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초 '孟母'들, 포철중 진학 요구에 비판 여론 확산

이바름 2022. 6. 2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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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포항 학부모들 "애초 효자초는 포철중 진학할 수 없어…10여년 동안 특혜" 지적
"학급 과밀화로 더는 진학할 수 없게 되자 생떼" 비판과 함께 국민신문고 민원
포항교육지원청 "규정에 어긋남 없이 원칙대로 처리할 것"

경북 포항제철중학교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포항=뉴시스] 이바름 기자 = 지역 사립 명문인 경북 포항제철중학교 진학을 요구하는 포항효자초등학교 일부 학부모들의 주장에 대해 지역사회에서 '이기주의'라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포항지역 학부모들은 애초 포철중으로 진학할 수 없는 효자초가 10여년 동안 교육당국의 특혜를 받아 포철중에 진학했으면서 이제와서 당연한 권리인양 행사하고 있다며 지적하고 있다.

29일 포항교육지원청과 포스코교육재단 등에 따르면 포철중은 지난 2011년 포항교육지원청과 효자초 학생들을 포철중 또는 포항지역 제1학교군 중 추첨을 통해 입학하도록 협의했다.

포철초 등은 당초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교육보국' 정신 아래 지곡동 일대 거주하는 포스코 직원들의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로 설립됐으나 기업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높은 교육의 질이나 여건 등이 학부모들에게 소문나면서 맹모(孟母)들의 꾸준한 '러브콜'을 받아왔다.

포철중은 같은 사립재단 학교이자 '제철중학구'로 묶인 포항제철초와 포항제철지곡초에서만 학생들을 받아왔으나 민원 다발과 A경북도의원 공약 등에 의해 '제1학교군'에 해당하는 효자초 학생들도 진학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당시 51학급 수준이었던 포철중은 학급 과밀 등을 고려해 최대 60학급까지만 효자초 학생들을 받기로 단서조항을 넣었다.

2022년 기준 포철중 학급 수는 총 62학급(일반 60, 특수 2), 재학생 수는 1560여명으로 단일 학교 규모로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가 됐다.

1개 학년 수가 일반 학교 전체 정원과 맞먹거나 더 많은 수준이다.

약속된 60학급에 도달함과 동시에 오는 2025년 포철중 학급 수가 72학급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포철중은 더는 효자초 학생들을 전원 수용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해 지난달 10일 포항교육지원청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포철중는 내부적으로는 교사 1인당 담당하는 학생 수가 많아지면서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급식소 이용 등 학교 시설 운영 면에서도 불편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포스코교육재단 관계자는 "2011년 당시 민원과 정치적 공약 등이 반영돼 효자초 학생들을 제철중학교 또는 포항지역 제1학교군 중에서 추첨을 통해 입학하도록 교육청과 협의를 했다"며 "이전까지 효자초 학생들을 모두 받았으나 앞으로는 60학급이 넘을 것으로 예상돼 현재의 시설 상황이나 교육 여건상 학생들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효자초에서 포철중으로 진학하는 200여명의 학생 중 30%는 포철중이 아닌 다른 학교로 진학해야 한다.

[포항=뉴시스] 이바름 기자 = 23일 오전 경북 포항교육지원청 앞에서 포항효자초등학교 학부모들로 구성된 '효자초중학교배정대책위원회'가 포항제철중학교의 효자초 학생 전원 수용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2022.06.23. right@newsis.com

이 같은 상황을 전해 들은 효자초 학부모들은 지난 23일 포항교육지원청에서 집회를 갖고 현행대로 효자초 학생 전원을 포철중에서 수용해달라고 요구했다.

자칭 '효자초중학교배정대책위원회'는 또한 포철중을 둘러싼 일부 학부모들의 위장전입과 학구위반 등도 조사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지역 여론은 냉랭하다. SNS상에서는 포철초와 지곡초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학부모들이 모여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비정상의 정상화'를 요구하는 행동들이 포착되고 있다.

이들은 10여년 간 포철중 진학이라는 특혜를 받아온 효자초 학부모들이 원칙에 따라 더는 진학할 수 없게 되자 이제와서 위장전입 등을 들먹이며 '생떼'를 쓰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제철초 학부모 A씨는 "같은 사립학교 재단인 제철초나 지곡초가 제철중에 배정되는 건 당연한데, 공립인 효자초가 왜 제철중에 진학하는 게 당연한 권리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지 모르겠다"며 "그렇다면 이동초나 대이초 등에서도 다 제철중에 오는 것을 허용할 셈인지, 명분도 없는 요구를 납득할 수 없다"고 반문했다.

제철중 학부모 B씨는 "지금 학교 내 급식소를 제철공고 학생들과 같이 쓰고 있다 보니 중학교 학생들은 밥 먹는 것도 급하게 먹는다"며 "지금도 아이들이 많아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데, 지금보다 학생들이 더 많아진다는 건 절대 반대한다. 백년지대계인 교육행정은 민원 등에 흔들림없이 원리원칙대로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포항교육지원청은 규정에 어긋남 없이 현재의 논란과 갈등을 원칙대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포항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효자초는 포철중 진학 이전에 항도중에 입학했었다. 학교 배정은 원칙적으로 수용 정도와 거리를 우선시해 이뤄지기 때문에 효자초는 이동중 또는 항도중 등에 배정이 됐으나, 2011년도에 이동중학교의 학생 수가 2100명에 육박하면서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항도중 통학이 멀다는 민원 등을 종합해 포철중에 입학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효자초 일부 학부모들이 이야기하는 위장전입을 적발하더라도 학부모의 죄에 해당하는 만큼, 학생을 강제 전학 조치할 수는 없다. 이는 아이들의 학습권과 교육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수년 전부터 이야기돼 왔던 것"이라며 "특혜 시비 등에 대한 불식을 차단하기 위해 포항지역 학부모들의 의견을 종합해 원리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righ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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