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박해일 "박찬욱 전작 아닌 '헤어질 결심'으로 만난건 운명"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한국 신작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로맨스 스릴러다.
영화 ‘나랏말싸미’(2019) 이후 오랜만에 관객과 만나게 된 박해일은 “그동안 부지런하게 촬영해오다 1년의 공백기를 가졌다. 찍은 작품들은 꽤 있는데 관객들에게 선보이지도 못한 채 계속 촬영만 하는 게 조금 멋쩍다고 생각해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가졌다. 가장 마지막에 촬영한 작품인데 이 영화로 활동의 물꼬를 트게 됐다”며 설렌 마음을 드러냈다.
2000년대 초반, 사석에서 처음 박 감독님과 짧은 첫 만남을 가졌다는 그는 “과거부터 이어진 인연, 감독님의 흔적이 (배우로서) 누적이 된 게 있다. 이번에는 사석이 아닌 작품에서 함께 하게 됐다. 모호한 감정의 순간 순간을 만들어갈 때마다 감독님의 강한 지지를 많이 받았고, 영감을 받기도 했다. 새롭게 배운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감독님께서 시작할 때부터 '해준은 고생을 많이 해야 해'라고 하셨어요. 딱 감이 왔죠.(웃음) 몸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어요. 산과 바다로 여기저기 뛰고 또 뛰며 육체적으로도 고됐고, 아주 모순적인 인물을 연기하면서 감정 표현에 대한 고뇌가 상당했어요. 정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고생했죠.(웃음)”
그는 이 고된 과정이 배우로선 큰 행복이었다고 했다. 박해일은 “육체적인 고됨은 어느 작품에나 있고 어느 정도는 비슷하다. 무엇보다 시나리오에 어려운 신들이 보통 몇 개가 있다. 별 3개를 매겼는데 막상 현장에 가면 1개로 쉽게 풀리는 경우가 있는 반면, 5개로 더 어렵게 느껴질 때도 있다”면서 “‘헤어질 결심’은 그런 면에서 쉬운 순간이 거의 없었다. 대사를 표현하고 감정을 전하는 데 있어 어려운 장면들이 많아 어떤 신은 전날 너무 걱정이 돼 시나리오를 들고 현장에 미리 가서 무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 모든 과정이 소중한 경험이다. 성장의 밑거름이 될 거라고 믿는다. 완주했을 때 스스로 뿌듯했고 잘 버텨냈다는 안도감에 칭찬도 해줬다. 어려운 과제를 열심히 푼 뒤 얻은 성취감 같은 게 있다”고 했다.
박해일이 연기한 ‘해준’은 시경 사상 최연소로 경감의 직위에 오른 ‘에이스’지만 사망자의 아내 ‘서래’에게 마음을 사로 잡히며 혼란에 빠진다. 기존 형사물에서 봐 온 것과는 다른, 깔끔하고 예의 바른, 시적인 표현도 자주 사용하는 남다른 품위를 지닌 형사다. 박해일 특유의 섬세하고도 담백한 매력이 더해져 완성됐다.
그는 “감독님께서 ‘해준’의 직업에 대한 자긍심, 품위 있는 면을 강조하셨다. 정중하고도 품위 있고 그러면서도 대사의 맛을 살릴 수 있는 톤을 고민했고 그 외 모든 면에서 같은 결을 유지했다”며 “전작 가운데 ‘덕혜옹주’ 김장한이라는 인물을 연기했는데 (감독님께서) 그 때 나의 어떤 모습에서 해준에게 원했던 품위를 느끼셨다고 하더라. 그걸 장르물의 형사 '해준'에 맞게 표현해주길 주문했다”고 했다.
“현장에서 프로 정신이 돋보였던 감독님의 모습에서도 어떤 영감을 받았어요. 내면적인 것은 물론 외면적인 개성도 강해 의상의 디테일에도 신경을 많이 썼고요. 어떤 상황에든 준비된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주머니가 많이 달린 옷을 입었고, 예의를 중시하는 면을 보여주기 위해 운동화를 신더라도 상의는 꼭 재킷을 입었고요. 말투, 상대를 대하는 시선, 행동 하나 하나에 신경을 썼죠.”
그러면서 “상대에게 ‘사랑해’라고 직접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일반적인 로맨스라면 이 작품에서 감독이 보여주고자 한 건 에둘러 표현하면서 그 감정을 끊임없이 떠올리게 하는 거다. 때로는 가짜 감정도 던지면서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기도 하고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게 감독님이 말하는 어른들의 표현 방식”이라며 “감독님이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연출법은 관객들에게 직접 다가가 감정을 한껏 긁어 대는 식이었다면 이번엔 고양이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주인과 마주하는 듯한 식”이라고 설명했다.
“‘헤어질 결심’은 서서히 알아서 관객들이 주인공들의 곁으로 다가와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고 느끼게 하도록 만든 것 같아요. 관객들을 보다 가까이에 두려는 방식이랄까요? 그게 너무 좋았기 때문에 이 작품에 참여했고 최대한 즐기고자 했어요. 실제로 그랬고요.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님을 만난 게 정말 다행이고 행복해요. 하하!”(인터뷰②에 계속)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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