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한계 없는 피아니스트 임윤찬
천재적 재능에도 쉼 없이 연습
국제콩쿠르 최연소 우승 영예
더 큰 세계무대에서 건승 기원
3년 전 공연담당기자 시절 겨울, 세종문화회관 구내 카페에서 열다섯 살 소년 임윤찬을 인터뷰했다. 노트북을 닫으며 ‘언젠가 후일담을 쓸지도 모르겠구나’ 했는데 이처럼 그날이 빨리 올지 몰랐다. 주문대 앞에서 무심결에 “무슨 커피?” 하고 물었다가 딸기요거트를 시켜 주며 앳된 소년 아티스트 나이를 실감했다.
일곱 살에 또래 친구들이 다 학원에 가니 뭔가 해야 할 것 같아서 피아노를 시작했다는 임윤찬은 ‘왜 피아노였느냐’는 물음에 “많은 생각 없이 상가 안에 피아노 학원이 있어서”라고 답했다. 동석한 그의 모친이 단답형인 아들을 대신해 기억을 보태 줬다. “저도 악기를 하나도 못하거든요. 그래서 (윤찬이가) 악기를 한 가지 다루면 정서적으로도 좋겠다 싶어 여섯 살 때 처음 학원에 데리고 갔어요. 그런데 원장 선생님이 ‘남자애들은 여섯 살이면 너무 빠르고 산만해서 집중 못하니 일곱 살 때 오라’고 했어요. 일곱 살 때 갔더니 다시 ‘초등학교 들어가면 오라’고, ‘남자애들은 좀 힘들다’ 했는데 찬이가 ‘그냥 다니고 싶다’고 해서 그때부터 시작하게 됐어요.”
그렇게 피아노를 시작한 임윤찬은 초등학교 2학년 때 비로소 우리나라 음악 영재가 결집하는 예술의전당 ‘음악영재아카데미’에서 본격적인 피아노 교육을 받게 된다. 누가 권한 게 아니라 임윤찬 스스로 택한 길이었다.
“거기가 어디죠?”라던 학원 선생님도, 엄마도 영재아카데미가 어떤 곳인지 몰랐다. 임윤찬은 영재아카데미를 다니는 또래 학생이 나온 TV 영상을 보고 ‘나도 들어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단다. 원래 임윤찬은 작곡을 배우고 싶어 했다. 임군 모친은 “윤찬이가 그곳에 가서 작곡을 공부하고 싶다는데 제 생각엔 작곡을 하려면 피아노를 쳐야 하지 않을까 해서 피아노로 접수했다”고 말했다.
당장 ‘난다 긴다’ 하는 영재들이 모인 오디션을 통과해야 했다. 임윤찬은 피아노 연주의 기본 기교인 페달링은커녕 메트로놈을 본 적도 없을 정도로 기초가 약했다. 하지만 소년 내면의 음악성을 발견한 영재아카데미는 임윤찬을 선발했다. 이후 임윤찬은 영재아카데미를 거쳐 예원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운영하는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 입학하면서 물 만난 솜처럼 클래식을 자신의 내면으로 흡수해 단단히 다졌다. 초등학생 땐 네 시간, 중학생 때부턴 예닐곱 시간 쉼 없이 매일 연습했다. 모두 경기 시흥과 서울을 오가는 머나먼 통학길이었다. 덕분에 인터뷰 당시 콘서트를 앞둔 하루 일과를 임윤찬은 “학교 갔다 와서 연습하면 새벽 2∼3시인데, 잠들었다가 새벽 6시 반 정도에 일어나서 학교 다녀온 후 다시 연습을 한다”고 설명했다.
어린 나이에도 이처럼 심지 굳었던 소년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꼭 들어 봐야겠다던 다짐은 인터뷰 1년 후였던 2020년 11월 열린 독주회에서 이루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로 예열한 후 50분에 걸쳐 듣기도 쉽지 않았던 리스트의 ‘순례의 해 2년, 이탈리아’ 전곡을 선보였다. 여러 음악관계자를 볼 수 있었던 이날은 공연장 분위기부터 여느 때와 달랐다. 막간에 만난 음악계 인사는 “잘 치는 아이가 나타났다고 해서 ‘어디 한번 실력을 보자’는 이로 객석이 찬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눈에 불을 켜고’ 앉아 있는 객석에서 나온 관전평은 다음과 같았다. “마치 지옥을 본 사람처럼 피아노 건반으로 지옥 불을 일으켰다.”(최은규 음악평론가)
이제 임윤찬은 밴 클라이번 국제콩쿠르 우승으로 국내를 벗어나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게 됐다. 청년이 된 피아니스트는 “마음이 굉장히 무겁고 심란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크다”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 3년 전 인터뷰에서 “만약 큰 콩쿠르에서 입상하면 이제 시즌마다 독주 프로그램을 바꿔야 하는데 새로운 레퍼토리가 없으면 하락세로 가게 된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던 천재 피아니스트의 건승을 기원한다.
박성준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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