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공공기관 지방이전 폐기? 원희룡 "수도권시설 강제이전은 실패"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수도권 시설 지방 강제 이전'을 실패한 정책으로 규정하면서 국토균형발전의 대안으로 '압축과 연결'을 제시했다.
국토균형발전은 여전히 정부의 핵심 정책과제라고 했지만 전국 지방정부가 학수고대해온 수도권 공공기관 추가 지방이전 이른바 '혁신도시 시즌2'를 염두에 둔 듯한 주무장관의 작심 발언은 윤석열 정부에서 20년 관록 혁신도시 정책의 일몰과 폐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
특히 2020년 10월 혁신도시로 추가 지정돼 수도권 공공기관 지역 유치를 통한 성장 기대감에 부풀어 있던 대전과 충남은 혁신도시 지위 부여의 의미 자체가 퇴색하고 '무늬만 혁신도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 장관은 29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 기조연설에서 "과거에는 수도권 발전을 억제하고 수도권 시설을 지방으로 강제로 이전해 수도권과 지방의 성장격차를 줄이는데 몰두했다"며 "이러한 획일적인 분산 정책은 결국 실패했고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더욱 심화됐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도시간·지역간 압축과 연결(Compact&Network)을 통해 국토 균형발전과 도시 혁신을 실천하겠다"며 "사람·자본·일자리가 모이는 성장거점을 만들어 지방도시 기능을 압축(Compact)하고 압축된 도시들을 광역교통망 구축 등을 통해 촘촘하게 연결(Network)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번 발언의 함의를 들여다보면 먼저 원 장관은 '공공기관'이라고 명확히 표현하진 않았지만 '수도권 시설'의 지방 이전이 '강제'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이 같은 '획일적 분산'은 실패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전제로 문재인 정부 임기 말부터 동력을 잃은 채 사실상 선거용 득표카드로 대체 또는 차기 정부로의 떠넘기기 양상을 보인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윤석열 새정부에서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하다.
지난해 11월 김부겸 당시 국무총리는 세종공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공공기관 2차 이전 관련 질의에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6개월 동안 사실상 어렵다. 다음 정부가 오면 딱 넘겨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사실상'이라는 단서를 달았으나 앞서 10월 말 '2021 대한민국 균형발전박람회'에 참석, "우리 정부에서 준비를 잘해 놓아야 다음 정부에서 차질 없이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한 발언의 연장선이어서 '임기내 공약이행 불가' 재확인 선언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와 함께 이날 원 장관의 국토균형발전 비전은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원 장관은 "국토균형발전과 도시공간의 혁신 역시 새로운 국토교통부의 핵심 정책과제"라고 했지만 실패한 '수도권 시설 지방 강제 이전'의 대안으로 내놓은 '압축과 연결'이 선언적 수사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사람·자본·일자리가 모이는 성장거점'의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제시되지 않았고 '압축된 도시'들의 '촘촘한 연결'을 위한 '광역교통망 구축'은 광범위한 예산과 자원을 수반하는 지난한 과제로 평가된다.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통한 미래형 도시 '혁신도시' 조성은 행정수도 건설과 함께 참여정부가 강력 추진한 대표적인 국가균형발전 정책이다.
공공기관 이전안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 초기인 2004년 4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법적 근거가 마련됐고 15년 만인 2019년 12월 이전대상 공공기관 153개가 전국 10개 혁신도시로 이전을 마쳤다. '혁신도시 시즌 1'의 완성이었다.
참여정부를 계승하는 문재인 정부는 그 공과를 이어받아 공공기관 2차 이전 즉 '혁신도시 시즌2'를 공약화했고 2018년 이해찬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22개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이전" 약속으로 이어지는 오랜 역사성을 갖는다.
올 4월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산하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는 '지역균형발전 비전 및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15개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제시했다. 비슷한 시기 윤석열 대통령도 당선인 신분으로 충남도청사가 있는 홍성·예산 일원 내포신도시를 찾아 "지역균형발전 문제를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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