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동학대에 면죄부를 주는가?[오늘을 생각한다]

입력 2022. 6. 2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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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사단법인 두루, 움직이는청소년센터EXIT, 장애와 인권 발바닥행동, 정치하는엄마들은 서울 서초구 생명의샘 교회 부설 불법 미신고 아동양육시설에서 종사자들이 영유아를 상습 학대한다는 제보를 받고 서 목사 등 3명을 아동학대 및 미신고시설 운영 혐의로 고발했다. 사건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올해 2월 서울경찰청이 이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지난 5월 17일 검찰(담당검사 최미화)이 아동학대는 혐의없음(증거불충분), 불법 미신고시설 설치·운영은 기소유예 결정을 내렸다.

제보자들은 길게는 만 2년 가까이 피해아동을 돌봐온 자원봉사자였다. 제보자들이 제공한 증거를 보면, 만 2세도 안 된 아기들에게 일상적으로 자행되는 폭행, 폭언, 욕설, 협박, 방치, 감금 등 미신고시설에서 벌어지는 전형적인 학대범죄였다. 6명의 자원봉사자와 피해아동의 부모들이 경찰에 출석해 학대 정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지만, 경찰은 진술이 충분치 않고 피의자 측 주장과 상반된다는 이유로 불기소 의견을 냈다.

심지어 피의자가 자백한 아동 방치·감금 행위와 ‘셀프수유(신생아에게 젖병만 물려두고 방치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경찰과 검찰은 무혐의라고 결론을 내렸다. 1세인 피해아동을 화장실에서 문을 닫고 불을 끈 채 약 7초 동안 서 있게 한 행위(대구지법 서부지원), 피해아동을 어린이집에 있는 창고에 데려가 가둔 행위(창원지법 밀양지원) 등 아동을 홀로 방치·감금한 행위를 정서학대로 인정한 판례는 많다. 또한 2020년 초 개정한 모자보건법 시행령에 의해 셀프수유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 시 2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

6월 23일 우리는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이유서와 함께 제보자들이 2021년 3월 8일~4월 21일 서초 생명의샘에서 녹음한 총 197시간 43분 분량 녹취 파일을 추가 제출했다. “나오기만 해. 맴매할 줄 알아!”, “너 진짜 얼마나 맞을래? 어?”, “이 놈의 새끼. 왜 일어나? 씨발 놈의 새끼”, “혓바닥 닫아! 졸리면 자면 되지 왜 울고 지랄이야!”, 그리고 아기들이 맞는 소리와 멈추지 않는 울음소리가 담겼다. 자원봉사자들이 귀가하기 전에 몰래 녹음기를 설치한 날마다 학대는 고스란히 기록됐다.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타인 간 대화를 녹음·청취하는 것은 위법행위이며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증거능력을 갖지 못한다. 그러나 2017년 아이돌보미에 의한 아동학대를 의심한 피해아동의 어머니가 녹음기를 몰래 설치해 학대를 밝힌 사건이 있었다. 1심은 비밀녹음 된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항소심 법원은 “‘피해아동이 소리를 지르거나 울음을 터뜨리는 등의 음성 부분’은 의사소통의 기본 수단인 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통신비밀보호법상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지 않아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봤다. 검찰이 피해아동에게 사죄하는 길은 전면 재수사를 결정하는 것뿐이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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