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청정 바다, 안전한 어업을 향한 첫걸음

국제신문 2022. 6. 2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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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근해어업은 국내 수산물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수산업의 근간이다. 어업을 영위하는 수단이자 어선원의 안전을 책임지는 국내 연근해어선은 약 4만1000척에 달한다.

현재 연근해어선의 대부분은 FRP(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로 1980년대 정부의 선질개량사업으로 도입됐다. FRP 어선은 목선에 비해 우수한 강도와 경량성, 쉬운 가공성과 강한 내부식성을 가지고, 건조비용이 저렴해 1992년 15%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약 97%에 달할 정도로 어업 현장에서 대중화됐다. 우리나라 연근해 수산물 생산의 1등 공신이었던 FRP 어선이 이제는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골칫거리로 여겨진다. 건조·관리가 용이하지만 건조 단계에서 집진시설을 갖추지 못하면 유리섬유 가루와 수지에 의한 유해물질 발생으로 작업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미세플라스틱 등이 주변으로 비산돼 환경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목선은 폐기할 때 해체와 처리가 쉽고, 강선과 알루미늄선은 분해 후 고철값을 받을 수 있지만 FRP 어선은 재활용이 어려워 전문업체가 폐기해야 한다. FRP는 지정폐기물로, 매립이 불가능하다. 수명을 다한 FRP 선박은 1차 파쇄 과정을 거친 뒤 소각 되는데, FRP는 열경화성 수지로 일반폐기물 소각로에서 소각할 경우 소각률이 매우 낮고, 다이옥신 등 환경을 오염시키는 다량의 유해물질을 배출한다. 유리섬유가 분진 시설을 훼손해 고열 소각로를 보유한 전문폐기물 업체도 처리를 꺼린다. 선박의 인양과 파쇄까지 소용되는 비용이 t당 약 100만 원에 달해 선주들이 무단으로 버리거나 심지어 바닥에 구멍을 내어 가라앉히는 경우까지 있다. 이렇게 방치된 폐 FRP 어선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경관 저해를 막고자 지자체는 어쩔 수 없이 자체예산으로 해당 폐선을 처리하는 실정이다.

해외에서는 이 같은 FRP 선박의 단점 때문에 규제 강화와 대체 재질 개발에 속도를 낸다. 일본 유럽 등의 제조현장에서 FRP는 가장 기피해야 하는 소재로 분류돼 있다.

일반 상선은 중대형 조선사와 연구기관에서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친환경 고효율 선박으로 개선됐지만, 어선은 그렇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1990년 이후 최근까지 수산자원 보호를 우선해 어선은 감척과 규제의 대상이 됨에 따라 장기간 어선 관련 투자 부재로 노후화가 가속화했다. 그 결과 국내 연근해어선 4만1000여 척 중 선령 21년 이상 노후 어선의 비중이 2025년이면 약 49%에 육박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노후화로 인해 유류와 어선원의 과다 소요, 열악한 승선 환경, 노후화된 어선구조·설비로 어업경쟁력이 약화되고 사고와 인명피해 등 많은 어려움이 발생한다.

이에 정부도 어선의 안전성 제고와 탄소저감을 위해 새로운 선형개발과 친환경 추진시스템 개발, 환경문제를 유발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소재를 보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중소조선연구원은 노후화한 연근해어선의 안전과 에너지 절감을 위한 차세대 어선 개발을 통해 알루미늄 연안 어선 표준선형을 개발하고 건조했다. 에너지 절감과 80% 이상을 재활용할 수 있어 폐선 처리도 쉽게 가능하도록 개선했지만 현재 FRP 어선 대비 알루미늄 어선의 건조비가 약 1.5배 이상 비싸 정부의 친환경 선박 보급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선박 해체와 관련한 국내 연구도 전무하고 관련 규정도 미비하다. 어선법으로 FRP 어선의 허가와 말소 등록은 관리하지만 폐기와 재활용과 관련한 강제성은 찾아볼 수 없다. FRP 어선의 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법 제정과 친환경 소재 선박으로의 전환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으며, 연근해어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어선에 대한 관리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선주와 업체 등 민간 관계자들이 경제성의 문제로 미루고만 있다면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폐선을 앞둔 FRP 어선들은 매년 늘어나기에 선박의 설계 건조 운용 정비 폐선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를 유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정책과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FRP 폐선을 친환경적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처리 기술과 재활용 기술의 연구개발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서용석 중소조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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