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내몰린 중소 알뜰폰.. 통신 3사 이어 은행권도 사업 시동

김양혁 기자 2022. 6. 2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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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분리 완화시 금융권 알뜰폰 진출 가능
"가입자 뺏어가도 손 쓸 방안 없어"
중소알뜰폰 업계, 대형 통신사·은행 사업 반대
서울 시내에 위치한 알뜰폰 스퀘어 매장. /뉴스1

국내 중소 알뜰폰 업계가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자회사에 이어 은행권까지 경쟁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중소 알뜰폰 업계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당국이 시사한 ‘금산분리 완화’ 기조가 은행권의 본격적인 알뜰폰 시장 진출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다만 저렴하게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기회가 생길 수 있는 만큼 ‘밥그릇 싸움’을 벌인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온다.

29일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에 따르면 중소 알뜰폰 업계는 이동통신 3사에 이어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입을 반대하고 있다.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은행들이 사은품과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요금제를 내놓으면 중소 업계는 고사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의 알뜰폰(MVNO) 브랜드 '리브엠'. /KB국민은행

실제 금융권에서 유일하게 현재 알뜰폰 사업을 벌이는 KB국민은행 리브엠은 체크·신용카드와 연계해 카드 사용 실적에 따라 통신비 월 최대 1만7000원 할인을 제공 중이다. 여기에 은행과 거래 실적에 따라 최대 월 4400원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모든 혜택을 받을 경우 월 150GB(기가바이트)를 제공하는 4만원대 5세대 이동통신(5G) 요금제를 2만원 안팎에 이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존 알뜰폰 업계의 비슷한 요금제와 비교하면 최대 4배 가까이 싼 가격이다.

중소 알뜰폰 업계는 대부분 4세대 이동통신(LTE) 위주로 서비스하고 있으며, 5G 요금제 가격은 대형 통신사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리브엠의 요금제 혜택은 기존 이동통신 3사 자회사와 비교해도 3배가량 싸다. 이동통신사들은 월 110GB 이상의 데이터를 이용하는 요금제를 7만원 안팎으로 책정하고 있다.

중소 알뜰폰 업계가 금융권의 알뜰폰 사업 진출을 반대하는 배경이다. 현재 금융권에서 알뜰폰 사업을 벌이는 곳은 KB국민은행이 유일하다. 지난 2019년 규제 샌드박스로 리브엠을 앞세워 시장에 진출했다. 이는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시행 이후 지정된 1호 혁심금융서비스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금융업으로 제한된 은행의 사업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중소 알뜰폰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금산분리 완화’가 현실화하면 KB국민은행 외 다른 은행들도 앞다퉈 알뜰폰 사업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은행들은 카드, 예금 등과 연계해 알뜰폰 사업을 벌일 수 있다.

특히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원사에는 KB국민은행도 포함돼 있다. 협회가 공개적으로 금융기관의 알뜰폰 사업 진출을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은 내부 회원사를 저격한 셈이 된다. 그만큼 중소 알뜰폰 업계가 위기를 느끼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통신사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공정한 경쟁을 조성하기 위한 제도가 없다”라며 “파격적인 요금제와 과도한 경품과 사은품을 제공하면 중소기업은 대항할 방법이 없다”라고 했다.

이미 중소 알뜰폰 업계는 자본력을 앞세운 이동통신 3사의 자회사로 인해 경쟁이 심화했다고 토로한다. 이동통신 3사의 알뜰폰 자회사는 SK텔링크, KT엠모바일, KT스카이라이프, LG헬로비전, 미디어로그 등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사 자회사들은 주기적으로 알뜰폰 가입자 빼앗기에 나선다”라며 “정부 기관에서 경고하기는 하지만, 별도 제재도 없어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중소 알뜰폰 업계의 주장과 달리, 이용자 편익 측면에서는 시장 경쟁이 활성화되는 게 좋다는 시각도 있다. 경쟁 업체들이 많아질수록 월 이용 금액도 내려갈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대기업이 시장에 진입하면 골목상권 침해라는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보다 시장 경쟁으로 인한 선순환, 서비스 향상 등 긍정적인 영향도 분명히 있다”라고 했다. 또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대기업 자회사들도 사실상 대기업과 경쟁을 벌이는 구도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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