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오른다" 기대심리 3.9% 사상 최고

10년 2개월래..물가인식 체감상승률 4.0%
집값전망지수 13p 하락 "이자부담·거래부진 때문"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최근 기준금리 상승과 물가상승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물가상승 심리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9%로 한 달 만에 0.6%포인트나 올라섰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5월(3.3%)보다 0.6%포인트 오른 3.9%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고, 0.6%포인트 상승 폭은 2008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최대치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이같은 기대인플레이션율 상승에 대해 "현재의 물가 흐름이 기대인플레이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국제 식량가격 상승과 공급망 차질 등 해외 요인도 크고, 개인서비스나 외식 등 생활물가와 체감물가가 높은 점도 기대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도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7월부터 2009년 7월까지, 경기 회복 과정에서 일본지진과 유럽 재정위기 등이 겹친 2011년 3월부터 1년 정도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9%를 넘어 4%대에 이른 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황 팀장은 다만 "하지만 0.6%포인트 상승 속도는 과거보다 빠르다고 생각된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미국 빅 스텝(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등 관련 뉴스를 예전보다 많이 접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부연했다.

소비자가 지난 1년간 주관적으로 체감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의미하는 '물가인식'(4.0%)도 한 달 만에 0.6%포인트나 뛰어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금리수준전망지수도 149로 전월보다 3포인트 올라 역대 최대 기록이다. 미국 금리 인상 및 기준금리 추가 인상 예상 영향을 받았다. 금리수준전망지수는 "6개월 후 금리가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하락을 예상한 사람보다 많으면 이 지수는 100을 상회한다.

반면 주택가격전망지수는 98로 한달 새 13포인트 하락했다. 1년 뒤 집값 상승을 전망하는 소비자가 줄었단 뜻이다.

황 팀장은 "대선 전에는 부동산 정책 변화, 대출규제 완화 등에 대한 기대로 잠시 올랐지만, 금리가 계속 올라 이자 부담도 커진데다 매물과 거래량은 줄고 가격도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전반적으로 심리가 나빠졌다"고 말했다.

6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4로 5월(102.6)보다 6.2포인트 하락했다. 2021년 2월(97.2) 이후 1년 4개월 만에 지수가 100 아래로 떨어졌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가운데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다.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1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낙관적이란 의미다. 각 지수는 각각 전달보다 2포인트, 5포인트, 1포인트, 2포인트 하락했다.

황 팀장은 향후 소비자 심리 전망에 대해 "우크라이나사태, 미국 금리 인상 등 우리가 조절할 수 없는 외부 요인이 많아 불확실성이 크다"며 "다만 거리두기 해제 이후 소비가 매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수가 받쳐준다면 소비자심리지수 하락을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유류세 인하 등 물가 대책도 체감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조사는 이달 13일부터 20일까지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문혜현기자 moone@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