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함 걷어내니 남아있는 품위..박찬욱 멜로 첫경험 '헤어질 결심'[개봉작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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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사무치는 사이면 '결심'까지 하면서 헤어져야 할까.
품위있는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 '헤어질 결심'이다.
"진짜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박찬욱 감독의 말대로라면, 어른들의 사랑이란 이토록 모호하고 불안하며 결국엔 미결 사건으로 영원히 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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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배효주 기자]
얼마나 사무치는 사이면 '결심'까지 하면서 헤어져야 할까. 품위있는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 '헤어질 결심'이다.
6월 29일 개봉하는 영화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박찬욱 감독은 이 영화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헤어질 결심'은 마치 '기생충'처럼 1부와 2부로 나눌 수 있다. 1부에서는 산에서 떨어져 죽은 한 남성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만난 '서래'와 '해준'이 의심과 호기심으로 포장된 사랑을 쌓아나간다. '해준'이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서래'를 심문하며 국밥 대신 고급 초밥을 사주는 것과 같은 장면은 '썸' 타는 남녀와 다를 바 없다. 이처럼 아이러니한 상황 속 두 사람의 아슬아슬한 감정선은 진한 스킨십 없이도 이들을 관능적으로 보이게 한다.
2부에서는 두 사람 사이에 좀 더 격한 감정이 오간다. 1부에서 관객에게 '서래'를 향한 의심을 심어놓은 박찬욱 감독은 2부에선 관객을 속이기도 하고, 배신도 하고, 마지막에 가서는 전에 없을 충격을 안긴다. "진짜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박찬욱 감독의 말대로라면, 어른들의 사랑이란 이토록 모호하고 불안하며 결국엔 미결 사건으로 영원히 남는 것이다.
탕웨이를 캐스팅하기 위해 '서래' 캐릭터를 중국인으로 설정했다는 박찬욱 감독과 정서경 작가. '서래'의 불완전한 발음과 그가 사용하는 낯선 단어들이 인물을 고전적으로 보이게 하고, 덕분에 '해준'과의 로맨스 역시 항상 신비롭다. '해준'은 '서래'의 표현에 따르면 현대인치고는 품위있는 남자이자 경찰이다. 핸드크림과 립밤을 챙겨 다니고, 아무 음식이나 먹지 않고, 범죄자를 뒤쫓을 때도 수트를 갖춰 입는다. '비누 냄새 나는 남자' 이미지로는 독보적인 박해일에게 딱 맞는 옷이다. 박해일 또한 "믿기지 않겠지만 여태껏 형사 역할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며 "아마 이런 성향의 형사 캐릭터를 기다려온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미술에 힘을 쏟는 박찬욱 감독답게 '헤어질 결심' 역시 화려한 미장센이 눈을 즐겁게 한다. 그의 세계에서는 경찰서마저 아름다운 공간이다. 138분의 러닝타임이 끝나자마자 다시 되돌려 보고 싶은 영화, 멈춰놓고 장면 하나 하나를 곱씹고 감상하고 싶은 작품. 창작자가 가장 원하는 관객의 반응이 아닐까 싶다. 15세 이상 관람가.(사진=CJ ENM 제공)
뉴스엔 배효주 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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