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관 없는 난청 환자도 '인공 와우 이식술' 가능해져

권대익 2022. 6. 2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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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와우 전극을 달팽이관 바로 옆 전정기관에 삽입
게티이미지뱅크

달팽이관(蝸牛)이 없는 난청 환자도 인공 와우 이식 수술을 시행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최병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와 김봉직 세종충남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공동 연구팀의 연구 결과다.

달팽이관은 태아기 때 형성되는데, 유전이나 약물, 다른 메커니즘에 의해 달팽이관에 기형이 생길 수 있다.

기형이 심하지 않으면 보청기를 착용하면 되지만 기형이 심하면 보청기로도 소리를 들을 수 없기에 청신경을 직접 자극해 말소리를 전기 신호로 바꿔 소리를 들리게 하는 인공 와우 이식 수술을 시행한다.

하지만 달팽이관이 만들어지지 않은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자에게는 인공 와우 전극이 삽입되는 달팽이관 자체가 존재하기 않기에 인공 와우 이식 수술은 ‘그림의 떡’이었다. 이에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자는 청력 장애는 물론, 언어 발달 장애도 나타나는 등 여러 가지 장애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병윤 교수팀은 2012년부터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자에게 인공 와우를 이식하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 결과, 인공 와우 전극을 달팽이관 바로 옆에 있는 전정기관에 삽입하는 수술을 시행한 뒤 장기간 추적 관찰한 결과, 달팽이관에 삽입하는 일반적인 인공 와우 이식 수술과 동등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을 확인했다.

최병윤 교수팀은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자 6명의 전정기관에 인공 와우 전극 삽입 가능성과 안정성을 파악하기 위해 와우 전정신경 상태를 검사한 후 환자별 최적의 전극 위치를 찾아 인공 와우를 삽입했다.

아울러 △CAP 스코어(Categories of Auditory Performance) △단어ㆍ문장 인식 △발음 등을 평균 6년 간 추적ㆍ관찰하며 환자 청력을 검사했다.

그 결과, 환자 6명 모두 수술 후 4년 이내 짧은 문장은 입 모양을 보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인 CAP5를 달성했으며, 3명은 최고 수준의 청취 능력 등급이자 전화 통화까지 가능한 CAP7을 받았다.

아울러 수술 후 3년 이내 단어ㆍ문장 인식과 발음에서도 절반 이상을 인식할 수 있었으며, 7년 이내 인공 와우 이식 수술을 받은 기형 없는 환자와 동일한 수준으로 호전됐다.

이에 따라 달팽이관이 없는 환자에게도 인공 와우 이식 수술을 진행하고 추적ㆍ관찰한다면 청력 및 언어 발달 장애를 조기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병윤 교수는 “이번 연구로 그동안 금기시됐던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인공 와우 이식 수술의 효과성을 입증할 수 있었다”고 했다.

최 교수는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자에게 성공적인 인공 와우 이식 수술을 하려면 와우 전정신경 상태와 수술 중 전기적으로 유발된 복합 활동 전위를 고려해 전극을 이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이들 교수는 또 다른 연구에서 달팽이관 무형성증을 일으키는 난청 유전자가 ‘GREB1L(Growth Regulation by Estrogen in Breast cancer 1-Like)’이라는 것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달팽이관 무형성증은 달팽이관 기형 중 가장 심한 증상이지만 어떠한 유전자가 이런 증상을 유발하는지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다.

최 교수팀은 최신 유전 진단 기법을 활용해 달팽이관 무형성증 원인 유전자를 찾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분자 유전학적 진단을 활용해 2012~2019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시행된 421례의 인공 와우 이식 수술 사례를 분석한 결과, 달팽이관 무형성증의 60%에서 GREB1L 유전자 변이를 확인했다.

아울러 이 유전자는 우열·분리·독립 법칙 같은 멘델 법칙을 따르지 않는 유전 양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규명했다.

이에 따라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자의 검사 결과에서 GREB1L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고 와우 전정신경 상태가 나쁘지 않다면 환자는 전정기관에 인공 와우 전극을 조기에 이식해 청력과 언어 발달에 문제없이 자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봉직 교수는 “GREB1L 유전자 변이는 달팽이관 무형성증을 일으키는 주원인”이라며 “달팽이관 무형성증을 포함한 난청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밝히기 위해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들은 이비인후과 분야 과학기술논문색인(SCI)급 국제 학술지인 ‘Clinical Otorhinolaryngoloy’와 ‘Clinical and Experimental Otorhinolaryngology’에 각각 게재됐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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