빔면 각축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38년 역사의 팔도 비빔면은 최근 시장 점유율이 50%대로 떨어진 반면 배홍동이 20%까지 치고 올라갔고 진비빔면이 1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농심에 2위 자리를 내준 오뚜기는 농심 뒤를 바짝 추격 중입니다. 오뚜기는 지난 3월 진비빔면을 재단장한 '진비빔면 배사매무초'를 선보였습니다. 2020년 6월 출시한 진비빔면 소스에 새로운 원료인 배, 매실, 무 등을 더해 시원한 매운맛을 유지하면서 새콤달콤한 맛을 더했다고 하죠. 다들 이 비빔장에 공을 들이는 모습입니다.

삼양식품도 매년 비빔면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스테디셀러 '열무비빔면'과 함께 신제품 '비빔밀면'을 선보이며 여름 계절면 시장에 도전했습니다.

이처럼 후발주자들의 도전이 끊이지 않는 건 시장 성장성 때문입니다. 비빔면 시장은 연평균 10% 이상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15년 757억원이었던 국내 비빔면 시장규모는 2020년 14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성장했습니다. 지난해에는 1500억원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농심은 2위 자리에 이어 1위까지 넘볼 수 있을까요? 아니면 2위 자리를 지켜내기도 쉽지 않을까요. 오늘 저녁, 비빔면 한 그릇 해보며 예상해보시죠.

[편집자주] 1위 상품은 늘 조명을 받습니다. 처음 가보는 식당에선 '히트 메뉴'를, 잘 모르는 분야에서 상품을 고를 땐 '판매 1위' 제품을 선택하게 됩니다. 우리는 그 빛에서 살짝 벗어난 상품과 서비스, 기업, 인물. 빛에 도전하는 이들에 주목해보려 합니다. 자신만의 전략과 방식으로 맹렬히 1인자를 쫓는 이들, 챌린저스를 소개합니다.

[최아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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