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커상 최종후보' 정보라.. 여성주의 판타지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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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부커상 국제부문 최종후보에 오르며 주목받은 정보라 작가가, 후보 지명 이후 첫 신작을 출간했다.
남성을 주인공으로 한 전형적인 이야기 속 구도를 반전시켜 새로 쓴 소설만을 모은 '여자들의 왕'(아작)이다.
새 소설집은 정 작가가 '공주, 기사, 용' 3부작이라 이름 붙인 연작소설 세 편으로 시작한다.
정 작가에 따르면 "농염하고 화끈한 여자들의 관능적 권력투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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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 ‘여자들의 왕’
성경인물, 여성으로 바꾸는 등
‘저주 토끼’와 다른 작품 세계
지난달 부커상 국제부문 최종후보에 오르며 주목받은 정보라 작가가, 후보 지명 이후 첫 신작을 출간했다. 남성을 주인공으로 한 전형적인 이야기 속 구도를 반전시켜 새로 쓴 소설만을 모은 ‘여자들의 왕’(아작)이다. “여자들도 상상의 주인공이자 중심이 될 권리가 있다”고 밝힌 작가의 말처럼, 책은 정 작가가 천착해온 ‘여성주의 판타지’에 가까운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부커상 후보에 올랐던 ‘저주 토끼’ 속 단편 대부분이 공포 소설이기에, 정 작가의 또 다른 작품 세계를 살펴볼 기회다.
새 소설집은 정 작가가 ‘공주, 기사, 용’ 3부작이라 이름 붙인 연작소설 세 편으로 시작한다. 노랫말 같은 운율이 느껴지는 제목의 세 편 ‘높은 탑에 공주와’ ‘달빛 아래 기사와’ ‘사랑하는 그대와’다. ‘기사와 용’이라는 전형적인 서양 판타지의 초점을 ‘공주와 용’으로 바꿨다. 작가는 “칼 들고 건들건들하며 “죽을래?” 같은 말을 내뱉는 공주를 주인공으로 쓰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쓰다 보니 왕비와 기사와 왕자도 각자 다 사연이 있을 것 같았다”며 3부작까지 이어진 이유를 밝혔다. 소설 속 공주는 자신을 구하러 온 기사에게 “구출 좋아하네” “어서 나가”라고 한다. 용감하고 선한 기사가 연약한 공주를 용에게서 구출하는 서유럽 영웅담을 비튼 것. 정 작가는 “공주도 사람이니까 평생 마냥 저렇게 연약하지만은 않을 것 같아서 천편일률적인 구도를 좀 뒤집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표제작 ‘여자들의 왕’은 성경에 나오는 인물 사울, 요나단, 다윗을 모두 여자로 바꿨다. 정 작가에 따르면 “농염하고 화끈한 여자들의 관능적 권력투쟁” 이야기. ‘사막의 빛’은 작가가 우즈베키스탄을 여행한 뒤 썼다. 직접 보고 겪은 중앙아시아의 개방적인 분위기와 포용의 태도를 통해 종교와 문화의 충돌이 끊이지 않는 세계에 메시지를 던진다. 서양의 불 뿜는 용과 달리, 물을 다스리는 동양의 용을 등장시키는 게 흥미로운데, 작가는 “내가 한국인이니까 고려의 용도 하나쯤 넣어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 밖에, 나도향의 ‘벙어리 삼룡이’와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를 섞어 여성 흡혈귀를 만들어낸 ‘어두운 입맞춤’, 유일한 여성 군사령관이 등장하는 동슬라브 원초 연대기를 바탕으로 해 쓴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 등 전통적인 상상의 중심을 가열하게 비집고 들어간 여성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정 작가는 “‘남자 죽이는 여자들 이야기’라는 오해를 받을 것 같은데, 치열하게 살아가는 여자들의 이야기로 읽어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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