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 보듬어야 지속성장.. 개인행복에 초점 맞춰 비전 말할 것"

유회경 기자 입력 2022. 6. 29. 10:10 수정 2022. 6. 2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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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초 서울시장 4선 고지에 올라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시장이 지난 23일 서울시청 6층 집무실에서 진행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자리가 결코 가볍지 않다”며 “국가 단위에서 하는 웬만한 일은 다 할 수 있다”고 웃어 보이고 있다. 신창섭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향후 10년간의 시정 청사진을 담은 서울비전 2030을 설명하며 “‘다시 뛰는 공정도시 서울’ 아래 4개 기둥 전략이 있는데 ‘상생도시’를 가장 앞에 뒀다”고 강조했다. 신창섭 기자

■내달1일부터 4선 임기 오세훈 서울시장

디지털전환 등에 빈부격차 심화

공존·상생이 사회 최우선 화두

근로의욕 높이는 저소득층 지원

‘안심소득’ 내달부터 본격 실험

국가부강 등 거창한 얘기 보다

나와 내 가족을 위한 목표 제시

마음 어루만지는 정책 만들 것

인터뷰 = 유회경 전국부장

23일 서울시청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났다. 건강해 보였고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181㎝의 훤칠한 키와 약간 마른 체형, 세련된 슈트핏은 여전했다. 환갑을 넘겼지만 영화배우 못지않은 외모는 녹슬지 않았다. 경험에 바탕을 둔 시 각종 사안에 대한 이해력의 깊이, 그리고 현란한 수사는 예전에 비해 훨씬 업그레이드돼 있었다. 지금 오 시장의 컨디션은 최상이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로 서울시장 최초 4선을 기록하면서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4월 보궐선거에서 세 번째 시장이 됐을 때와는 환경이 완전히 다르다. 오 시장은 지난 1년 동안 지지자들의 결집과 3분의 2에 가까운 국회 의석 확보 등으로 레임덕 현상을 유유히 흘려버린 문재인 정부와 온통 더불어민주당 판인 시의회의 무지막지한 협공 속에서 버텨내는 것만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시의회 76석을 차지, 다수당이 되면서 자신의 구상을 마음대로 펼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이제 공은 오 시장에게 넘어왔다. 이전에는 잘못되면 남의 탓이라도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성공이나 실패를 본인이 온전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그가 추구하는 시정 최우선 성공 전략은 무엇일까.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오 시장은 “처음 시장할 때는 서울만 바라보면서 서울이라는 도시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에만 집중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약자와의 동행에 가장 큰 방점을 두고 시정을 해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큰 변화였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오 시장과의 인터뷰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됐다.

―최초의 4선 서울시장이 됐다. 4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이것만큼은 꼭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선거할 때 ‘약자와의 동행’을 강조했는데 이는 내가 추구하는 복지철학이기도 하다. 그 방법론은 하후상박(下厚上薄)이다. 즉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 많이, 더 두텁게, 실존적 지원을 하는 방식이다. 오는 7월부터 본격 실험에 들어가는 하후상박의 ‘안심소득’에 거는 기대가 크다. 지금까지 모든 복지제도의 문제점은 근로의욕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었는데 안심소득 실험이 성공하면 저소득층의 근로의욕이 증진되고 복지 사각지대가 사라지게 된다. 교육격차 해소 사업에도 힘을 기울일 방침이다. ‘서울런’이 대표적인데 수혜자 범위를 최대한 늘리면서 성과를 낼 것이다.”

안심소득은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제도로 아직은 실험 단계다. 오 시장은 안심소득을 일회성이 아닌 서울시를 대표하는 복지정책으로 정착시키겠다는 의지를 여러 번 나타낸 바 있다. 저소득층에게 차등적으로 혜택을 주면서도 근로의욕을 감퇴시키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복지제도의 이상적인 형태라 할 수 있다. 오 시장 말대로 안심소득 실험이 성공하게 되면, 아니 보다 현실적으로 그간 복지제도의 문제점을 일정 정도 상쇄하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줄 경우 안심소득 제도의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격차 해소 사업인 서울런 역시 성과가 좋을 경우 서울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될 여지가 많다. 이는 오롯이 오 시장의 공적으로 남게 될 것이다.

―약자와의 동행, 좀 더 줄이면 공생이란 키워드에 집착하는 것 같다. 왜 그런가.

“지금 우리 사회 최대 문제점은 빈부 격차의 대물림과 양극화의 심화다. 빈부 격차 또는 빈부 격차의 대물림 현상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지만 디지털 전환, 코로나19 확산 등은 이를 극적으로 심화시켰다. 이전에는 경제 성장을 통해 파이를 키우면 빈부격차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으로 일자리 감소와 취업난이 발생하고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가 중요해지면서 시대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는 중소상공인들은 무더기로 뒤처지는 일이 다반사다. 빨리 움직이는 사람이 모든 것을 다 가져가는 ‘위너 테이크 올’(the winner takes it all) 현상이 일상처럼 벌어지고 있다. 뒤처지는 사람을 보듬고 가지 않으면 지속적인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러한 생각이 지난해 시장에 복귀해서 만든 서울의 미래 청사진 ‘서울 비전 2030’에 반영됐다.”

―시기적으로 보면 정치적으로 쉬는 동안 이러한 생각을 발전시킨 것으로 보인다.

“맞다. 서울시장을 그만두고 정치적 휴지기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연구를 했다. 그때 공생 연구소를 운영했다. 공생이란 공존과 상생을 뜻하는데 약자를 돌보는 것, 약자를 보듬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 우리 사회에 가장 절실한 화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치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시대정신에 천착한다. 미래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다음에는, 다음에는 뭐가 화두가 될까 늘 생각하는데 어느새 상생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깊이 뿌리내리게 됐다. 한동안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서 석좌교수를 했는데 매 학기 교육 콘텐츠를 업그레이드하면서 디지털 사회가 될수록 상생이 중요해진다는 깨달음이 있었던 것 같다. 득도했다고 해야 하나(웃음). 이를 ‘미래’라는 책에 담았다.”

―보수와 공생이 어울리나.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이나 새누리당에선 같은 이야기를 해도 국가적 담론으로 거창하게 이야기했다. 부강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저러한 나라를 만들어야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제 비전을 제시하는 어법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우선 나부터 같은 말을 해도 부강한 나라를 강조하진 않는다. 개인 행복, 성취 등 초점을 개인으로 바꿨다. 이전에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라는 말을 서슴없이 외쳤지만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내 가족의 안녕, 자녀의 성공, 내 소득이 연 5000만 원이지만 내 자식은 연 1억 원을 벌었으면 좋겠다. 이처럼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 또 접근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비유하자면 아버지의 마음에서 어머니의 마음으로, 아버지의 언어에서 어머니의 언어로 이야기하려고 노력한다. 아버지는 공부 잘하는 자식에게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다그치지만 어머니는 우리 아무개 지난달보다 성적 올랐네, 조금만 더 잘하자 한다. 이제 이렇게 사람들 마음을 어루만지며 이끌어나가야 할 것 같다.”

―요즘은 어머니들이 더 다그치지 않나.

“그런가(웃음).”

―처음 시장했을 때와 마음가짐이 아무래도 다를 것 같다.

“처음 시장했을 때는 서울만 생각했다. 좀 더 정확히 서울의 발전, 서울이라는 도시 경쟁력만 생각했다. 당시에도 약자와의 동행 복지도 열심히 하긴 했지만 강조가 안 됐다. 하지만 이제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다시 뛰는 공정도시 서울’을 최상위 비전으로 설정하고 ‘계층이동 사다리 복원을 통한 상생도시 실현’을 4대 기둥 전략 가운데 가장 앞자리에 놨다.”

오 시장은 지난해 4월 시장으로 복귀하면서 서울비전2030을 내놓았다. 서울비전2030이 제시한 최상위 비전이 바로 ‘다시 뛰는 공정도시 서울’이다. 2030년까지 △상생도시△선도도시 △안심도시 △미래감성도시라는 4가지 구체적인 미래상을 내걸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계층이동 사다리 복원 △국제 경쟁력 강화 △안전한 도시환경구현 △멋과 감성으로 품격 제고 등 4가지 정책 지향을 정했다. 앞으로도 임기 4년 동안 서울비전2030 얼개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비전 구성이나 오 시장 발언을 유심히 보면 그가 계층이동 사다리 복원과 상생 분야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10년 막힌 재건축 이제야 진도… 현장 가봐라 얼마나 잘 돌아가는지”

집 낡아 터져도 재건축 못하니

시민불만은 하늘 찌를 수 밖에

재건축 억제수단인 ‘안전진단’

정상화 위해 국토부와 논의 중

교통방송 본래 기능 다한 TBS

지원금만 받아가겠다는건 억지

재정 줄이고 점차 독립 시킬 것

연령별 교육으로 저출산 해소

장기적으로 돈의문 복원계획도

―10년 만에 서울시정에 복귀하고 나서 ‘서울 바로 세우기’를 추진했다. 앞으로 임기 4년 동안 서울 바로 세우기를 완료할 수 있나.

“지금까지 방만하게 운영된 서울시의 민간 위탁·보조 사업 예산 삭감이나 구조조정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거의 하지 못했다. 시의회에 가면 삭감한 예산이 다시 증액되고 줄였던 기능이 다시 살아나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박원순 전 시장은 시장 재임 기간(2011∼2020년) 만큼이나 시 행정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특히 서울시의 민간 위탁·보조 사업은 주민 자치라는 긍정적인 모습과 외곽 지원 세력 육성이라는 부정적인 모습을 동시에 갖고 있다. 오 시장은 이러한 사업이 과도했다고 보고 이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오 시장은 보수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TBS 문제 역시 박 전 시장이 남기고 간 난제 중 하나다.

―TBS를 교육방송으로 만들 생각인가.

“TBS가 교통 정보 제공이라는 본래 기능을 다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TBS가 날로 정교해지고 있는 내비게이션 모바일 앱을 능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TBS의 미래를 당연히 검토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방송을 활용해 서울 시민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취·창업 재교육 콘텐츠다. 교육 콘텐츠뿐 아니라 교양, 문화예술 등도 방송이 감당할 수 있다. 그걸 외면한 채 기능이 쇠퇴한 교통방송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더욱이 TBS는 서울시 사업소에서 독립재단이 됐다. 매력적인 방송을 만들어 시청률을 높게 하고 광고수익을 올려서 스스로 존립하는 게 독립법인이다.

그러면 재정도 독립해야 한다. 지원금을 점차 줄인다고 명백히 했다. 충분히 시간을 줄 테니 자립할 수 있는 기능을 고민하라고도 했다. 그런데 다른 건 다 독립하고 지원금은 계속 받아가겠다. 이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

―민간방송으로 전환시킨단 말인가.

“독립했으니 점차 재정을 비롯한 모든 면에서 독립하는 쪽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 다만 민간방송 전환까지는 너무 나간 것 같고 지원금을 계속 줄여나가는 건 확실하다.”

TBS의 간판 프로그램인 ‘뉴스공장’을 진행하는 방송인이자 대표적인 친야 성향 김어준 씨는 오 시장을 계속 도발하고 있다. TBS를 매개로 정치적 전선을 형성한 뒤 권력에 맞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지지자 결집을 꾀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TBS는 최근 김 씨와 친분이 두터운 친야 성향 언론인 변상욱 씨를 영입하기도 했다. 영리한 오 시장은 이에 잘 응하질 않는다. 변 씨 영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웃으며 “환영합니다”라며 가볍게 답했을 뿐이다. 그렇다고 오 시장이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28일 TBS에 대한 ‘기관경고’, ‘기관장경고’ 감사결과를 내놨고 국민의힘이 장악한 시의회를 통해서도 예산 등 다양한 형태로 압력을 가할 수 있다. 더욱이 오 시장은 지방선거 이후 TBS 개편 방안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개편 논의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주택 시장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이제 안정화 국면에 들어서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 시장 참여자들이 제가 시장직을 수행하는 한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끊임없이 신규 주택이 시장에 공급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속통합기획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나 반응이 매우 좋고 실제로 잘 작동하고 있다. 여기에 다가구·다세대 저층 밀집 지역을 개발할 모아타운이 신규 주택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박 전 시장 때와 비교하면 어떤가.

“직접 현장에 가봐라. 얼마나 재개발·재건축이 막혀 있었는지. 현장은 잘 돌아간다. 불만도 없다. 10년 동안 일절 못 하게 하고 틀어 막아놨으니 얼마나 답답했겠는가. 재건축에 대한 니즈를 재산상 이득이라는 하나의 잣대로 판단했을 뿐 실제적인 생활의 불편함에 대한 헤아림은 없었다. 집이 낡아 터지고 흘러내리고 부서지는데 이런데도 재건축을 못 하게 하니 불만이 하늘을 찔렀던 것이다. 지금은 단지별로 진도가 나가고 있으니 이러한 불만이 많이 해소된 듯하다.”

―목동 같은 경우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단지도 많은데 안전진단 전에 지구단위 계획을 시작할 순 없나.

“국토교통부와 가장 활발하게 논의하는 게 바로 안전진단 문제다. 그동안 안전진단은 재건축 억제 수단으로 사용됐다. 이제 정상화돼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일부에선 아예 없애자는 주장도 있다. 합리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주택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긴 어렵고 설사 진행하더라도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게 맞다고 본다. 현재 국토부와 논의 중이다.”

―엄마 행복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 것으로 들었다. 중위소득 150% 이하 가구 가운데 36개월 이하 아이를 돌보는 친인척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등의 정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아는데.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아이를 낳기만 하면 사회가 키워준다는 분위기와 정책이 필요한데 서울시가 하겠다는 거다. 엄마 행복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는 물론 가족 모두가 행복하다는 원칙 아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연령대별로 어떻게 아이를 함께 키워갈 것인지 로드맵을 제시할 것이다. 0세부터 1세의 육아, 1세에서 3세의 보육, 3세에서 6세의 어린이집, 7세 이상 학교 입학 후까지 맞춤형 지원책을 구상 중이다. 아이를 돌보는 가족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정책도 고려 중이다. 곧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또 최근 6·1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구청장 몇 분과 식사를 했는데 동네 남는 공간을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서울형 키즈카페로 만들자고 얘기했다. 자치구가 동시다발적으로 10∼20개씩 만들어야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얼마나 호응이 좋겠냐.”

―서대문역 부근에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돈의문 박물관 마을을 만들어 놓았는데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한 것 같다.

“장기적으로 돈의문(서대문) 복원 계획을 추진하려고 한다. 주변에 몇 개 건물을 허물어야 가능하다고 한다. 당장 못해도 정지작업을 해볼 방침이다. 사실 짓는 건 금방이다. 숭례문(남대문)이나 흥인지문(동대문) 복원이 되고 주변이 잘 정돈돼 있는데 돈의문만 사라졌으니 균형이 맞지 않는 것 같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보단 훨씬 더 서울의 품격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 가장 유력한 차기 주자로 떠올랐다. 스스로 알고 있는가.

“솔직히 말해 너무 부담스러운 이야기다.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시장으로 복귀하기 전에 고민하긴 했다. 국민의힘 대표 출마할 때부터 보궐선거 전까지 고민을 집중적으로 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쓴 책이 바로 미래다. 내 고민의 결과물이라고 보면 된다.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 시장에 당선되면서 당분간 대통령직 도전 생각은 지웠다. 대선을 생각하면서 준비한 정책을 지금 시에서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런이다. 그리고 온서울건강온도 그렇다. 산업 전략도 마찬가지다. 청년취업사관학교도 그때 생각한 것이다. 최근 반도체 인력 부족에서 보듯이 교육 커리큘럼이 융통성 있고 적기에 인력을 공급해야 하는 시스템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교육부는 정원조정조차 나눠먹기식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와 대학교에서 배출하는 인재 사이에 큰 격차가 있고 미스매치가 나기 쉬운 구조인데 청년취업사관학교는 이를 해소하기 위한 장치라고 보면 된다. 서울시 차원에서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면 할 역할들이 분명히 있다.”

서울런은 서울 지역 저소득 가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유명 학원 강사들의 동영상 강의를 무료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오 시장은 교육 격차 해소에 많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음달부터는 일대일 진로·진학 컨설팅 등도 제공한다. 온서울건강온이란 무료로 제공받는 스마트밴드와 앱을 통해 자신의 건강 상태를 비대면 방식으로 점검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공공 서비스를 말한다.

―20∼30대 남성들에게 인기가 좋은 것으로 나온다. 반면 여성들에게는 평가가 다소 박한 편인데 왜 그런가.

“일단 개인을 초점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갔더니 젊은이들이 많이 좋아하더라. 꼰대 같지 않아서 그런 모양이다. 내가 내놓은 정책 가운데 여성들을 위한 정책이 얼마나 많은데 여성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고 하니 다소 섭섭한 느낌이 있다. 많은 부분 정보전달 실패에서 기인했다고 본다.

과거에 추진했던 여성행복프로젝트를 보면 지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보도블록을 하나 놓더라도 여성 시각에서 놓으라고 지시한다. 화장실도 변기 수가 같아야지 면적이 같으면 안 된다. 큰 건물 지하 주차장 먼 곳에서 엘리베이터까지 오려면 무섭다.

그래서 엘리베이터 가까이 여성 주차장을 만들도록 했다. 그리고 폭도 좀 넓혀놨다. 애들이 내릴 수 있으려면 차문을 더 넓게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너무 빨리 시행한 게 실책이다. 이러한 정책을 알아볼 안목이 없었던 것 아닌가 한다. 이러한 배려가 자리 잡으면 남녀 간 젠더 갈등이 사라질 것으로 본다.여성이라는 게 내 여동생, 어머니, 할머니인데 남녀가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성은 이겨 먹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전에 비해 많이 따뜻해진 것 같다.

“그런 말 많이 듣는다. 원래부터 그랬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웃음) 주위에서 많이 좋아해 주니 앞으로 계속 이렇게 살아야 겠다.”

2011년이후 와신상담…‘보수 재건’물꼬 트며 완벽 부활

■吳 시장의 달라진 위상

지난 1일 사상 첫 4선 고지에 오르며 ‘완벽한 부활’에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진보 진영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약자와의 동행’까지 끌어안으며 한국 보수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정계 입문 후 승승장구하다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급발진’ 후 “보수 몰락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난을 감내해야 했던 오 시장은 10년간의 와신상담을 끝내고 보수의 승리를 이끄는 노련한 선봉장 역할을 해내며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2000년 16대 총선을 통해 정계에 입문할 때만 해도 오 시장은 수려한 외모를 가진 스타 변호사 출신 정치인이었다. 오 시장의 정치 문법이 기존의 것과 다르다는 건 그가 투명한 선거 문화를 만들기 위해 이른바 ‘오세훈법(정당법·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통과를 주도하며 각인됐다. 2006년 45세 때는 최연소 민선 서울시장으로 당선됐고, 2010년 재선에도 성공했다.

당시에도 오 시장은 중도층을 대변하며 ‘정치적 확장성’을 과시했다. 2006년 시정 인수위원회 공동위원장에 ‘환경운동 대부’ 최열 당시 환경운동연합 고문을 선임한 게 대표적인 예다. 정계 데뷔 전 일조권을 환경권으로 인정받은 첫 변호사로 활동했던 경험이 바탕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2011년 이후 정치 야인으로 보낸 10년은 성숙한 개혁을 추진하는 ‘준비된 시장’을 만드는 시간이었다. 무상급식 투표 무산 때 그가 내던진 시장직은 보수의 몰락을 앞당긴 사건으로 여겨지며 오 시장의 발목을 잡고 늘어졌다. 오 시장은 도전을 이어갔지만 재기의 발판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한 오 시장은 정세균 전 총리에게 패배했다. 2020년 21대 총선 때는 서울 광진을에서 정치 신인인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패했다. 우여곡절 끝에 오 시장은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서울시민의 선택을 받으며 ‘보수 재건’의 물꼬를 텄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7월 오 시장을 만나 “시정 성공이 2022년 대통령 선거 성공의 첫 번째 단추”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 시장은 지난 1일 안정감 있게 4선에 성공하며 대권 가도를 누구보다 힘 있게 걷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6·1 지방선거 당선자 워크숍’에서 “와 보니까 오세훈 시장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한다”며 “오 시장이 서울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오 시장의 달라진 위상을 공식화했다.

■시대 앞서간 吳 정책 3선

‘세금낭비’ 비판 한강 르네상스·디자인 서울… 십수년 지난 후 재평가

오세훈 시정 1기(2006∼2011년) 오 시장이 추진했던 ‘혁신’적인 정책들은 당시보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더 주목받고 있다. ‘한강 르네상스’ ‘여행 프로젝트’ ‘디자인 서울’이 대표적이다. 당시에는 각종 논란에 휩싸이거나 시대를 너무 앞서가 진가가 드러나지 않았던 정책들이 오랜 시간이 흘러 정책 효과가 충분히 드러난 후 재평가를 받고 있다.

△도심 휴식 공간의 탄생 ‘한강 르네상스’= 더위가 시작되는 초여름, 아이들이 여의도한강공원 분수대에서 물놀이를 즐기거나 친구나 연인들이 나무가 만든 그늘 아래서 돗자리 깔고 땀을 식히는 모습은 서울의 일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한 컷’이다. 반포한강공원은 수상 레포츠의 거점이 되고, 세계 최초로 물 위에 떠 있는 부체 위에 건축물을 지은 세빛섬은 차별화된 복합 문화 공간을 선사하고 있다. 밤이 되면 20개 다리에 설치된 조명이 황홀경을 만들고, 끌어올린 한강 물을 약 20m 아래 한강 수면으로 떨어뜨리는 반포대교 달빛무지개분수는 형형색색의 빛을 뿜는다. 당시에는 자연성 훼손을 우려한 환경단체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혀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했지만, 생태습지를 조성하고 기존 생태공원을 확장한 덕에 지금은 한강 생태계 복원에도 일조한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여성이 행복한 도시 ‘여행 프로젝트’= 여자 화장실 앞에만 생겼던 긴 줄이 사라졌다. 2008년만 해도 여성 변기 수 비율은 남성기준 1대 0.69에 불과했다. 여자 화장실이 붐비는 건 당연했다. 서울시는 공공시설은 물론 영화관과 공연장 등에 있는 민간 화장실도 여성 변기 수 비율이 1대 1이 되도록, 1000명 이상 수용건물은 1대 1.5개가 되도록 ‘여성이 행복한 서울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분홍색 여성우선주차면은 성범죄의 온상이던 주차장 환경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서울시는 여성우선주차면 위치를 선정할 때부터 주차 관리원이 있는 곳이나 승강기·출입구가 가까운 곳을 위주로 해 위급할 때 도움을 청하기 쉽도록 했다. 사각지대에는 CCTV와 비상벨을 설치하도록 했고, 조명 조도는 높여 밝게 만들었다. 하이힐이 끼지 않는 길이 만들어진 것도 이때다. 오 시장은 보도블록 틈을 좁히고 보도턱을 낮춰 평탄성을 강화했다. 맨홀 뚜껑이나 빗물받이도 개선했다. 이 프로젝트는 2010년 유엔 공공행정상 대상을 받기도 했지만 시대를 앞서간 대표 정책으로 꼽힌다.

△난개발된 도시에 디자인을 입힌 ‘디자인 서울’= 도시 스카이라인, 상점 간판, 보행로, 택시, 안내판 글씨체 등 도시 전체가 디자인됐다. 서울 50여 곳에 ‘디자인서울 거리’를 만들어 공공 시설물 외관을 개선하고 어수선한 건물 외벽 간판과 광고물을 정리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고척스카이돔 등도 이때 지어졌다. 특히 DDP는 광복절 경축식 등 국가 행사는 물론 다양한 전시·문화행사가 열리면서 해외 관광객의 필수 방문지로 자리 잡았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시도된 디자인 서울은 당시 세금 낭비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도시 경쟁력을 높인 정책으로 조명되고 있다.

△1961년 서울 출생 △대일고 △고려대 법학 학사 △제26회 사법시험 합격 △환경운동연합 법률위원장 겸 상임집행위원 △제16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최고위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한나라당 간사 △제33·34대 서울시장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제38·39대 서울시장

이정민·민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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