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재인 늘어 韓 사법 역량 커지기를"

천민아 기자 2022. 6. 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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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 한 마리가 봄을 가져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저를 시작으로 국제사회에서 활동하는 전담 중재인이 꾸준히 늘어난다면 국내 법조계의 사법 역량이 한층 커질 수 있을 것입니다."

박은영(57·사법연수원 20기) 김앤장 변호사는 27일 서울 종로구 크레센도빌딩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국제중재법원 '전담 판사'로 나서게 된 의미를 '국내 사법 역량 강화를 위한 출발점'으로 표현했다.

박 변호사는 첫 국제중재 판사로의 출발이 국내 사법 역량 강화에도 이바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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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국제중재 전담 판사 박은영 변호사
수출 중요한 韓, 중재인 필요 커져
문화·역사·경영 등 소양 갖춰야
억대 연봉 포기하고 '좁은 문' 향해
국내 사법 서비스 세계 전파 노력
‘국제중재’ 첫 전담 판사인 박은영 변호사가 27일 서울 종로구 김앤장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2022.06.24
[서울경제]

“제비 한 마리가 봄을 가져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저를 시작으로 국제사회에서 활동하는 전담 중재인이 꾸준히 늘어난다면 국내 법조계의 사법 역량이 한층 커질 수 있을 것입니다.”

박은영(57·사법연수원 20기) 김앤장 변호사는 27일 서울 종로구 크레센도빌딩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국제중재법원 ‘전담 판사’로 나서게 된 의미를 ‘국내 사법 역량 강화를 위한 출발점’으로 표현했다. 수출이 국가 성장을 좌우하는 우리나라 경제 특성상 국제중재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으나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는 국제중재 전담 판사는 박 변호사 전까지 전무했기 때문이다. 국제중재는 서로 다른 법과 제도하에 있는 국제 상거래 분쟁 당사자들이 판사 역할을 하는 중재인을 선임해 판정을 받는 절차를 뜻한다. 법률뿐 아니라 국가별 문화와 역사, 경영 마인드 등을 복합적으로 감안해야 하는 특성을 지닌다. 일종의 ‘종합예술’이라 해당 국가의 상황을 아는 국제중재인이 많을수록 법적 대처나 법리 싸움에 유리하다. 특히 최근에는 국제 상거래를 넘어 영토 분쟁이나 전쟁배상금 결정 등까지 대상 분야가 확대되는 추세다. 박 변호사가 6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국가대표’이자 ‘국제중재 분야 해외 개척자’로 자처하고 나서는 이유다.

박 변호사는 “1998년 브라질 측이 기아자동차를 상대로 수조 원대 소송을 냈을 당시 외국인 중재인이 한국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곤혹스러운 일을 겪은 적도 있다”며 “브라질은 기아자동차가 국내 정서상 의례적으로 쓴 ‘귀사의 협력과 조력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문구를 증거로 제시하며 본인들이 문제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감사를 뜻하는 단어를 소송상 책임 소재를 기아자동차 측에서 인정하는 뜻으로 해석해 제시한 것이다. 당시 박 변호사는 한국·서양 비즈니스 문화를 오랫동안 연구한 경영학 박사를 증인으로 부른 끝에 외국 중재인을 설득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박 변호사는 “중재 변호사의 길로 들어선 후 맡은 첫 사건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무엇보다도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억울하게 좌천된 파견 직원들의 정당성이 명백하게 드러났을 때 그들과 기쁨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국제중재’ 첫 전담 판사인 박은영 변호사가 26일 서울 종로구 김앤장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2022.06.24

하지만 박 변호사에게도 김앤장을 떠나 국제중재 전담 판사에 도전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이름난 고소득 직장인 데다가 25년 가까운 세월을 국제중재팀에서 일하며 입지를 다져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펌에 소속된 상황에서 판사 격인 중재인을 계속 겸임하기에는 중립성 문제가 걸림돌이 됐다.

박 변호사는 “같은 로펌에 소속된 변호사 1000여 명 중 단 한 명이라도 관련 기업에 자문을 한 적 있었다면 중재인으로 선임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최근 동유럽에서 특별재판부에 임명돼 상당히 어려운 사건을 맡은 적이 있었는데 잘 해결되면서 느꼈던 보람 때문에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첫 국제중재 판사로의 출발이 국내 사법 역량 강화에도 이바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국 경찰이 크로아티아에 치안 서비스를 컨설팅한 사례처럼 국내 우수한 사법 서비스도 수출이 가능하다는 게 박 변호사의 생각이다. 박 변호사는 “전담 중재인을 양성하고 또 국내 사법 서비스를 해외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불모지였던 국내 국제중재 분야를 개척한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1994년 서울지법 판사로 임관했다가 돌연 김앤장으로 옮겨 당시만 해도 미개척지였던 국제중재 분야를 담당해 25년간 파고들었다. 특히 박 변호사는 한국인 최초로 런던국제중재법원(LCIA) 상임위원에 선임된 데 이어 3년 만에 만장일치로 부원장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천민아 기자 mi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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