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뇌혈관, 뚫을 수 없다면 새로운 혈관 만든다
뇌로 가는 혈관이 막혀 마비가 오거나 말이 어눌해지는 응급상황이 생기면 혈전 용해술, 혈전 제거술 등을 통해 막힌 혈관을 빨리 뚫어야 한다. 늦어질수록 심각한 장애를 남기거나 생명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힌 뇌혈관을 뚫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원인을 알 수 없이 가느다란 비정상적인 혈관이 생성되고 막히는 모야모야병, 뇌혈류 감소로 수술이 위험할 수 있는 동맥경화성 혈관 폐쇄이다.
이러한 가운데 아주대병원 뇌졸중팀은 미국심장학회가 발행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Stroke' 최신호(온라인)에 'Transdural Revascularization by Multiple Burrhole After Erythropoietin in Stroke Patients With Cerebral Hypoperfusion: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저관류성 뇌졸중 환자에서 에리스로포이에틴 약물 투여 후 두개골 구멍을 통한 경경막 혈관 재생 : 무작위 배정연구)'라는 제목으로 뚫을 수 없는 뇌경색 환자에서 새로운 혈관을 빠르게 생성해 감소한 혈류를 회복시키는 새로운 치료법을 발표했다고 29일 밝혔다.
뇌졸중팀(신경과 홍지만·이진수·이성준, 신경외과 임용철 교수)은 2016년 7월부터 2019년 7월까지 막힌 뇌혈관을 뚫기 힘든 급성기(증상발생 2주 이내) 혈관 폐쇄성 뇌졸중 환자 42명(모야모야병 11명, 만성 동맥경화성 혈관 폐쇄 31명)을 대상으로 이 새로운 치료법을 시행했다. 대상자는 부분마취로 구멍만 뚫은 환자군(21명)과 약물과 구멍을 뚫는 병합치료 환자군(21명) 2개 그룹으로 나눠 분석했다.
그 결과 반구혈관재형성은 구멍 단독군과 병합치료군이 각각 12명/21명(57.1%), 19명/21명(90.5%)에서 성공했으며, 혈관재형성 비율은 구멍 단독군이 총 58개 구멍 중 30개(51.7%) 구멍에서, 병합치료군은 총 58개 구멍 중 42개(72.4%) 구멍에서 혈관이 재생돼 병합치료군이 구멍 단독군에 비해 치료성적이 더 큰 것을 확인했다.
사례 중 A씨는 당시 22세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우측 편마비 및 구음장애 증상이 나타났지만, 당시 전신 마취를 시행할 수 없을 만큼 심한 양측 관류저하가 있었다. 이에 이번 새로운 치료법을 시행한 결과, 모든 증상이 사라지고 안정돼 현재 본인이 희망하는 제빵사를 하며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A씨를 포함해 대상자 42명 모두 대부분 혈류상태가 좋아져 현재까지 별 문제없이 생활하고 있다.
치료대상인 모야모야병, 동맥경화성 혈관 폐색은 모두 두개골 내 페쇄성 혈관질환으로 인해 약해진 혈관 상태 때문에 중재시술로 막힌 부분을 뚫기 힘들고, 전신 마취와 까다로운 수술인 혈관 문합술(혈류가 풍부한 혈관과 연결)을 어렵게 하더라도 1년 이내 증상 재발이 흔했다.
홍지만 교수는 "뇌졸중팀이 지난 10년 이상 연구한 치료법이 세계적 권위의 국제 학술지에 연이어 소개되는 등 신뢰할만한 치료기술로 인정을 받았다. 무엇보다 그동안 치료가 까다로운 급성기 뇌졸중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어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줄기세포·재생의료 실용화 지원사업과 연구중심병원 중점연구단(뇌혈관질환연구단) 지원으로 '역방향 혈관재생성'이란 생물학적 기전을 임상에 적용한 임상-기초 중개연구로, 혁신적인 융·복합 연구사업의 새로운 모델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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