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기만 할 수는 없다[편집실에서]

2022. 6. 2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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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빠릅니다. 이렇게 일찍 무대 전면에 등장하리라고는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허위 이력 논란’ 등이 문제가 돼 대선 과정에서 이미 대국민 사과를 했고, ‘청와대 제2부속실 폐지’ 공약이 나올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다시 잠복한 듯한 양상입니다만 최근 일련의 활발한 행보로 미뤄 수면 위로 부상하는 건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간략히 나열해볼까요. 역대 대통령의 배우자 순차적 예방(윤석열 대통령은 정작 전임자인 문재인 대통령과 신·구 권력 충돌 중입니다), 봉하마을 참배(코바나컨텐츠 임원과 동행해 ‘비선’ 의혹을 자초했습니다), 부부 동반 영화 감상(복합 경제위기 상황에서 팝콘이라니 너무 한가로운 장면 아니냐는 지적을 낳았습니다), 팬클럽을 통한 대통령 집무실 사진 유출(제2부속실 기능을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등.

윤석열 정부도 인정하다시피 지금 국내외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국제 공급망 교란에서 오는 물가 급등세가 심각합니다. 코로나19 여파로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려는 지구촌 차원의 긴축 기조 전환이 급격히 단행되면서 동반 경기 침체를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도어스테핑(Door Stepping·출근길에 이뤄지는 대통령과 기자들의 즉석 일문일답)만으로는 복합 경제위기의 궁극적인 해법을 찾을 수 없습니다. “대통령은 처음이라… 좋은 방법이 있으면 좀 알려주시죠” 식의 답변은 자칫 우리 경제에 드리운 ‘배우자 리스크’를 인정하는 모양새로 비칩니다.

대통령 배우자의 일거수일투족은 중요합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앞으로 그 위상이 더 커질 것입니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달라진 부부관계를 반영하는 새로운 배우자상(像)의 제시 의무가 김건희 여사에게 주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최초의 사업가 출신 대통령 배우자’라는 타이틀부터가 그를 더욱 주목해서 보게 합니다. 그의 움직임 자체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결코 간단치 않다고 하겠습니다.

뭔가 미심쩍다 싶으면 훗날 꼭 사달이 나면서 진실의 퍼즐이 맞춰지는 사례를 많이 봅니다. 여야 간에 ‘피격 해수부 공무원 사망’ 사태를 두고 진실 공방이 뜨겁습니다. 대통령 말마따나 좀더 굴러갈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라는 변수가 얽혀 한계가 있었겠지만, 당시 정부 발표 등이 여러 면에서 엉성했던 것만은 분명했더랬죠. 한바탕 소용돌이가 지나가면 사건의 실체가 명명백백히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까요.

김 여사 관련해서도 시중에 돌고 있는 많은 의혹이 있습니다. “청와대에 왜 그리 들어가기 싫어했을까”가 대표적입니다. 대통령 배우자가 사인(私人)이 된다는 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데도 제2부속실을 ‘거부’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주 당연한, ‘공적 조직을 통한 배우자 관리’를 두고 시작부터 토론을 벌여야 하는 이상야릇한 상황입니다. 김 여사의 보폭은 커지는데 베일은 늘어만 갑니다.

권재현 편집장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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