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포츠의 입 틀어막다..'중국 모독하면 조치' 스포츠법 통과

이두리 기자 2022. 6. 29.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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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축구팬들이 2019년 9월 10일 홍콩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2차 예선 홍콩과 이란의 경기 시작 전 중국 국가가 울려퍼지자 등을 돌린 채 홍콩 민주화 지지 슬로건을 들어 보이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2019년, 당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날 소속이었던 메수트 외질(34·페네르바체)은 자신의 SNS에 “쿠란이 불태워지고 모스크는 폐쇄되고 있으며 무슬림 학교도 금지당했다. 종교학자들은 하나씩 살해되고 있다”고 쓰면서 중국의 위구르족 박해를 비판했다. 중국 관영 ‘CCTV’는 즉시 아스날 경기 중계를 취소했다.

홍콩 펜싱 선수 에드가 청카롱(25)이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시상식에서는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이 흘러나왔다. 홍콩의 쇼핑몰에서 중계 화면을 지켜보던 40대 남성이 홍콩 국기를 들어올리며 야유를 보냈고, 그는 ‘중국 국가를 모욕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스포츠 경기에서의 정치적 발언에 대한 중국의 규제가 내년부터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계의 중국 비판을 금지하는 스포츠법 개정안이 지난 25일(한국시간)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통과됐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발표된 이 개정안에는 “어떤 국가, 지역 또는 조직이 국제 스포츠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의 주권, 안전, 발전 이익과 존엄을 해치는 경우 중화인민공화국은 실제 상황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주권, 안전, 발전 이익과 존엄을 해치는 경우’가 무엇인지는 명시되지 않았다. 개정된 법안은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스포츠는 퍼포먼스와 경쟁의 장이기도 하지만, 국제적 소통 창구이자 공론화 공간이기도 하다. 2019년 홍콩 스타디움에서 열린 홍콩과 이란의 2022 카타르월드컵 예선전 당시 경기장에 중국 국가가 울려퍼지자 홍콩 축구팬들은 등을 돌리고 야유하며 ‘위 아 홍콩’ 슬로건을 들어보였다.

우크라이나 국가대표인 올렉산드로 진첸코(26·맨체스터 시티)는 지난 1일 스코틀랜드와의 2022 카타르월드컵 유럽지역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든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이 전쟁이 멈추길 바란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은 지난 3월 EPL이 우크라이나에 연대하는 반전 캠페인을 열자 EPL 중계를 중단한 바 있다. EPL 중계 화면에 잡힌 우크라이나 연대 광고를 지우려다 선수까지 지워버리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개정법이 시행되면 중국 스포츠계에서 중국의 국정 방향에 반하는 행위가 ‘방송 금지’ 이상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는 26일 “중국 공산당은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관련한 사소한 비판에도 단호하게 대응한 전력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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