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다방] '헤어질 결심' 탕웨이의 미스터리 영화 '지구 최후의 밤'

강신우 기자 2022. 6. 2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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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영화 아님 주의..꿈 속 유영하는 기분
1시간 롱테이크 씬 백미..해석이 고파지는
중국 신예 비간 감독 '지구 최후의 밤' 리뷰
[서울경제]
직접 맛보고 추천하는 향긋한 작품 한 잔! 세상의 OTT 다 보고 싶은 'OTT다방'

박찬욱 감독 '헤어질 결심' 주연 배우 탕웨이가 2019년에 출연한 영화라기에, 순전히 배우 때문에 선택한 영화였다. 제목만 봐서는 중국 공산당 프로파간다로 가득 찬 평범한 SF 영화인 줄 알았는데, 큰 오산이었다. 시적인 은유로 가득한 영화의 매력에 한껏 취해버렸다. 이 영화가 중국 30대 신예 감독의 고작 두 번째 영화 연출작일 뿐이라니 놀랍기 그지없다.

영화 중반부터 엔딩까지, 1시간 넘도록 이어지는 롱테이크 씬은 마치 꿈 속을 여행하듯 모든 장면들이 신기하게 이어진다. 언제 끝날지 도무지 모르겠는 단 하나의 영원한 밤, 영화 '지구 최후의 밤'(비간 감독)은 몇 번이고 돌려보고 싶어지는 묘한 감정을 일으킨다.

남자 주인공 뤄홍우(황각)은 아주 오랜만에 고향 카이리로 돌아온다. 거기서 어렸을 때 둘도 없던 친구 백묘와의 마지막 기억을 떠올린다. 그는 사과 수레를 끌고 있었고, 노름빚에 쫓기던 그는 사과를 조직 두목 줘홍위안에게 팔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백묘는 탄광 갱도 안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사과 수레 안에서 권총을 발견한 뤄홍우. 그는 총에 매력을 느껴 킬러가 되기로 한다.

줘홍위안의 애인 완치원(탕웨이)를 미행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완치원은 자신 어머니와 모습이 무척 닮아있다. 그렇게 말을 건네자 완치원은 너무 뻔한 수법 아니냐고 했지만 뤄홍우는 정말 닮았다며 사진을 꺼내 보여준다. 그리고 뤄홍우는 완치원과 사랑에 빠진다. 둘은 도망가려 했지만 줘홍위안에게 붙잡히고 만다.

영화는 뤄홍우의 현재와 꿈이 뒤섞여 보여진다. 애절했던 완치원과의 사랑은 젊은 시절 그의 기억 속 자리하고 있다. 기억 속 그녀는 늘 젊고 아름다우며 초록색 원피스를 입은 매력적인 풍모다. 이제 머리가 희끗해진 중년 뤄홍우는 그녀 존재를 찾으려 다시 추적을 시작한다.

영화는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다. 1시간 동안 영화를 봐왔는데 갑자기 ‘빠밤’ 하고 등장하는 영화 타이틀에 당혹해하지 말자. 실제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다면 3D 안경을 쓸 타이밍이지만 노트북 화면은 멀쩡하다. 영화 속 뤄홍우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 꿈 속으로 빠져드는데... 앞서 1시간이 혹시 길고 지루했다면 뒤의 1시간은 감동에 젖을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감상하길 바란다.

비간 감독은 '지구 최후의 밤' 2부 시작부터 영화 엔딩까지 무려 1시간 가량을 원테이크로 구성했다. 장면, 장면들이 계속 이어지는 그 자체로도 신기한 구성이지만 내용도 정말 꿈 같다. 꿈 속에서 뤄홍우가 마주친 인물들은 하나같이 뤄홍우가 알지만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찾아 헤맸던 완치원과도 드디어 만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녀의 이름은 카이전. ‘카이리의 진주’라는 뜻이라는 말에 관객들은 그녀가 완치원인지 카이전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동굴에서 만난 꼬마 백묘가 선물해준 라켓이 생각난 뤄홍우. 꼬마 백묘는 라켓을 회전시키면 하늘을 날 수 있다고 했다. "믿고 해보지 뭐." 그러자 정말 하늘을 날게 됐다. 마치 꿈 속을 유영하는 듯, 조용히 잔잔히 내려다보게 되는 꿈 속 작은 마을의 어둑어둑한 밤의 모습들.

영화 전반에 흐르는 대화들은 마치 시를 읊는 듯 했다. 영화 초반, 산사태가 두렵다던 주인공에게 어머니는 "산사태가 뭐가 무서워, 기억 속에 사는 게 진짜 무섭지"라며 의미심장한 킬링벌스를 건넨다. 꿈 속을 유영하던 뤄홍우는 카이전에게 시계를 선물한다. 카이전은 “시계는 함부로 선물하는 게 아니다, 영원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이어 카이전은 폭죽을 그에게 선물하는데. 뤄홍우는 "폭죽은 잠깐을 의미하기 때문에 함부로 선물하는 게 아니다"라고 응수한다. 카이전은 "우린 그런 사이잖아요"라며 상관없어 한다.

그리고 마침내 영화의 가장 핵심 장면. 뤄홍우는 주문을 외우면 집이 회전한다는 이야기를 카이전에게 들려준다. 카이전은 "그렇게만 된다면 키스하는 것을 허락하겠다"고 말한다. 마치 시 구절같은 긴 주문을 마치자. 정말 방이 회전하기 시작한다. 한참 전에 켜두었던 폭죽은 여전히 터지지 않고 찬란히 불꽃을 태우며 빛나고 있다.

'지구 최후의 밤' 완치원이자 카이전은 영화 '헤어질 결심' 속 미스터리 여인 '송서래'와 닮아 있다. 말이 거의 없으며, 남자 주인공들이 사랑에 빠질 만큼 아름답다. '헤어질 결심'을 재미있게 봤다면 조금의 각오와 함께 '지구 최후의 밤'을 감상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 영화 역시 2018년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은 바 있다.

영화를 본 뒤 해석이 더 고파져서 정보를 찾아보는데 이동진 평론가가 이 영화를 가지고 무려 1시간 20분 동안 썰을 푼 영상(왓챠 유튜브)을 발견했다. 거기서 그는 한껏 설레어 이 영화를 무척 “애정한다”고 말했다. 글쓴이도 그렇다.

◆시식평 : 시인 출신 감독이 만든, 탕웨이와 함께 잠드는 한 편의 시

+요약
제목 : 지구 최후의 밤 원제 : 地球最後的夜? (Long Day's Journey Into Night) 감독 : 비간 주연 : 탕웨이, 황각 등급 : 12세 관람가 장르 : 드라마, 미스터리 국가 : 중국 러닝타임 : 138분 국내개봉 : 2019.07.25. 볼 수 있는 곳 : 왓챠
강신우 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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