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어령 선생 '마지막 노트' 책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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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말은 무엇인가. 지상에는 없는 말, 어느 맑은 영혼이 새벽 잡초에 떨어진 그런 말일 것이다. 죽음이 죽는 순간 알게 될 것이다."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지난 2월26일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 마지막으로 쓴 글이다.
"스스로 생각해온 88년, 병상에 누워 내게 마지막에 남은 것은 무엇일까 한참 생각했다. '디지로그' '생명자본'에 이은 그것은 '눈물 한 방울'이었다"고 밝히고 있는 이 책은 사실상 그의 유일한 자서전이자 회고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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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목전 두고 전한 '눈물 한 방울'
삶 반추·죽음 독대 마지막 노트 공개
2019년 10월부터 마지막 3년의 기록
부인 강인숙 관장 "그 사람 전부 담겨"
검정 노트에 시·수필 중 110편 실려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나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말은 무엇인가. 지상에는 없는 말, 어느 맑은 영혼이 새벽 잡초에 떨어진 그런 말일 것이다. 죽음이 죽는 순간 알게 될 것이다.”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지난 2월26일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 마지막으로 쓴 글이다. 그는 올해 1월23일 새벽 검정 노트를 꺼내 죽음에 대한 단상을 이렇게 적었다.
‘시대의 지성’ 이어령 선생의 생애 마지막 노트가 책으로 엮어 나온다. 죽음을 목전에 둔 이 전 장관이 병상에서 남긴 미공개 육필원고를 엮은 유고집 ‘눈물 한 방울’(김영사)이다. 2019년 10월24일부터 올 1월23일 새벽까지 27개월간 쓴 선생의 마지막 기록이다.
고세규 김영사 대표는 “지난 1월 고인이 출판사에 연락을 해 만남을 갖게 됐다”며 당시 고인이 자신을 불러 ‘이 노트는 내가 사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만든 것인데 원한다면 이 노트를 책으로 만들어보라’고 했다고 출간 배경을 설명했다.
고인이 병상에서 쓴 147편의 시·수필 중 엄선한 110편에 손수 그린 그림을 함께 담았다. 고인이 쓴 육필은 타이핑해 순서대로 옮겼고 중간 중간 그린 그림은 그대로 실었다. “스스로 생각해온 88년, 병상에 누워 내게 마지막에 남은 것은 무엇일까 한참 생각했다. ‘디지로그’ ‘생명자본’에 이은 그것은 ‘눈물 한 방울’이었다”고 밝히고 있는 이 책은 사실상 그의 유일한 자서전이자 회고록이 됐다.
강 관장은 “육필원고를 보면 거기에는 사람이 보인다”며 “건강 상태라든가 그 사람의 전부가 나타나 있기 때문에 문학자료로도 귀중하다. (고인이) 더블클릭이 안 되고 (컴퓨터) 전자파 때문에 할 수 없이 쓴 것이 이 노트고 육필원고”라고 의미를 더했다. 이어 그는 “노트를 읽다 보면 혼자 저승으로 가야 하는 인간의 외로움이 배어 있다”며 평소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내보이지 않았던 이 전 장관이 두 차례 크게 운 적이 있다고도 회상했다.
이날 자리에선 고인의 육필원고 원본이 공개됐다. 2cm 두께의 검은색 노트에는 고인이 직접 쓴 글과 그림이 빼곡하게 담겼다. 강 관장은 “육필원고는 표정을 갖고 있다”며 “노트를 보면 그의 아픔, 외로움, 고통이 모두 보인다”고 덧붙였다.
고인이 전하려 한 마지막 말은 ‘눈물 한 방울’이다. 고인이 건강악화로 글을 쓸 수 없게 돼 육성으로 출판사에 전한 서문에는 “자신을 위한 눈물은 무력하고 부끄러운 것이지만 나와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힘 있는 것”이라며 “인간을 이해한다는 건 인간이 흘리는 눈물을 이해한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이 전 장관은 2017년 간암 판정을 받은 뒤 항암 치료를 거부한 채 집필에 몰두했고 수많은 원고를 썼다. 유족 측은 이번 책에 포함되지 않은 37편의 글을 비롯해 이 전 장관이 남긴 각종 원고를 묶어 따로 책을 낼 가능성도 내비쳤다. 내년 2월 이 전 장관의 1주기 때는 영인문학관 서재도 외부에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강 관장은 “정리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며 “이곳저곳에 (고인이) 메모해놓은 것이 많은데 아직은 이를 정리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김미경 (midor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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