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獨 '환상의 종말'과 올바른 대북 정책

기자 2022. 6. 2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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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26일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이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환상이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독일과 유럽의 대러 의존 심화라는 지정학적 재앙을 초래했음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은 '독일 통일과 유럽의 변환'에서 기존 질서 유지라는 동방정책의 기조는 서독이 동독 주민을 대량 수용한 1989년 8월 이후 이미 퇴색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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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수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前 駐독일 대사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26일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이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환상이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독일과 유럽의 대러 의존 심화라는 지정학적 재앙을 초래했음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안이하고 성급한 에너지 정책 전환과 동방정책 전통의 폐해도 지적했다.

국제관계에서 영원불변의 것은 없으며, 양보는 곧 상대방의 승리일 뿐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힘이 곧 국제사회의 작동 원리라는 진리를 일깨우면서 독일의 뒤늦은 자각을 일으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독일은 사민당 올라프 숄츠 총리와 녹색당 아날레나 베어보크 외교장관의 전략 선언을 통해 ‘분쟁지역’에 대한 무기 지원, 재무장 결정과 외교·안보·군사 정책의 패러다임 대전환을 천명했다.

사민당의 빌리 브란트가 추진한 동방정책은 ‘경제 개방이 정치·사회 개방으로 이어진다’는 가정에 근거했다. 그러나 동독과 소련의 변화가 그러한 외부로부터의 개입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체제 자체의 내부 모순에서 기인했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했다. 기민당의 헬무트 콜은‘힘의 우위 정책’을 추구한 콘라트 아데나워 총리 계열이지만, 정치적으로는 동방정책을 계승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는 힘을 바탕으로 한 현실주의 정책으로 바꿔 통일을 이루고 냉전 해체에 기여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은 ‘독일 통일과 유럽의 변환’에서 기존 질서 유지라는 동방정책의 기조는 서독이 동독 주민을 대량 수용한 1989년 8월 이후 이미 퇴색했다고 했다.

동방정책을 설계한 에곤 바는 2015년 사망할 때까지도 권위주의 성향을 더해 가는 러시아를 유럽 안보 질서에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올해 에곤 바 탄생 100년 기념행사에서 라르스 크링바일 사민당 대표가 ‘무역을 통한 변화’는 그 시대의 ‘명령’일 뿐이며 이제 이 개념은 실패했다고 고백한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베를린 장벽 붕괴와 함께 종말을 고한 동방정책의 유산은 시대의 변화에 적응해야 했으나, 사민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를 거쳐 기민당의 앙겔라 메르켈까지 이어져 오늘의 결과를 초래했다. 그 환상이 종말을 고하고 있다.

독일의 정치지도자들은 왜 현실 인식 전환의 기회를 놓쳤는가? 빗나간 정책에 안주하게 된 배경에 정치적인 욕심과 오판은 없었는가? 2008년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 2014년 크름(크림)반도 병합, 런던과 베를린에서의 러시아 요인 살해와 같은 계기에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에 대한 관성적 대응이 온당한지에 대해 심각하게 자문해 봤어야 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정권의 북한에 대한 끊임없는 유화정책과 ‘대화는 없는 것보다 항상 낫다’는 맹목적인 ‘대화 지상주의’는 독일의 대러 에너지·안보 종속처럼 북한에 대한 단꿈을 키우고 급기야 북한의 선제 핵공격 가능성이라는 실존적 위협에 직면하게 했다. 그동안 북한의 선의에 기대어 현실을 외면하고 대북 환상에 젖어 실패한 정책은 철저히 폐기해야 한다. 새 정부 출범으로 변화가 가능하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눈치를 보며 지나치게 유화적인 정책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강조하며 힘을 바탕으로 한 현실주의적 외교·안보 인식을 보여줬다. 새 정책의 조속한 시행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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