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박용]위기론마저 인플레, 국민만 불안하다
박용 부국장 2022. 6. 29.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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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지방선거가 끝나자 새 정부 내에서 '경제 위기' 경고가 쏟아진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지금 집에 창문이 흔들리고 마당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거 못 느끼느냐"며 "경제 위기를 비롯한 태풍 권역에 우리 마당이 들어와 있다"고 했다.
선거 승리에 도취될 때가 아니라는 인식에서 나온 얘기라지만, 민생을 책임지는 대통령이 '경제 위기'를 입에 담을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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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키운 당정과 중앙은행 오판
자성 없이 면피성 위기론만 남발
자성 없이 면피성 위기론만 남발
6·1지방선거가 끝나자 새 정부 내에서 ‘경제 위기’ 경고가 쏟아진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지금 집에 창문이 흔들리고 마당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거 못 느끼느냐”며 “경제 위기를 비롯한 태풍 권역에 우리 마당이 들어와 있다”고 했다. 선거 승리에 도취될 때가 아니라는 인식에서 나온 얘기라지만, 민생을 책임지는 대통령이 ‘경제 위기’를 입에 담을 일은 아니다.
관료들은 한술 더 뜬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복합위기가 시작됐다”며 위기를 기정사실화하더니 ‘경제 전쟁의 대장정’과 같은 정치적 수사까지 동원했다. 방기선 기재부 제1차관은 “위기와 재난이 동시다발적으로 몰려오는 ‘블랙 타이드(검은 파도)’ 시대”라고 거들었다.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마저 “미증유의 ‘퍼펙트 스톰’이 밀려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정도면 위기론마저 인플레다.
‘경제가 살얼음판’이라던 윤 대통령은 글로벌 경기침체나 고금리 문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대처할 방도가 없다” “근본 해법을 내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엄중한 위기 인식에 비해 맥이 탁 풀린다. 위기 징후를 경고하는 건 지도자들의 당연한 책무이지만 대책 없이 위기론만 남발하면 국민들은 동요하고 경제는 더 불안해진다. 과도한 위기감이 더 큰 위기를 부르는 ‘자기실현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데 위기 앞에서 냉철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정부발 위기론’이 허망한 건 자기반성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상반기 물가상승률이 2%를 넘었는데도 하반기엔 안정될 것으로 낙관했다.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는 돈 풀기 정책도 멈추지 않았다. 고물가에 우크라이나 전쟁 탓을 하지만 대선 후보들은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도 수백조 원의 돈 풀기 공약을 거두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직전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1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고,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2차 추경을 단행했다. 이러고도 고물가가 잡히길 바라는 건 이율배반이다.
위기가 온다면서 막상 대비는 부실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국 경제는 가계부채와 가용 외환보유액 부족을 물고 늘어지는 외신 공격에 시달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대응을 지휘했다. 그런 수모를 겪고도 가계부채는 빠르게 늘어났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104.3%)은 국제금융협회 조사 대상 36개국 중 가장 높다. 4월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 중 77.3%가 금리 인상에 취약한 변동금리 대출이다. 빚내서 집 사게 만든 것도 모자라 금리 인상에 취약한 대출구조마저 방치해놓고 ‘위기 타령’을 한다.
위기 앞에서 남 탓하는 고질도 여전하다. 집값 급등과 고물가의 씨앗을 뿌린 더불어민주당은 “경제 앞에서만 작아지는 대통령”이라며 100일도 안 된 새 정부를 때린다. “국민은 숨이 넘어간다”는데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는 개점휴업이다. 잔칫상을 차려준 정부가 돌변해 ‘파티가 끝났다’며 방만한 공공부문 개혁을 외치고, ‘이자 장사’를 하는 은행을 때리고, 기름값을 크게 내리지 않는 정유회사를 압박한다. 민간에 책임을 전가하고 매품팔이를 찾는 건 위기마다 반복된 일이다. 23일 별세한 조순 전 부총리는 2016년 본보 인터뷰에서 “우리 정치는 책임을 안 지는 제도를 갖고 있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안 될 것”이라고 한탄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면피성 위기 경고 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관료들은 한술 더 뜬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복합위기가 시작됐다”며 위기를 기정사실화하더니 ‘경제 전쟁의 대장정’과 같은 정치적 수사까지 동원했다. 방기선 기재부 제1차관은 “위기와 재난이 동시다발적으로 몰려오는 ‘블랙 타이드(검은 파도)’ 시대”라고 거들었다.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마저 “미증유의 ‘퍼펙트 스톰’이 밀려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정도면 위기론마저 인플레다.
‘경제가 살얼음판’이라던 윤 대통령은 글로벌 경기침체나 고금리 문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대처할 방도가 없다” “근본 해법을 내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엄중한 위기 인식에 비해 맥이 탁 풀린다. 위기 징후를 경고하는 건 지도자들의 당연한 책무이지만 대책 없이 위기론만 남발하면 국민들은 동요하고 경제는 더 불안해진다. 과도한 위기감이 더 큰 위기를 부르는 ‘자기실현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데 위기 앞에서 냉철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정부발 위기론’이 허망한 건 자기반성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상반기 물가상승률이 2%를 넘었는데도 하반기엔 안정될 것으로 낙관했다.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는 돈 풀기 정책도 멈추지 않았다. 고물가에 우크라이나 전쟁 탓을 하지만 대선 후보들은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도 수백조 원의 돈 풀기 공약을 거두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직전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1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고,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2차 추경을 단행했다. 이러고도 고물가가 잡히길 바라는 건 이율배반이다.
위기가 온다면서 막상 대비는 부실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국 경제는 가계부채와 가용 외환보유액 부족을 물고 늘어지는 외신 공격에 시달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대응을 지휘했다. 그런 수모를 겪고도 가계부채는 빠르게 늘어났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104.3%)은 국제금융협회 조사 대상 36개국 중 가장 높다. 4월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 중 77.3%가 금리 인상에 취약한 변동금리 대출이다. 빚내서 집 사게 만든 것도 모자라 금리 인상에 취약한 대출구조마저 방치해놓고 ‘위기 타령’을 한다.
위기 앞에서 남 탓하는 고질도 여전하다. 집값 급등과 고물가의 씨앗을 뿌린 더불어민주당은 “경제 앞에서만 작아지는 대통령”이라며 100일도 안 된 새 정부를 때린다. “국민은 숨이 넘어간다”는데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는 개점휴업이다. 잔칫상을 차려준 정부가 돌변해 ‘파티가 끝났다’며 방만한 공공부문 개혁을 외치고, ‘이자 장사’를 하는 은행을 때리고, 기름값을 크게 내리지 않는 정유회사를 압박한다. 민간에 책임을 전가하고 매품팔이를 찾는 건 위기마다 반복된 일이다. 23일 별세한 조순 전 부총리는 2016년 본보 인터뷰에서 “우리 정치는 책임을 안 지는 제도를 갖고 있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안 될 것”이라고 한탄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면피성 위기 경고 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박용 부국장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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