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어령의 미공개 육필원고 '눈물 한 방울'.."나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말은"

2022. 6. 2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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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말은 무엇인가? 시인들이 만들어 낸 말은 아닐 것이다.이 지상에는 없는 말, 어느 맑은 영혼이 새벽 잡초에 떨어진 그런 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말이 있는지 나는 알 수 없다. 죽음이 죽는 순간 알게 될 것이다."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은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 올해 1월 23일 새벽 죽음에 대한 단상, 마지막 말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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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말은 무엇인가? 시인들이 만들어 낸 말은 아닐 것이다.이 지상에는 없는 말, 어느 맑은 영혼이 새벽 잡초에 떨어진 그런 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말이 있는지 나는 알 수 없다. 죽음이 죽는 순간 알게 될 것이다."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은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 올해 1월 23일 새벽 죽음에 대한 단상, 마지막 말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죽음의 끝까지 명징한 의식을 붙잡아 존재와 의미를 찾으려 했던 고 이어령 장관의 미공개 육필원고 ‘눈물 한 방울’(김영사)이 출간됐다.

2019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27개월간 병상에서 쓴 글로 삶을 반추하고 성찰하며 죽음의 실체의 한 자락을 들여다보려는 치열한 생명투쟁을 담고 있다.

2017년 간암 판정을 받은 뒤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예정된 집필에 몰두해온 고인에게 출간 계획 없이 내밀한 목소리를 담은 별도의 노트가 있다는 사실은 얼마 전에야 알려졌다.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손으로 쓰고 그린 이 노트는 생전에 공개되지 않았다.

40년동안 컴퓨터로 글을 써온 고인은 마우스로 더블클릭하는 것조차 힘겨워 손글씨를 썼다. 그러면서 처음 글씨를 배우는 초딩글씨가 됐다고 쑥쓰러워했다. 하지만 손글씨는 그에게 과거의 기억을 불러냈다. 글씨 하나에 추웠던 겨울의 문풍지 소리, 또 글씨 하나에 원고지를 구겨서 발기발기 찢어 쓰레기통에 던지던 소리, 찹쌀떡 사려!목소리와 골목의 어둠 등.

고인은 글 곳곳에서 눈물 한 방울을 말한다.

옛 책생각이 나 꺼내 읽다가 눈물 한 방울, 손으로 쓴 전화번호에 눈물 한 방울, 또 만나 라는 말에 눈물 한 방울, 구두끈을 매다가 눈물 한 방울, 송홧가루 날리던 뿌연 날 눈물 한 방울, 아침과 함께 온 신문 눈물 한 방울, 자자 쓰고 유자 쓰려다 눈물 한 방울, 마스크로 가린 너의 얼굴 눈물 한 방울…

고인은 “자신을 위한 눈물은 무력하고 부끄러운 것이지만 나와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눈물은 그가 남긴 마지막 화두다.

고인은 생의 끝무렵, 책들과 이별하며 여전히 글욕심을 내기도 헸다. 특히 ‘프루스트와 오징어’라는 책을 보고, 요즘 유행인 ‘오징어 게임’이 연상돼 웃었다고 썼다.

고인은 한 노트에선 이렇게 써내려간 기록을 낙서장이라며 죽기 전에 찢어 없애야 하는데 그럴 만한 힘도 없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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