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과거사, 화해 프로세스가 답이다 [한국의 창(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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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참여한다.
취임 후 첫 다자 국제무대인데, 우크라이나 사태 후 나토를 비롯한 자유 민주국가 간 연대강화 움직임 가운데 윤 대통령이 취할 입장이 관심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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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9개월 만에 머리 맞대는 한·미·일 정상
日정부, 자민당 눈치로 관계개선에 소극적
프로세스 주도할 행위주체 시급히 설치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참여한다. 취임 후 첫 다자 국제무대인데, 우크라이나 사태 후 나토를 비롯한 자유 민주국가 간 연대강화 움직임 가운데 윤 대통령이 취할 입장이 관심사가 되고 있다. 또한, 핵실험 재개 징후 등 도발 움직임을 보이는 북한에 대해 한미일 안보협력과 글로벌 연대를 어떻게 구축할지도 주목 포인트다.
이와 더불어 마드리드에서 한일 정상 간 회동이 이루어질 것인지, 이뤄진다면 어떤 형식과 내용이 될지도 적지 않은 관심사다. 결국, 양 정상은 29일 한미일 정상회담 석상에서 바이든과 함께 만나기로 최종 조율된 듯하다. 이렇게 된다면 한미일 정상이 머리를 맞대는 것은 2017년 9월 유엔총회 이래 4년 9개월 만의 일로 기록된다. 애초 마드리드에서 한일 정상이 풀 어사이드(pull aside: 약식회담) 형태로 만날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져 오다가, 아시아·태평양 파트너 국가로 초대된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간 4자 정상회의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결국 한미일 정상회담으로 낙착된 듯하다.
한일 정상의 만남이 이처럼 주목받는 것은 수교 이래 최악의 상황에 놓여있는 한일관계 개선 가능성을 점치는 기준점이기 때문이다. 대선에서 초박빙의 대결 끝에 윤석열 정부가 등장하자 기시다 정부와 자민당은 한편으로 가슴을 쓸어내며 반색하였지만, 막상 구체적인 관계개선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보이면서도 낙관하는 분위기만은 아니다. 필자가 최근 도쿄 체재 중 만난 정치인, 언론인, 연구자의 견해를 종합해보면, 윤석열 정부가 징용 현금화 문제에 관해 가시적인 해법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기시다 정부가 한국의 관계개선 요구에 선뜻 응하게 될 경우,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유권자의 역풍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견 타당한 얘기지만 필자로서는 참의원 선거에서 사실상 승기를 다 잡아놓은 자민당이 한일 이슈로 역풍을 맞을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보다 오히려 자민당 내 정치 역학 관계에서 한국과의 '역사전'을 표방하고 있는 아베파 의원들이나 자민당 외교부회에서 강경론을 펼치는 사토 마사오 회장 같은 그룹의 주장이 자민당 내에서 주된 기류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 나아가 일본 내 대한 강경파 그룹은 징용, 위안부 문제뿐 아니라 레이더 갈등 문제, 사도 섬 유네스코 등재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에 대한 깊은 불신을 내비치고 있고 심지어는 독도 영유권에 관해서도 새삼스러운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참의원 선거 후 한일관계 개선의 훈풍은 불겠지만, 전격적인 정상회담 개최 및 극적인 관계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로서는 당장은 일본 자산의 매각 결정을 유보할 수 있도록 피해자 그룹과의 대화를 진행시키는 한편, 강제징용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기구(Agency)를 발족시키길 바란다. 징용, 위안부, 사도섬 문제 등 한일 과거사 문제는 일회성 처방으로 단번에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고 긴 여정을 통해 일본과, 피해자와의 역사적 화해를 도모하는 프로세스이다. 이 화해 프로세스를 당차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혜도 전략도 중요하지만, 이 과정을 추진할 단단한 행위 주체가 필요하다. 한시적으로라도 가칭 '한일과거사 대책본부(5월4일자 한국의 창 참조☞https://www8.hankookilbo.com/News/Read/A2022050309550004870)'를 대통령실 혹은 총리실 산하에 설치하여 징용,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상시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를 바란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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