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이번엔 햄릿의 원수 연기".. 강필석 "나만의 햄릿 찾는중"

이정우 기자 입력 2022. 6. 29. 11:45 수정 2022. 6. 2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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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강북구 성신여대 미아캠퍼스 연습실에서 만난 배우 유인촌(오른쪽)과 강필석. 이들은 연극 ‘햄릿’에서 클로디어스 왕과 햄릿을 각각 맡았다. 신창섭 기자
배우 강필석(햄릿)과 유인촌(클로디어스)이 극 중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햄릿은 클로디어스 왕에게 총을 겨누다 더 나은 순간을 위해 참는다. 신창섭 기자

■원조-신예 햄릿 인터뷰

유 ‘햄릿 숙부’ 클로디어스役

“죄지은 자는 스스로 부끄러워

날 쳐다보지도 못하도록 연기”

강 “6년전 유인촌 햄릿에 전율

1초도 망설임 없이 출연 승낙

선배 조언으로 연기에 큰 도움”

왕위를 찬탈하고 형의 아내까지 가로챈 클로디어스 왕과 그런 숙부에 대한 복수의 기회를 엿보며 고민하는 왕자 햄릿. 햄릿만 6번 맡았던 배우 유인촌(71)은 이번에 처음으로 악역인 클로디어스 왕을 맡았다. 그는 “죄지은 사람은 내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하게 아주 나쁜 놈으로 연기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반면 햄릿 역을 맡은 강필석(44)은 “내 햄릿을 아직 찾고 있다”며 “햄릿 안에 작품 속 모든 인물이 다 표현된다는 느낌”이라고 신중하게 말했다.

배우 유인촌·강필석, 신구 햄릿을 23일 서울 강북구 성신여대 미아캠퍼스 연습실에서 만났다. 성향은 다르지만, ‘햄릿’을 공유하게 된 두 배우는 ‘햄릿’ 안에서 서로를 마주하고 있었다. 7월 13일부터 8월 13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햄릿’엔 유인촌 외에도 권성덕, 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윤석화, 손봉숙, 길해연 등 6년 전 ‘햄릿’의 주역이 모두 참여한다. 단 주요 배역은 젊은 배우들에게 맡기고 유령, 무덤 파기 등 비중이 낮은 배역으로 극을 뒷받침한다.

6년 전 ‘햄릿’을 하며 “더 이상 햄릿은 안 한다”고 했던 유인촌은 이번에도 고사했다고 한다. 그는 “6년 전 멤버들 중 한 명만 안 한다고 했어도 빠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강필석은 “단 1초도 망설이지 않았다”고 했다. 매사 느릿한 강필석이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엔 6년 전에 관객으로 선배들의 ‘햄릿’ 공연을 지켜본 경험이 자리했다. 그는 “자연스러운 연기가 좋은 연기란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유인촌) 선생님의 연기를 보고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며 “그날로 대본을 구해 읽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세대의 햄릿은 이미 6년 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확 젊어진 ‘햄릿’의 현장 분위기는 어떨까. 강필석은 “굉장히 치열한 분위기라서 놀랐다”며 “1학년이 4학년 선배들 연습실을 구경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유인촌은 “6년 전에도 중간중간 부딪힐 정도로 정말 뜨거웠다”며 “이번에도 열기는 말도 못한다”고 전했다. 유인촌이 “우리가 예전 스타일이다 보니 (젊은 배우들과) 확 비교돼 ‘올드하다’란 말을 들을까 걱정된다”고 앓는 소리를 하자, 강필석은 “어휴, 그건 저희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유인촌은 1981년 처음 햄릿을 맡은 이후 2016년까지 35년간 햄릿 역만 6번 했다. 그가 생각하는 ‘햄릿’이 궁금해졌다. 유인촌은 “햄릿은 인생의 거울 같은 작품”이라며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죽느냐 사느냐’ 같은 햄릿 대사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극 중 묘비명을 자신이 죽으면 묘비에 새기고 싶다고 털어놓으니, 강필석이 자연스레 읊조렸다. “이제 침묵뿐. 나의 모든 대사는 끝났다. 나는 이제 침묵할 수 있게 됐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은 대사가 많은 셰익스피어 극 중에서도 주인공의 대사 분량이 가장 많은 극으로 손꼽힌다. 햄릿 역으로 주목받는 만큼 책임이 따른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선배 햄릿은 후배 햄릿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강필석은 “장면이 끝나면 (유인촌) 선생님에게 찾아간다”며 “지금 필요한 게 뭔지 단계별로 던져주며, 다 왔다고 독려해주신다”고 소개했다. 강필석이 “연습하다 보면 이제 막 데뷔한 배우가 된 느낌인데 재밌다”라고 하자, 유인촌은 “그게 재밌으면 연극에 들어와 있는 것”이라고 화답했다.

유인촌은 햄릿이란 인물에 대해 “장면마다 군인, 철학자, 시인 등 너무나 많은 햄릿이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지금 필석이가 만드는 햄릿은 지식인의 고뇌로 상징되는 전형적인 햄릿은 아닌 것 같다”며 “클로디어스 왕 살해를 미루는 이유에 대한 해석을 더 철저하게 죽이기 위해서로 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필석이 “햄릿 안에 클로디어스도 있고, 거트루드도 있고, 오필리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하자, 유인촌은 “셰익스피어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모든 면을 햄릿이란 인물에 쏟아부었다”고 거들었다.

강필석은 클로디어스 왕에 대해 “우리 안에 끓고 있는 욕망을 대변해주는 인물로 이번 클로디어스는 굉장히 무게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유인촌은 “아니야. 나는 야비하게 하고 싶어”라고 맞받았다. 이어지는 설명. 유인촌은 “요즘 뉴스를 보면 모두가 나쁜 짓을 하고도 뻔뻔하다”며 “뻔뻔한 놈들이 클로디어스를 보면 거울을 보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죄지은 자들은 부끄러워서 날 쳐다보지도 못하게 연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유인촌은 이번 배역을 위해 흑발로 염색한다. 6년 전 햄릿을 맡았을 때도 희끗희끗한 머리 그대로 등장했던 그다. 유인촌은 “클로디어스는 40대 중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수컷 냄새 진동하는 섹슈얼한 이미지”라며 “젊어 보이게 까맣게 염색하고 수컷 냄새를 사람들에게 풍길 것”이라고 예고했다.

유인촌은 이제껏 거리를 뒀던 방송 활동에 대해 “아직 할 역할이 별로 없다”며 “완전히 늙은 후에 적당한 역할이 있다면 할 것”이라고 열어놨다. 아울러 “예전엔 뮤지컬이 그렇게 하기 싫었는데, 이제는 뮤지컬을 하고 싶다”고도 했다. 무대 활동에 치중했던 강필석도 “활동 반경을 넓혀야겠다는 생각을 요즘 부쩍 한다”고 말했다.

한 달 전 제작발표회 때만 해도 멀찍한 거리감이 느껴졌던 두 배우에게 ‘많이 돈독해진 것 같다’고 했더니 유인촌이 쩌렁쩌렁 연습실이 울리게 외쳤다. “필석이가 실패하면 우리 다 같이 죽는 거야. 필석이를 살려야 돼. 햄릿이 살아야 우리가 같이 산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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