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챙기는 지자체들..월세·교통비·구직활동비 등 지원 봇물
전문가들 "기회 만들어주는 데 중점 둔 장기적·체계적 지원 필요"
(전국종합=연합뉴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정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미래 세대인 청년이 없이는 지역의 미래도 없다는 절박한 상황 인식에 따른 것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의 도지사직 인수위원회는 '경기 청년학교', '경기 청년 사다리', '경기 청년 갭이어' 등 3개의 '경기 청년 찬스' 사업을 추진한다.
청년에게 직무와 진로 탐색 등의 기회를 제공하며 청년과 지역공동체가 함께 성장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정책이다.
인수위는 이재명 전 지사 때인 민선 7기에 도입돼 만족도가 높은 '청년 기본소득', '청년 면접 수당' 등도 확대·시행할 계획이다.
인천시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의 주거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월세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 청년 임차인 6천 명에게 1인당 매월 20만 원씩을 최대 12개월간 준다.
제주도 역시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청년 월세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월 최대 20만 원씩을 최장 12개월(연 240만원)동안 준다.
전북도는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와 청년층 유입 촉진을 위해 청년(만 15∼34세) 근로자에게 월 5만 원의 교통비를 지원한다. 대상은 전북지역 81개 산단에 근무하는 청년 근로자 6천100여 명이다.
익산시는 취업 준비생들의 구직 활동을 돕기 위해 최대 월 50만 원씩 6개월간 300만 원을 나눠준다. 지원금은 학원 수강료, 응시료, 교재 구매비, 면접료, 교통비, 식비 등에 사용할 수 있다.
경남도는 청년에게 저렴하고 안전한 주거공간인 '거북이집'을 공급하고 있다.
'거북이집'은 민간 노후주택을 리모델링한 뒤 생활에 필요한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책상, 옷장 등을 갖춰 만들었다. 주거비용은 보증금 100만 원과 가구별 면적에 따라 월 임대료 9만∼18만 원으로, 주변 시세의 50% 이하 수준이다.
청년들의 목돈 마련을 돕는 지자체도 느는 추세다.
부산시는 최대 540만원까지 저축액만큼을 보태주는 '부산 청년 기쁨 두배 통장'을 도입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개설 신청 닷새 만에 신청인이 3만 명을 넘어섰다.
최대 540만 원까지 저축할 수 있는 이 통장은, 저축한 만큼 부산시가 얹어주는 데다가 부산은행이 최고 5.8% 금리를 적용해 만기가 되면 최대 1천110만 원을 마련할 수 있다.
대전시는 다음 달 1∼15일 지역 청년들의 대표적인 자산형성 금융상품인 '청년 희망 통장' 신청을 받는다.
청년들이 매달 15만 원을 저축하면 대전시가 같은 금액을 더해 적립해준다. 3년 뒤 저축액과 이자를 합하면 1천100만 원가량을 받을 수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 당선인은 후보 시절 병역 의무를 이행한 청년에겐 전역과 동시에 인생 설계·진로 탐구비 20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각 지자체가 앞다퉈 내놓는 생활밀착형 청년 정책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이다.
미래 경쟁력인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해 꿈을 펼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다만 일회성 또는 선심성 정책 대신 장기적인 비전을 가진,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지원 정책이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엽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2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한국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청년세대에 대한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정책들이 각자 다른 색깔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겠지만 그 성과와 관계없이 지속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청년소득 지원과 직업을 바꿀 기회 제공 등 장기간에 걸쳐 성과를 낼 수 있는 정책들은 지자체장이 바뀌더라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면서 "이런 정책을 수립할 때 청년 세대들이 적극적으로 개입·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의 정보화가 가속화하고 지자체 선거가 활성화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한 선거 활동이 활발해졌다"며 "과거에는 40∼60대의 표심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과거 주변부에 머물렀던 10∼30대 표심이 중요해지고 청년들이 온라인상 여론 형성의 핵심 세력이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청년 지원 정책은 꿈이나 목표가 있지만 금전적인 제약 때문에 주저하는 청년들이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도록 국가나 사회가 기회를 주는 데 맞춰져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실패도 자산인 만큼 그런 정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찬흥 김상연 전지혜 양영석 한지은 조정호 이강일 김동철 기자)
sollens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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