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료효과 주목받았던 면역글로불린,국내 권고 '보류'

NECA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한 임상진료지침' 개정판 "근거연구 부족"

 

국내 의학계가 정맥용 면역글로불린(IVIG)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치료를 위해 투여하는 것을 권고하지 않기로 했다. 정맥용 면역글로불린은 감염병 치료에 흔히 사용되는데 해외에서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호흡기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주목을 받아왔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과 대한감염학회,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등 7개 학술단체는 이달 22일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한 임상진료지침’ 개정판을 공개하면서 "코로나19에 대한 표준치료로 권고하는 것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 기관과 학술단체는 합병증 치료에선 IVIG 사용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합병증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심근염에는 일반적으로 IVIG 치료가 이뤄진다.

정맥용 면역글로불린은 혈장에서 추출한 항체 작용을 하는 단백질을 주사해 항염증과 면역조절에 효과를 유도하는 치료 방식이다. 바이러스나 세균과 싸우는 항체 생성 기능을 촉진해 면역력을 높이는 원리다. 학계 일각에선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효과가 있을 것이란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보건의료연은 개정판에서 이같은 권고의 근거로 2021년 파키스탄에서 실시된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RCT) 연구를 제시했다. IVIG 투여군과 비투여군의 28일 후 경과를 비교한 이 연구에 따르면 실험군과 대조군은 기계적 환기 장치(호흡기)가 필요한 환자의 비율이나 입원 기간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사망률은 투여군이 유의하게 낮았지만, 보건의료연은 해당 연구의 피험자수가 50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결과를 일반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2020년 이란과 인도에서 각각 진행된 RCT 연구에선 사망 환자수, 기계적 환기가 필요한 환자수, 기계적 환기 장치가 필요한 환자수, 중환자실(ICU) 입원 환자수, 입원 기간의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고 보건의료연은 설명했다.

이 밖에 해외 임상진료지침을 고려했을 때도 표준치료로 권고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보건의료연은 “미국 국립보건원(NIH) 지침에선 코로나19 치료에 IVIG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언급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 미국감염학회(IDSA), 미국중환자학회(SCCM) 및 유럽중환자학회(ESICM) 등의 지침에는 이 치료법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지난 2020년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제약그룹 옥타파마의 IVIG에 대해 코로나19 치료물질 임상 3상을 승인했다. 같은 해 9월 옥타파마가 후원한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의대 연구에선 IVIG가 코로나19로 인한 저산소증과 호흡부전을 개선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국내에선 ‘만성피로 전문가’로 알려진 내과 전문의가 IVIG를 코로나19 치료에 사용하며 환자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의사는 평소 자신에게 IVIG를 투여한 사실을 환자와 다른 의사에게 말하며 코로나19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다고 소개했지만 올초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숨졌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