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 호시절 끝? 4대금융 시총 한달새 11조 증발

김은정 기자 2022. 6. 2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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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까지 나홀로 상승했지만
'이자장사' 직격탄 맞으며 추락
코스피 하락률보다 큰 -15%
빚투·영끌 감소도 은행주엔 악재
23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앞에 대출 상품 홍보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한 이후 은행들의 대출 금리 인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5월까지 승승장구하던 은행주 상승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연합뉴스

올 들어 5월까지만 해도 외국인들의 매수세 속에 ‘나 홀로 강세’를 보이던 4대 금융 그룹주가 이달 들어 급락하고 있다.

연초 이후 5월 말까지 코스피 지수가 10% 가까이 떨어지는 동안,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 주가는 평균 15.5% 올랐다. 그런데 최근 한 달간 이들 주가는 평균 15.3% 하락하며 시가총액이 11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손바닥 뒤집는 듯한 반전이다.

6월 들어 전체적인 증시 분위기가 가라앉기는 했어도, 이들 금융주 하락폭은 코스피 하락폭을 뛰어넘는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전방위 대출 이자 인하 압박을 받기 시작하면서 ‘좋은 시절 다 갔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좋은 시절 다 갔네”…추락하는 금융株

6월 들어 28일까지 시가총액이 가장 큰 KB금융 주가가 18.2% 급락하는 등 4대 금융지주 주가 하락률은 평균 15.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9.8%)을 훨씬 뛰어넘었다.

28일에는 주가가 올랐지만, 추세적 반등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이 2분기 배당을 받기 위한 마지막 권리 주주 확정기준일이어서 배당 투자 수요자들이 주로 매수했기 때문이다.

5월까지만 해도 금융그룹주가 올랐던 것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순이자마진(NIM)이 빠르게 늘어나 실적이 더 좋아지는, 대표적인 금리 인상 수혜 종목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올 들어 강한 셀(sell) 코리아 행보를 보였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사실상 유일하게 사 모은 종목이 금융주였다.

그러나 분위기는 6월 들어 반전됐다. 여의도에선 6월 초 이복현 금감원장 취임을 트리거(trigger·방아쇠)로 꼽는 분석이 많다. 이 원장이 지난 20일 은행장들과의 첫 대면식에서 “금리 상승기에 예대 금리 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은행들의 ‘이자 장사’ 행태를 비판했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28일 여당은 국회에서 민생물가안정특위를 열고, 은행권에 예대 마진 점검을 주문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5대 금융그룹이 1분기 사상 최대 이익을 냈다”면서 “업계 차원에서 예대 금리 격차를 줄여달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누르기 위해 은행 금리 인상을 눈감아준 측면이 있는데, 정권이 바뀌고 은행의 ‘공적인 역할’을 강조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이달 들어 외국인들이 팔자 우세로 돌아서면서 4대 금융 시총은 뚝뚝 떨어지는 중이다. KB금융 4조5560억원, 신한지주 2조780억원, 하나금융 2조5890억원, 우리금융 1조7110억원 등 4대 금융 합계 시가총액이 11조원가량 감소했다.

◇”대출 금리 낮춰라”…정치권 압박도 거세져

대출 금리와는 별개로 예금 금리 인상 경쟁이 붙으면서 은행들의 조달 비용이 오르는 것도 주주로선 걱정거리다.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등 저(低)원가성 예금은 최근 금리 인상 기조 속에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이달에만 11조원 넘게 감소했다. 반면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평균 3.13%(상위 3개사 기준)까지 오르면서 이쪽으로 속속 돈이 몰리고 있다.

은행 입장에선 고금리 정기예금 비중 잔고가 늘어날수록 조달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코로나 사태 2년간은 저금리 기조로 낮은 비용으로 돈을 끌어올 수 있었지만, 작년 말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에 한국은행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자금 조달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경기 침체 우려로 빚투와 영끌 추세가 꺾였다는 점도 은행주들에는 악재다. 여기에 2년간 이어진 코로나 대출 만기 연장도 올해 9월 종료돼, 그간 감춰져 있던 여신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출 금리 인하가 주로 신규 대출에 적용되는 것이고, 모든 상품에 대한 일괄적 인하는 아닐 것이기 때문에 은행주 펀더멘털(기초체력) 영향이 아주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규제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단기 반등하더라도 코스피 대비 의미 있는 초과 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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