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A는 '공포의 외인구단'?..체계적인 국내선수 도약 필요

권수연 2022. 6. 2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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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 사파타, PBA 제공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코리안드림'에 국내 선수들이 자리를 내주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27일까지 시즌 개막전으로 열렸던 2022-23 경주 블루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이 남녀부 주인공을 가려내며 치열한 막을 내렸다. 

남자부 PBA에서는 NH농협카드의 조재호가 챔피언 자리에 올라 무관의 서러움을 털어냈다. LPBA 여자부에서는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 캄보디아)가 우승컵을 들며 '디펜딩챔피언'의 자존심을 지켰다.

특히 챔피언 조재호는 이번 준결승부터 국내선수로서는 홀로 남아 치열한 '토종 강호'의 자존심 싸움을 벌였다. 늘 강세를 보였던 외인선수들은 이번에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숨겨둔 실력을 뽐내며 선전하는 국내 강자들도 많지만 PBA는 대개 상위라운드로 갈수록 점점 익숙한 외인들이 남아 경합을 벌인다. 이러한 '외인 귀족들'의 상위권 점거에 염증을 느끼고 국내 선수가 챔피언이 되길 바라는 당구팬도 간혹 보인다. 

통합 시즌으로 따져보면 프레드릭 쿠드롱(웰컴저축은행, 벨기에)이 84만5천포인트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고 이번 개막전에서 쿠드롱을 꺾은 다비드 사파타가 66만8천500점을 기록했다. 

3위는 34만8천500점을 기록한 강동궁(SK렌터카), 4위는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 스페인)가 33만 포인트를 기록했다. 가운데 태극마크를 달고 껴있는 강동궁의 존재가 유달리 눈에 띈다. 

강동궁ⓒ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남자부 리그는 국내 선수들의 경기력에 기복이 보이는 가운데 외인 선수들이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만큼 여자부에 비해 외인선수들의 진입이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다.

올 시즌 개막전만 해도 스페인 영건 3인방으로 불리는 안토니오 몬테스, 안드레스 카리온, 이반 마요르가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특히 이 중 29세 맏형인 안토니오 몬테스는 '스페인 돌풍'을 일으키며 16강까지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다음 시즌에는 팀리그에서 볼 수도 있다. 

프로당구 출범 원년 시즌인 2019-20시즌에는 총 7개 투어가 열려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하나카드, 그리스)가 초대 챔피언을 차지했고, 3차전은 쿠드롱, 5차전은 마르티네스가 우승컵을 들었다. 이듬 해에도 외인들의 강세는 크게 다르지 않다. 쿠드롱이 2차전 챔피언, 4차전은 하비에르 팔라존(휴온스, 스페인), 5차전에서 카시도코스타스, 6차전은 다비드 사파타(블루원리조트,스페인)가 우승을 차지했다.

팀리그에서 이러한 '외인 귀족' 양상이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8개로 구성된 PBA팀에 외인선수는 1~2명이 반드시 포함되어있다. 프로스포츠 구단에서 흔히 보이는 용병 주포 시스템이다. 현재 한국 선수들로만 구성된 '신토불이' 팀은 TS샴푸 하나 뿐이다.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 PBA 제공

TS샴푸의 성적사를 뜯어보면 약간은 맥이 빠진다. 원년 시즌 카시도코스타스를 데리고 챔피언에 올랐지만, 오로지 한국선수로만 구성된 지난 시즌은 꼴찌에서 헤맸다. 올 시즌도 한국선수로만 링 위에 오를 예정이다.

"상금만으로도 먹고 살게 하겠다"는 PBA는 큼직한 상금으로 선수들을 모집하고 있다. 매년 바늘구멍같은 3부투어, 2부투어를 거쳐 1부투어 스타의 꿈과 함께 묵직한 상금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팀에 소속되면 상금 외에도 꾸준히 연봉이 주어진다. 당구를 치며 먹고 살 걱정마저 덜어내는 것이다. 프로 당구선수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혹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해외도 예외는 아니기 때문에 해마다 PBA의 문을 두드리는 외인 선수들이 늘어난다. '당구황제'로 불리는 쿠드롱은 PBA에 데뷔하고 현재 7억6천 상당의 최고 상금을 쌓은 상태다. 이번 시즌 10억에 도전한다.

반면, 여성부로 가면 외인선수 풀은 대폭 줄어든다. 히다 오리에(SK렌터카, 일본)와 LPBA 퀸인 스롱 피아비를 제외하면 태반이 국내선수다. 해외 선수가 있다고 해도 소수의 일본인 뿐이다. 스롱 피아비와 김가영(하나카드)의 시즌 라이벌 구도를 빼면 남자부에 비해 치열한 순위 경쟁도 덜하다. 

다비드 마르티네스(좌)와 경기를 치르는 응우옌 후인 프엉 린, PBA 제공
SK렌터카 PBA 월드챔피언십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프레드릭 쿠드롱, PBA 제공 

체계적으로 당구를 가르치는 곳도 부족하고, 어릴때부터 부모에 의해 의도적으로 큐를 잡는 극소수를 제외하곤 당구는 보통 취미로만 생각하는 국내 분위기 특성상 해외 선수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 

반면 강호들이 유독 많이 건너오는 스페인은 정부 자체에서 선수촌을 따로 만들어 오전에는 학교교육을 시키고 오후에는 3쿠션을 본격적으로 가르친다. 마르티네스, 사파타, 카를로스 앙기타가 모두 선수촌 출신이다. 베트남은 어릴때부터 자유자재로 놀이터처럼 당구장을 드나드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있다. 

쿠드롱의 조국인 벨기에는 1940년대부터 왕립당구연맹을 창설해 전문 선수를 육성한다. 연맹에 있던 시절 세계 1위였던 쿠드롱은 교수 출신으로 8살때부터 큐를 잡았다. 한국에 와서 휩쓸지 못한다면 그게 더 이상한 수준이다. 

해마다 1부투어의 꿈을 꾸며 매달리는 국내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아주 어린 시절부터 '엘리트 교육'을 받은 소수 외인이 점거한 상위권에 오르기란 현실적으로 하늘의 별따기다. 국내 선수들의 당구 감각만큼은 세계를 노릴 수 있지만 뒷받침이 부족하다.

한국 프로당구 역시 국내선수의 상위권 풀을 늘리고 '토종 챔피언'을 더 많이 배출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당구 교육 시스템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개막전을 마친 PBA투어는 다음 달 14일부터 21일까지 2차 투어를, 8월 5일부터는 팀리그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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