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 2_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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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박사, 변호사, 기업인까지. 화려하고 다양한 이력을 가진 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의원(43세)은 단아한 이미지와는 달리 한번 마음먹은 일은 끝까지 성취하는 도전과 열혈의 아이콘이다. 정치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던 그가 더불어민주당 인재 영입 6호로 정계에 입문해 21대 국회의원이 된 것은 어쩌면 출산과 육아로 경력 단절을 겪으면서 느꼈던 부당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는 첫째를 낳은 후 육아휴직을 끝내고 일터로 돌아갔지만, 모유수유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서 업무로 복귀해야 하는 현실에 부딪히게 된다. 결국 사직하고 전업주부의 길로 들어섰다가 둘째가 9개월이 됐을 때 사법고시 공부를 시작했다. 경력이 단절된 그를 받아주는 직장이 없었기 때문에 자격증에 도전하자는 마음으로 사법고시를 선택했다고 한다. 홍정민은 경제연구소 연구원, 변호사, 기업인으로 5년 정도 열심히 일하던 중 정치계의 러브콜을 받았다. 홍정민표 정치는 ‘엄마의 마음’이 바탕이 된다. 우리 아이들에게 성취감을 안겨주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어 정치계에 입문했다.
가장 손이 많이 가는 두 살 터울의 두 아이를 키우면서 사법고시에 합격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운이 좋았어요. 대학교 졸업 후 일반기업에 입사해 3년 정도 다니다가 결혼하고 첫째를 낳았어요. 첫째가 올해 20살이니까 불과 20년도 안 된 일인데, 당시만 해도 출산한 여자가 회사를 다니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있었죠. 저는 육아휴직 이후 직장으로 복귀했지만 15일 만에 회사를 그만뒀어요. 분리불안이 심해진 아이를 위해 내린 결정이었죠. 그리고 2년 뒤 둘째를 낳았을 때는 산후우울증이 심했어요. 아이를 제대로 잘 키우고 있는지 자신이 없어 자존감마저 많이 낮아졌죠. 어떻게든 사회로 나가고 싶은 마음에 취업을 시도했지만 경력은 부족하고, 신입사원으로 들어가기에는 애매한 나이 때문에 취업 장벽을 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사법고시 공부를 시작했어요. 하루에 2시간씩 자면서 공부했는데 그 시간이 너무 행복했어요. 공부가 재미있을 정도였으니 두 아이의 육아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짐작이 가시죠?
일하는 엄마의 고충을 언급했는데, 워킹맘이 힘든 궁극적인 이유는 뭘까요?
워킹맘을 포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어요. 육아휴직에 긍정적이지 못한 기업문화, 장기간 근로 문화, 여성이 육아를 책임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적인 문화가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경력 단절을 경험한 여성들은 재기에 어려움을 겪죠.
재직 여성이 출산과 육아 등으로 직장을 그만두는 일이 없도록 경력 단절을 사전에 예방하는 게 중요해요. 육아휴직을 권장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기업 대상의 직장 문화 개선 교육을 제공하고, 육아휴직으로 발생하는 업무 공백과 비용 부담을 경감해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업무 공백으로 복귀 후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직장 적응 훈련도 중앙정부 차원에서 제공해야 하죠.
둘째를 낳으면 일터로 되돌아갈 확률이 현저히 낮아진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둘째가 생기면 첫째 때보다 세 배, 네 배 정도 더 힘들어요. 게다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보다 하교 시간이 더 빨라져 돌봄 공백이 생기기 때문에 일터 복귀를 포기하는 여성이 많아요. 24시간 보살핌이 필요한 영유아기가 간신히 지나서 안도했다가, 정작 초등학교 입학 시기에 예상치 못한 돌봄 공백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게 되는 것이죠. 이 또한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가 촘촘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이 같은 돌봄 노동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요?
초등학교에서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또 지역별로 돌봄 수요 대비 공급률의 격차가 매우 커요. 이런 문제가 발생한 이유는 주관 부처가 교육부이지만 실질적인 운영은 각 시·도교육청이 맡고 있기 때문이에요. 소관 지자체장의 의지나 지역 여건에 따라 수요자가 돌봄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역량이 극명하게 나뉘는 거예요. 현재 초등 돌봄에 있어 지역 간의 돌봄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돌봄교실의 실질적 권한이 시·도교육청으로 분산돼 있어 중앙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문제점을 발견했어요.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중앙 차원의 전담 조직을 상설 기구화하고 관련 예산 확보와 배분 권한 등을 부여해야 해요. 돌봄 공백 해결에 대해선 지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여야 후보가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여야가 뜻을 모으면 차차 나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여성의 삶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홍정민표 정책이 있나요?
지난해 12월 제가 발의한 아동복지법이 본회의를 통과했어요. 보호 종료 아동의 보호 기간을 기존 18세에서 최대 24세로 연장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올해 제 아이가 20살인데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요. 첫째를 돌보면서 법이 규정한 18살은 자립하기에 이른 나이라고 생각했어요. 해당 법안은 6월 2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에요.
끝으로 정치계에 홍정민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정치계에 입문하기 전,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든든한 사회안전망이 돼주는 정치인이 있으면 좋을 거 같단 생각을 했어요.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그런 정치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주력하는 정책을 보면 일상생활에 맞닿아 있어요. 세상을 바꾸기 위해선 국민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크고 작은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다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대 경제학부 학사,
서울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로스토리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로스토리 주식회사 대표이사,
제21대 국회의원(경기도 고양시병),
국회산업통상자원 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여성가족위원회 위원,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에디터 : 김연주 | 취재 : 박현구(프리랜서) | 사진 : 김정선 | 헤어&메이크업 : 정일&송미(미러미러 청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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