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시론] 은유로 보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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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은 은유 없이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은유가 우리의 일상적 삶에 널리 퍼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와 인지철학자 마크 존슨이 '삶으로서의 은유'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은유 표현에는 말하는 사람의 관점이 반영되므로 그 은유의 앞과 뒤를 살피면 일관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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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은 은유 없이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은유가 우리의 일상적 삶에 널리 퍼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와 인지철학자 마크 존슨이 ‘삶으로서의 은유’에서 한 말이다. 인지언어학의 은유 이론가들은 우리 머릿속 생각이 언어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은유 표현을 통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강조한 은유의 일상성은 필자가 보기에 최소한 두 가지 중요성을 갖는다. 첫째, 은유는 일상적이므로 무의식적으로 수용된다. 예를 들어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관습적인 말에 “저 사람은 ‘시간’에 ‘귀하다’는 표현이나 ‘준다’는 표현을 쓰는 것을 보니 시간을 물품으로 보는구나”라고 따지며 듣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은유는 청자나 독자가 무비판적으로 재사용하며 그 영향력을 키운다. 내가 친구에게 “시간낭비 하지마”라고 조언하니 친구가 “걱정하지마. 충분히 아껴 쓰고 있어”라고 대답한다면 친구는 내가 사용한 ‘시간은 돈’이라는 은유를 재사용하면서 내 생각을 공유한 것이다. 은유가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사용되고 확장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중요한 화제에 사용되는 은유를 점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교육부는 과학기술 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할 때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공급’의 사전적 의미가 ‘요구나 필요에 따라 물품 따위를 제공함’이므로 이 은유에서 ‘과학기술인재’는 ‘물품’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은유의 구조를 통해 ‘대학’은 그 물품을 생산하는 ‘공장’이고, ‘기업’은 그 물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 사용한 은유 하나에 이런 분석이 타당한지 의문이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은유 표현에는 말하는 사람의 관점이 반영되므로 그 은유의 앞과 뒤를 살피면 일관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이어서 “교육부가 스스로 경제부처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교육부의 첫번째 의무는 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재 공급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체적으로 교육을 경제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 산업과 교육을 함께 이야기하다 보니 그랬다고 해도 좋다. 하지만 그날 회의에 참석한 다른 사람들은 인재에 ‘양성’이라는 말을 썼다.
주목할 점은 말의 힘이 화자에 따라 다르다는 점이다. 국무회의에 대한 대부분 기사에는 대통령의 말이 주로 실렸고 이후로 미디어는 ‘공장 은유’를 확대 재생산했다. 그 파급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한 현황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인력 양성 정책은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자칫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비판기사에서도 내용에 어울리지 않는 ‘공급 과잉’이란 은유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언어를 통해 생긴 관점은 현실에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난다. 교육부가 신설 예정인 위원회마다 산업계 인사를 참여시킬 방침을 밝혔다. 교육전문가들은 고등교육 정책에 산업계의 입김이 과도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교육부는 그냥 어떤 물품이 필요한지 소비자의 의견을 듣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대통령의 말처럼 교육이 국가발전에 중요하다면 더 다양한 의견을 통해 편향과 잡음을 줄이며 신중히 나아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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