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회계투명성 순위 추락, 이유는 오스템·우리은행 횡령 탓?

권유정 기자 2022. 6. 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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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D 발표 순위 5년 만에 하락
연이은 횡령 사태에 발목
상장사·감사인 갈등 영향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하는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 순위가 5년 만에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회계업계에서는 신(新)외부감사법 도입으로 IMD의 회계투명성 순위가 상승해왔다고 주장해왔는데 신 외부감사법이 시행된 후 처음으로 회계투명성 순위가 하락한 것이다. 연초 오스템임플란트(048260)를 시작으로 클리오(237880), 우리은행 등 주요 기업에서 횡령이 발생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바라보는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이 악화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딜로이트안진(우리은행 외부감사인) 등 대형 회계법인이 외부감사를 했음에도 횡령을 제대로 막지 못한 것이 국제 사회의 신인도에까지 영향을 준 것이라는 의미다.

신 외감법은 회계법인이 좀 더 꼼꼼하게 상장회사들의 감사를 진행할 것으로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부담을 느낀 상장사들은 신외감법이 실효성이 없다고 반발해왔다. 이런 와중에 회계업계에서 신 외감법의 실효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사용됐던 IMD 회계투명성 순위까지 하락해 회계업계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스위스국제개발대학원(IMD)가 발표한 한국의 기업 효율성 분야 평가 지표. /IMD 제공

28일 IMD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63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회계투명성(Auditing and accounting practices) 평가에서 한국은 5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64개국 중 37위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16계단 아래로 밀려났다. 한국의 회계투명성 순위는 2017년 63개국 중 63위로 꼴찌에서 2018년 62위, 2019년 61위, 2020년 46위로 4년 연속 상승했다.

IMD는 1989년부터 주요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를 경제 성과·정부 효율성·기업 효율성·인프라 4개 분야, 20개 부문별로 평가하고 있다. 전년도 통계 데이터와 별도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순위를 매기는데, 조사 대상 수는 매년 바뀐다. 기업의 회계, 감사 등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평가하는 회계투명성 지표는 기업 효율성(Business Efficiency) 분야의 경영 관리 부문에 포함돼 있다.

그동안 IMD의 회계투명성 순위는 신외감법의 성과를 뒷받침하는 주요 근거로 자주 등장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를 주축으로 한 회계업계와 학계에서는 신외감법 도입이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고 언급해왔다. 절대적인 평가 기준은 아니지만,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은 만큼 순위 상승은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회삿돈 614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우리은행 직원 A씨의 공범인 친동생이 5월 6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 연합뉴스

업계에선 연초 오스템임플란트(048260)를 시작으로 클리오(237880), 우리은행 등 주요 기업에서 연달아 발생한 횡령 사태가 순위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기업 횡령의 일차적인 책임은 부실한 내부관리시스템에 있지만 외부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일부는 대형 분식회계를 막기 위해 도입된 신외감법 무용론이 나오기도 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회계사는 “한국의 회계투명성이라는 게 결국에는 국내 기업들이 회계 처리를 얼마나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며 “하필 횡령 사건이 줄줄이 터지고, 사회적으로도 기업 부정 회계가 이슈가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평가 과정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반영됐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신외감법이 도입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계속되는 재계와 회계업계 갈등이 순위를 더 끌어내렸을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정량적인 통계 데이터 외에도 설문답변이 순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는 만큼, 회계업계에 대한 기업들의 불만이 답변에 반영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신외감법 이후 감사 보수는 늘었지만, 감사 품질이 제고됐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한편, 올해 IMD가 조사한 우리나라의 종합 국가경쟁력 순위도 지난해 23위에서 27위로 4계단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경쟁력 순위가 후퇴한 것은 2018년(2017년 29위에서 2018년 27위) 이후 4년 만이다. 회계투명성 등 기업 효율성 부문이 낮은 평가를 받고, 재정 건전성 악화로 경제 성과(Economic Performance) 부문 순위가 크게 밀린 것이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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