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나를 돌아보는 생각의 공간

2022. 6. 29.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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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1분 동안 수십가지 생각을 한다고 한다.

동서양에서 유명한 조각 작품을 각각 하나씩 뽑으라고 한다면 필자는 국보 83호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과,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후 연못 옆에서 식사와 공연을 할 수 있는 '사담', 수목원의 급수시설을 조각 작품처럼 보이게 하고 산과 별을 볼 수 있도록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한 '첨단', 표면이 녹슬어 있는 코르텐강으로 만들어진 빛과 바람의 공간 '와사'가 차례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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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알바로 시자의 작품. 경북 군위에 자리한 사유원의 소요헌에 설치돼 있다.

사람들은 1분 동안 수십가지 생각을 한다고 한다. 심지어 잠을 잘 때 생각이 엉켜져 꿈이 되기도 한다. 현대인이 무언가를 취미 삼는 것도 어쩌면 일상 속 숱한 잡념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동서양에서 유명한 조각 작품을 각각 하나씩 뽑으라고 한다면 필자는 국보 83호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과,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학창시절 교과서에 등장하는 작품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두 작품은 생각에 잠긴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다른 점도 존재한다. 국립중앙박물관 단독 공간에 전시된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고요하고 평온한 표정을 한 채 세상의 생각을 덜어낸 상태로, ‘지옥의 문’이라는 작품의 일부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세상의 모든 고뇌를 짊어진 상태로 해석해볼 수 있겠다.

최근 경북 군위에 자리한 사유원에 다녀왔다. 이곳이 조성된 까닭이 꽤 흥미롭다. 한 철강회사 대표가 오래된 모과나무가 부산항에서 불법으로 일본에 팔려나가자 이를 막기 위해 수목을 가꾸고 관리하기 적합한 땅으로 이곳을 점찍어 놓으면서 역사가 시작됐다. 수목원과 어울리는 건축물이 즐비해 건축사와 건축학도 사이에선 꼭 한번 가봐야 할 명소로 꼽힌다. 누구라도 이곳에 오면 산속의 숲길을 걷고 나무를 보며 사유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수목원이 조성되는 과정은 중장기 계획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필요에 따라 시나브로 이뤄졌다. 모과나무를 식재한 후 수목원을 관찰하고 관리하고자 승효상 건축사를 불러 ‘현암’이라는 이름의 첫번째 건물을 지었다. 이후 연못 옆에서 식사와 공연을 할 수 있는 ‘사담’, 수목원의 급수시설을 조각 작품처럼 보이게 하고 산과 별을 볼 수 있도록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한 ‘첨단’, 표면이 녹슬어 있는 코르텐강으로 만들어진 빛과 바람의 공간 ‘와사’가 차례로 들어섰다. 땅속에 파묻힌 작은 연못 ‘명정’에서는 현생과 내생을 묵상한 후 좁은 통로로 올라오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파주 미메시스 아트뮤지엄과 안양예술공원의 파빌리온,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등 국내에도 여러 작품을 선보인 포르투갈의 건축거장 알바로 시자가 설계한 건축물도 눈에 띈다. 우주와 하나가 돼 편안하게 거닌다는 뜻의 ‘소요헌’은 빛과 어둠이란 소재를 자연스럽게 바라보게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특정한 종교를 표현하기보다는 누구든지 기도하고픈 마음이 들도록 한 곳이다. ‘소대’는 사방을 훤히 내다볼 수 있는 전망대다. 어두운 계단을 한참 지나면 수목원 전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언젠가 머릿속이 세상의 삿된 잡념으로 가득 차게 된다면 사유원에 다시 가서 생각을 조금 덜어내고 와야겠다.


박정연 건축사 (그리드에이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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