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경 왕'으로 불렸다는 靑 행정관의 해경 농단
2년 전 서해에서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수부 공무원 사건 당시 “월북에 방점을 두고 수사하라”는 청와대 지침을 해경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행정관이 해경 인사(人事)에도 전방위로 개입했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그가 해경 간부에게 전화해 “앞으로 모든 인사를 나와 상의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고, 전·현직 해경청장 인사에도 관여했다는 것이다. 해경 간부들이 그에게 줄을 서면서 ‘해경 왕’으로 불렸다고 한다. 이 행정관은 민주당 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김홍희 전 해경청장이 2020년 3월 치안정감을 건너뛰어 해경청장에 임명되는 과정에도 이 행정관의 입김이 있었다고 한다. 한 번에 두 계급 승진해 청장이 된 건 해경 역사상 김 전 청장이 처음이었다. 해경 내부 증언에 따르면 김 전 청장은 이 행정관과 가까운 해경 간부를 통해 로비를 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6개월 뒤 발생한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해경은 월북 증거가 없는데도 “자진 월북으로 판단된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서둘러 발표했다. 이런 청와대 지침대로 수사한 수사팀 간부들도 나중에 줄줄이 승진했다. 청와대 행정관 한 명이 1만4000명의 국가 조직인 해경을 마음대로 주무른 셈이다.
해경은 세월호 참사 이후인 2014년 11월 해체됐다가 문재인 정권에서 부활됐다. 심기일전해도 모자랄 텐데 청와대 행정관 눈치를 보며 뒤에서 이런 일을 벌였다. 그런 해경을 두고 작년 9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해양경찰의 날’ 기념식 축사에서 “해경이 강인하고 유능한 조직으로 거듭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정권에서 청와대 행정관들의 월권과 일탈은 ‘해경 왕’뿐만이 아니었다. 정권 초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이 인사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하자 육군참모총장이 영외로 달려나가 만나는 일도 있었다. 이 행정관은 이 만남이 끝난 뒤 청와대로 돌아올 때 장성 후보자 인적 사항 자료를 분실하기도 했다. 선임행정관 한 명은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금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됐다. 아무리 청와대에 근무한다고 해도 행정관은 실무자일 뿐이다. 문 정권 청와대 행정관들의 ‘왕 노릇’과 거기에 놀아난 국가기관들의 실태에 혀를 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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