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로부터 자유로운 바다는 없다"

글·사진=송영규 선임기자 2022. 6. 2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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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청소부' 고스트다이빙코리아 박승규 대표
하루 200~300kg, 많을 땐 1t 수거
배로 2시간 거리 홍도에서도 나와
다이버 안전 위해 활동 시작했지만
바닷속 수많은 생명 죽음 목격해
해법은 잘 버리고 잘 처리하는 것
박승규 고스트다이빙코리아 대표
[서울경제]

“바닷속에서 정화 활동을 하다 보면 쓰레기가 하루 200~300㎏, 심할 때는 톤 단위로 나올 때도 있습니다. 흔히 청정 바다로 여겨지는 곳 역시 쓰레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죠. 독도나 통영에서 배를 타고 2시간 이상 가야 만날 수 있는 홍도에서도 해양 쓰레기는 나옵니다.”

‘바다 청소부’로 불리는 고스트다이빙코리아의 박승규(42·사진) 대표는 28일 서울 학동 커피숍에서 서울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쓰레기로부터 자유로운 바다는 없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2017년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설립된 고스트다이빙코리아는 바닷속에 있는 폐그물이나 폐통발 등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는 전문 다이버들의 단체로 현재는 약 30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에는 해양수산부 산하 민간 단체로 등록이 되기도 했다.

박 대표에게 바다만큼 아름다운 곳은 없다. 눈부시게 푸른 물결, 붉은 낙조, 수많은 물고기가 노니는 바닷속 모두 매혹적이다. 단 멀리서 볼 때만 그렇다. 가까이 가면 쓰레기들로 넘쳐 난다. “다가가지 않으면 보이지 않습니다.” 그가 항상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해양 쓰레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다이버들의 안전 때문이다. 바닷속에 처음 들어가는 다이버들은 시야가 좁아 주위를 살피지 않고 잠영에만 집중한다. 이때 폐그물과 같은 것을 만나면 큰 위험이 될 수밖에 없다. 그는 “처음에는 우리도 그냥 지나치고는 했지만 다이버 교육 장소에 갈 때마다 위험 요소를 자주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수거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며 “이 과정에서 멍게나 물고기 등 많은 해양 생물들이 죽임을 당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가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은 사람들이 바다에 버리는 쓰레기들로 인한 ‘죽음의 악순환’이다. 버려진 통발 속에 물고기가 들어가면 빠져 나오지 못해 죽게 되고 이것이 다른 물고기를 통발 속으로 불러들이는 미끼 역할을 하게 된다. 일명 ‘고스트 피싱(유령 어업)’이다. 물고기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폐그물이 바위를 덮고 해류에 밀려 이리저리 흔들리면 멍게나 말미잘과 같은 부착 생명체들도 죽임을 당할 수 있다. “실제로 버려진 통발을 보면 물고기 사체만 있는 게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체들도 상당수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인간에 의한 불필요한 죽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죠.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박승규 대표

쓰레기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폐그물과 폐통발, 낚싯줄부터 플라스틱병 등 해양과 육지에서 발생하는 온갖 종류의 것들이 다 모인다. 바닷속에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할 것들도 발견된다. 심지어 자전거나 냉장고까지 끌어올린 적이 있다고 한다.

물속만이 문제가 아니다. 해변도 쓰레기로 몸살을 앓기는 마찬가지. 그중에서도 폭죽 탄피와 같은 쓰레기는 아무리 청소를 해도 끝이 없이 나온다고 한다. 그는 “해변에 앉아서 반경 1m만 뒤져도 폭죽 탄피 수백 개를 찾을 수 있다”며 “경포와 제주도같이 관광객이 많은 곳의 해변 쓰레기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에게 폭죽이란 ‘본인들의 추억을 쌓기 위해 쓰레기를 쌓은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간단하다. ‘잘 버리고 잘 처리하자.’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고 지정된 장소에 버리는 것,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것 등등 일상 속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리사이클링·업사이클링 제품에 대한 인식도 바꿔야 한다는 게 박 대표의 지론이다. “재활용품은 처리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비쌀 수밖에 없어요. 해양 쓰레기는 탈염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특히 그렇죠. 이러다 보니 사람들이 비싸다고 잘 사지 않습니다.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당장은 비쌀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미래 세대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해양 쓰레기를 어민 탓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 박 대표는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부의 돌출 행동이 있을 수는 있지만 대부분 해양 쓰레기 방지에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어구를 바다에 버리는 행위를 신고하는 것도 어민이고 쓰레기 수거에 앞장서는 것도 어민들”이라며 “오히려 근해 어민들의 상업적 어업보다 태평양 한가운데서 쓰레기를 버리는 기업적 어업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글·사진=송영규 선임기자 sk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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