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7월 1일

그날도 요즘처럼 한반도는 장마가 한창이었다. 아내의 가는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줬다. 성당에서의 아내와 결혼식을 앞두고 시집 한 권을 선물했다. 백거이 시인의 시집 '비파행'(다산초당). 백거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두보나 이백과도 어깨를 견준 중국 당시대 대시인이다. 수록작 가운데 '아내에게'라는 시가 있다.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사람이 나서 죽기 전까지/ 육신의 존재를 잊을 수 없고/ 먹고 입으며/ 배부름과 따스함 바라겠지./ 굶주림은 나물로 때우면 그만이지/ 어찌 기름진 음식이 필요하며/ 거친 솜옷으로 추위만 막으면 되지/ 어찌 비단에 무늬가 필요하리./ 그대 집에 내려오는 가르침에도/ 청렴결백을 자손에게 전하라 하니/ 나 또한 정절을 지키는 근면한 선비로서/ 그대와 새로 부부가 되었으니/ 모쪼록 소박함을 지키며/ 기쁜 마음으로 해로하길 바라네."
군대 이야기만큼이나 재미 없는 남 결혼 이야기를 구구절절 풀어 놓은 것은 '일자성' 때문이다. 아내와 나의 결혼일은 7월 1일. 남은 한 해 절반을 새롭게 시작하는 것처럼, 결혼으로 새 삶을 출발하겠다는 각오 속에 7월 1일을 혼삿날로 정했다. 그해 7월 1일이 특별했던 사람들은 또 있다. 2006년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선인들이다. 그들도 그해 7월 1일부터 당선인 신분을 벗고 의원이나 자치단체장, 교육감 등이 됐다. 결혼 16년차 나는 여전히 그해 여름 우중 복판에서 신혼여행을 떠난 분과 동고동락중이다.
나의 결혼식과 같은 날 제5대 천안시의회 24명 의원들이 4년 임기를 시작했다. 그들 중 현재도 정치를 계속하는 이들은 절반쯤 될까? 몇몇은 시의원 경력을 발판 삼아 더 큰 도전에 나섰다가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아예 정치와 결별하고 지역을 등진 이도 있다.
사흘 뒤 7월 1일이면 전국에서 4000명 넘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선인들이 당선인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첫 발을 내딛는다. 어떤 이유에서든 선거에서 그들을 선택해 부부가 된 유권자와 정치인들은 4년 뒤 "모쪼록 소박함을 지키며 기쁜 마음으로 해로"했다고 회고할 수 있을까? 정치는 짧고 인생은 길다. 그리고 결혼은 단기투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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