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마무리가 속을 썩이다니..김원중-최준용 각축전 비애

고봉준 기자 입력 2022. 6. 29.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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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 마무리를 놓고 경쟁 중인 김원중(왼쪽)과 최준용.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또’ 붙박이 클로저를 바꿨다. “마무리만 정하다가 올 시즌이 끝나겠다”는 우스갯소리처럼 뒷문 걱정이 전반기 내내 계속되고 있다.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은 2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홈경기를 앞두고 “지금부터 롯데 마무리투수는 김원중이다”고 말했다. 앞서 문제가 된 마무리 교통정리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이번에는 클로저를 못 박으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차단했다.

사실 지난 2년간 롯데는 뒷문만큼은 큰 고민이 없었다. 김원중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5년 데뷔 후 줄곧 선발 수업을 받던 김원중은 2020년부터 손승락을 대신해 마무리를 맡았다.

보직 전환은 성공적이었다. 클로저로 58경기를 뛰며 5승 4패 25세이브 평균자책점 3.94로 활약했다. 이어 이듬해에도 61경기에서 35세이브를 수확하면서 롯데를 대표하는 차세대 마무리로 떠올랐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출발이 늦어졌다. 스프링캠프에서 갈비뼈를 다치면서 개막 후에도 1군 엔트리로 합류하지 못했다.

김원중을 대신할 임시 마무리로는 최준용이 발탁됐다. 지난해 20홀드를 기록하면서 필승조로 자리 잡은 최준용은 구위와 배짱 모두 클로저로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뒷문을 책임졌다. 이어 4월 13경기에서 9세이브를 거두며 롯데의 초반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렇게 최준용이 클로저로 안착한 롯데. 그런데 5월 들어 고민이 생겼다. 마운드로 복귀한 김원중이 점차 정상적인 컨디션을 되찾으면서 교통정리가 필요해졌다. 최준용이 뒷문을 잘 잠그고는 있지만, 8년 선배인 김원중이 돌아온 이상 현재 시스템을 고수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롯데는 5월 중순 최준용과 김원중의 보직 교체를 단행했다. 그리고 11일 사직 NC 다이노스전에서부터 김원중 마무리 체제를 가동했다.

그러나 변화는 다시 고민의 시발점이 됐다. 이날 5-4로 앞선 9회초 올라온 김원중이 안타 2개를 맞고 1실점하면서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또, 14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도 1이닝 동안 안타 2개와 몸 맞는 볼 1개를 내주면서 흔들렸다.

돌아온 마무리가 난조를 보이자 롯데는 이 시점에서부터 모호한 마운드 운용을 가져갔다. 서튼 감독은 “마무리가 두 명이 있다”는 말로 김원중 체제의 불확실성을 이야기했고, 이는 논쟁으로 번져 가뜩이나 흔들리던 롯데를 더욱 괴롭혔다.

불안한 상황을 자초한 롯데는 결국 5월 20일 다시 최준용 체제로의 복귀를 선언했다. 서튼 감독은 이날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현재 마무리는 최준용이다”라는 말로 김원중의 불펜행을 암시했고, 계속해 자기 구위를 찾지 못하던 김원중은 27일 1군에서 말소되면서 마무리 논란은 모두 종결됐다.

이렇게 다시 뒷문지기가 된 최준용은 이후 5세이브를 추가하면서 순항했다. 직구의 구위는 예전보다 조금 떨어졌지만, 1이닝은 책임지면서 뒷문을 걸어 잠갔다.

▲ 롯데 김원중(왼쪽)과 최준용.

그러나 마무리 전환 도전은 쉽지 않았다. 적지 않은 이닝이 쌓이면서 점점 구위가 떨어지는 대목이 상대에게 약점으로 노출됐다.

최준용은 27일까지 10개 구단 마무리 중 가장 많은 36⅔이닝을 던졌다. 21세이브의 LG 트윈스 고우석이 29이닝, 20세이브의 KIA 타이거즈 정해영이 30⅓이닝, 18세이브의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이 30이닝, 15세이브의 kt 위즈 김재윤이 30⅔이닝으로 최준용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등판 경기에서도 최준용은 붙박이 마무리 중 가장 많은 32경기를 뛰었다(모두 27일 기준).

최준용에게 휴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롯데 내부에서도 물론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문제는 순위싸움이었다. 당장 최하위권 추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서 주전 마무리를 전력에서 배제할 수 없었고, 결국 쉼표 없이 기존 체제가 유지됐다.

누적된 피로는 경기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적색 신호가 켜진 시점은 26일 사직 키움 히어로즈전. 이날 4-5로 뒤진 9회 등판한 최준용은 피홈런 1개 포함 안타 5개를 내주면서 4실점했다. 세이브 상황은 아니었지만, 직구와 체인지업이 연달아 맞아 나가는 장면은 적지 않은 바를 시사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 김원중은 조금 더 안정된 구위를 뽐내기 시작했다. 시속 140㎞대 후반의 직구와 날카로운 포크볼이 살아나면서 코칭스태프로부터 신뢰를 쌓았다. 그리고 28일을 기점으로 다시 최준용과 김원중의 보직을 바꾸기로 했다. 실제로 최준용은 이날 두산전에서 1번 셋업맨인 구승민보다 더 먼저 몸을 푼 뒤 7회 등판했다.

이처럼 개막 후 3개월 동안 롯데는 마무리 문제 하나를 놓고 너무 많은 공력을 들이고 있다. 김원중이 건강했더라면 혹은 최준용이 건재했더라면, 필요하지 않았을 시간 낭비. 그러나 야구는 역시 뜻대로 되지 않았고, 이는 결국 롯데의 아픈 손가락이 되고 말았다.

멀리서 보면 치열한 경쟁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롯데 마무리 각축전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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