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 아닌 권고일 뿐"..중대재해법 이후 늘어난 '선 긋기' 관행
[앵커]
앞서 YTN이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발전사에 우후죽순 들어선 감시 카메라 문제를 지적했는데요.
발전사에는 이뿐만 아니라 요즘 하청업체와의 '선 긋기'도 부쩍 늘어났다고 합니다.
안전사고가 일어나면 불똥이 회사로 튀지 않도록 하는 데만 골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준엽 기자입니다.
[기자]
"이따가 저녁에 시간 되시면 소주 한잔 하실래요?"
고 김용균 씨가 숨진 태안화력발전소가 속한 발전공기업이 1억3천만 원 넘게 들여 인터넷에 만들어 올린 영상입니다.
실제 산재 사례를 각색해 안전 경각심을 일깨운다는 취지인데,
노동자가 딴생각하다 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현장 작업자가 권한이 없는 부분을 마음대로 판단하다가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조성애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국장 : 실제로는 몇 개를 실어서 어떻게 납품할지가 사전에 다 결정된 사안이거든요? (영상) 한 3분의 1 정도는 그런 노동자의 과실이나 노동자의 부주의나, 그리고 사실과 좀 다른 내용으로 만들어진 게 있다고 보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 반년, 발전사엔 이 같은 '사고 책임 선 긋기'가 한창입니다.
하청에 재하청까지 복잡하게 얽힌 구조 속에서 본사는 사업 발주만 하고 책임은 하청업체나 작업자 스스로 지도록 관계를 재설정하는 겁니다.
실제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를 법적으로 꼼꼼히 비교하는 발전사 내부 공문을 YTN이 확보해 들여다봤습니다.
시공을 주도해 총괄하고 관리하는지에 따라 양쪽이 구분되는데,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에서 도급인에게는 안전책임을 묻지만 발주자에게는 묻지 않습니다.
이렇다 보니 현장에선 본사와 하청업체 직원이 한데 섞여 일하는데도 어떻게든 업무에 관여하지 않는 발주자 지위를 적용하려다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집니다.
단체 대화방에서 본사 소속 과장이나 팀장이 현장 안전 문제를 지적하면서 '부탁합니다', 또는 '권고합니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하청업체는 이를 복사한 뒤 다른 하청업체들이 속한 또 다른 단체 대화방에 그대로 전하거나 때론 '강력히' 권고하기도 합니다.
과거 발전사 본사 로고가 선명하게 찍혔던 안전작업허가 서류에서도 어느 순간 로고가 사라졌습니다.
하청업체들은 기존 본사 인력이 맡았던 안전 관리 인력을 대체하는 작업이 한창인데, 기존 노동자에게 '작업관리자'라는 직책만 추가로 맡겨 현장에 투입하기도 합니다.
[A 씨 / 한국서부발전 산하 발전소 노동자 : (원청-하청이) 혼재 작업을 하던 걸 분리작업을 하는 조치가… 분해정비를 했다고 통보하면 (원청인) KPS에서 너희는 우리랑 같이 정비한 게 아니다. 너희는 작업 준비랑 청소만 한 거다….]
제2의 김용균을 막기 위한 발전소의 중대재해처벌법 대책이 현장 안전 개선보다는 책임 회피에 초점이 맞춰진 게 아닌지 살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YTN 이준엽입니다.
YTN 이준엽 (leej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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