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습격한 의사당 가려고 전용차 운전대 탈취 시도"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2022. 6. 29.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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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마크 매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의 핵심 측근이었던 캐시디 허친슨이 28일(현지시간) 워싱턴 연방의사당에서 개최된 1·6 조사특위 청문회에 출석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난해 1월 6일 당시 행적 등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월6일 폭도들의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 의사당으로 가기 위해 경호원이 잡고 있던 대통령 전용차의 운전대를 뺏으려다 제지당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의사당 습격 사건 직전 백악관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일부 지지자가 소총으로 무장했다는 우려를 무시하고, 위험물을 소지한 참석자를 가려내기 위한 금속탐지기 사용을 중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1·6 의사당 습격 사건 당시 마크 매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의 핵심 측근이었던 캐시디 허친슨은 28일(현지시간) 하원 1·6 조사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 “트럼프, 폭력 사태 경고 무시”

허친슨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들은 상·하원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승인하는 합동회의를 열기로 한 지난해 1월6일 백악관 앞에서 지지자 집회가 열리기 전부터 폭력적인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경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회 날 아침 일부 집회 참석자들로부터 무기를 압수했다는 보고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그는 집회 장소에 도착했을 때 백악관 비밀경호국이 금속탐지기로 참석자들을 검색하는 것을 보고 “빌어먹을 금속탐지기를 치워라”라면서 “그들은 나를 해치려고 여기 온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회 참석자가 최대한 많은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이런 요구를 했다고 허친슨은 설명했다. 매도스 비서실장또한 집회 당일 일부 참석자들로부터 무기를 압수했다고 보고를 받고도 아무 반응 없이 핸드폰을 계속 들여다봤다고 허치슨은 전했다. 허친슨의 증언은 1·6 사태 당시 의사당에 난입한 집단이 평화로운 시위대였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의 주장과 달리 무리 중 일부가 무기를 소지했고,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백악관은 이미 알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 “트럼프, 전용차 운전대 탈취 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회 전부터 지지자들과 함께 의사당으로 가기 위해 전용차 운전대를 빼앗으려 할 정도로 고집을 부렸다고 허치슨은 전했다.

1·6 조사특위는 청문회에서 이와 관련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당국자들의 온라인 대화 기록을 공개했다. “거물(대통령 지칭)이 의사당으로 가고 있다. 그들이 지금 경로를 확보하고 있다”라거나 “그가 걷기를 원한다고 확인했다. 그들은 재고를 간청하고 있다” 등이다.

허친슨은 토니 오나토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당일 경호 책임자였던 비밀경호국의 로버트 엥겔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돌아올 때 상황도 여러 차례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가 빌어먹을 대통령이다. 나를 당장 의사당으로 데려가라”라고 고함을 질렀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전용 차량의 뒤 좌석에 앉아 있다가 운전대를 잡은 경호원을 밀치고 운전대를 빼앗으려고 했다는 것도 전해 들었다고 허친슨은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른 손으로 엥겔을 공격했고, 그는 대통령을 제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 “트럼프, 법무부 장관 인터뷰에 접시 던져”

허친슨은 매도스 비서실장을 비롯한 백악관 핵심 참모들이 1월6일 집회가 폭력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과 함께 의사당으로 갈까 봐 전전긍긍했다고 밝혔다. 팻 시펄로니 당시 백악관 법률 고문은 매도스 비서실장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과 함께 의사당으로 간다면 “우리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범죄 혐의로 기소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의사당 습격 사태가 벌어진 직후에도 매도스 비서실장을 찾아와 당장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야 한다면서 “뭔가 해야 한다. 안그러면 사람들이 죽을 것이고 그 피가 당신의 손에 흐를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허친슨은 밝혔다.

허치슨은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이 2020년 12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장하는 선거 사기 주장을 입증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음식이 담긴 접시를 백악관 식당 벽에 던진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복도 너머로 소음이 들렸던 기억이 난다”면서 자신이 갔을 때 대통령의 웨이터가 식당에서 테이블보를 갈고 있었고 벽에는 케첩이 흘러내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바닥엔 산산조각이 난 그릇 조각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허친슨은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의 인터뷰에 극도로 화가 나 있었고, 먹던 점심을 벽으로 집어 던졌다”면서 “나는 수건을 가져다가 벽에 묻은 케첩을 닦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트럼프 “허친슨 얘기는 가짜, 역겨운 사기”

허친슨은 1·6 조사특위 공개 청문회 공개 증언대에 처음 등장한 백악관 핵심 참모다. 미국 언론들은 1·6 사태 전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들의 언행과 관련한 허친슨은 생생한 증언에 대해 ‘블록버스터’ ‘폭탄 발언’ 등의 표현을 동원해 대서특필했다. CNN방송은 1·6 조사특위의 이날 청문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이 패배한 선거를 훔쳐서 권력을 계속 잡기 위해 의사당 습격이라는 내란을 선동·지지했으며, 다수의 백악관 참모들이 그의 계략이 불법이라고 생각했다는 특위가 세운 시나리오를 강화해 주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허친슨의 청문회 증언이 전해진 직후 자신이 만든 SNS ‘트루스 소셜’ 계정에 “나는 캐시디 허친슨이라는 사람을 알지 못하며, 내가 그에 대해 들은 얘긴 매우 부정적인 것들뿐”이라면서 “내가 의사당으로 가기 위해 백악관 리무진 운전대를 낚아채려 했다는 그녀의 가짜 이야기는 역겨운 사기”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음식 접시를 벽에 던졌다는 증언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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