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목재로 지은 교실에 가보니

2022. 6. 2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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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산지가 70%이고, 내가 거주하는 서울도 주위를 둘러보면 사방에 크고 작은 산들이 많다. 그래서 산에 나무를 심는다면 그것을 산림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목재는 나무를 원료로 하고 있다. 나무가 우리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에게 주는 혜택은 다양하다. 그중 친환경 목재로 조성한 공간은 숲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니 기존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을 목재 건물로 대체하거나 곳곳에 목재를 활용한 공간이 늘어난다면 탄소중립 및 교육상 바람직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울목원초등학교는 보건실 전부와 돌봄교실 일부를 목재로 교체했다.

서울목원초등학교가 교실 일부를 목재로 바꿨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했다. 서울목원초등학교는 아파트 단지 내 위치하고 있다. 학교에 방문하던 날, 담벼락 너머 운동장에서 왁자지껄하는 아이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을 했던 때와는 사뭇 달라진 양상이다.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들리니 새삼 이곳이 학교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목원초등학교는 보건실 전부와 돌봄교실 일부를 목재로 교체했다. 그것도 편백나무다. 편백나무에는 피톤치드라는 천연 항균물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피톤치드는 살균 작용이 뛰어나고, 내수성이 강해 물에 닿으면 고유의 향이 진하게 퍼져 잡냄새도 없애준다. 그렇다면 편백나무로 조성된 교실은 어떨까? 

보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피톤치드 향이 은은하게 느껴진다.

먼저 보건실부터 방문했다. 보건실 문을 여는 순간 피톤치드 향이 은은하게 느껴진다. 보건실 벽면, 가구, 바닥이 온통 편백나무로 채워져 있다. 마치 숲속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다. 이곳에서 온종일 지내는 이수림 보건교사에게 보건실 전체가 목재로 바뀐 뒤의 변화를 물어봤다. 이수림 보건교사는 크게 3가지의 이점을 꼽았다. 

이수림 보건교사가 벽장을 만지면서 나무의 질감을 알려주고 있다.

첫째, 예전에 많았던 벌레가 사라졌다고 한다. 보건실 구석에 보였던 거미나 돈벌레 같은 벌레가 사라진 것을 보면 편백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 향이 벌레를 퇴치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한다. 

둘째, 편백나무에서 나는 피톤치드 향이 좋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제습 효과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여름철 기후가 고온다습하다. 비가 오지 않아도 습한 날이 많다. 나무가 주는 제습 효과로 비교적 쾌적한 상태가 유지된다. 보건교사의 말을 들으면서 잠깐 보건실에 머물러 있는 동안 나도 덩달아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돌봄교실 내 학생들이 책을 읽는 공간을 목재로 교체했다.

그다음 돌봄교실을 방문했다. 교실의 한쪽에 책장이 있는 공간을 목재로 교체했다. 목재로 교체한 뒤 아이들은 이 공간에 오면 나무에 관심을 나타낸다. 벽에 손바닥을 대고 나무의 거친 질감을 느껴보거나 코를 갖다 대고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 향을 맡기도 한다. 

이은하 돌봄교사가 나무의 옹이를 가리키고 있다.

이은하 돌봄교사는 아이들의 변화가 신기하다는 듯 말한다. “목재로 바꾼 뒤엔 아이들이 차분해져서 예전처럼 뛰지 않아요. 나무가 주는 정서적인 안정 효과가 큰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목재체험 수업시간에 학생이 망치를 들고 나무판에 못을 박고 있다.(사진=서울목원초등학교)

그뿐 아니다. 서울목원초등학교는 산림청과 목재문화진흥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2021년 학교 목재체험교실 운영’ 사업에 선정되었다. 학생들이 탄소중립 실현과 국산 목재 이용 가치를 바르게 알고 생활 속으로 연결하기 위한 목적이다. 교육 프로그램은 8차시로 구성되어 있었다. 학생들은 교사의 설명을 들은 뒤 교사가 하는 대로 곧잘 따라 했다. 나뭇조각을 만지면서 고사리 같은 손으로 사포질도 하고, 망치를 들고 못을 박는 등 목공예를 제작해 봤다. 이은하 돌봄교사는 수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환경교육 현장이 되었다고 한다. 

최근에 교육부에서 ‘2050 탄소중립’에 맞춰서 ‘탄소중립 중점학교 지원사업’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탄소중립 중점학교 지원사업’은 학교 구성원이 탄소중립 실천 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의 프로그램 및 기반시설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생활 속 생태전환교육 활성화, 탄소중립 문화 확산을 도모하는 사업이다. 

서울목원초등학교에 학생들이 돌보는 텃밭이 있다.

탄소중립을 실천하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학생들에게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교육 프로그램 못지않게 중요한 것으로 학교의 물리적 환경을 친환경 목재로 바꾸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마침 산림청에서 목재문화진흥원과 함께 ‘어린이 이용시설 목질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어린이 이용시설 목질화사업’은 어린이가 이용하는 실내 환경을 국산 목재로 조성하고, 목재교육 전문가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생활환경 개선 및 탄소중립 사회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내가 방문했던 서울목원초등학교가 작년에 ‘어린이 이용시설 목질화사업’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그래서 보건실 전부와 돌봄교실 일부를 목재로 교체한 것이다. 

서울목원초등학교 교사와 학생들 모두가 목재로 바뀐 교실에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전국 각지에 산재한 수많은 학교 건물이 친환경 목재로 교체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어린이 이용시설 목질화사업 : https://www.kawc.or.kr/page/foundation/infra/interiorwood_intro.php 

정책기자단|윤혜숙geowins1@naver.com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따듯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저만의 감성으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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