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靑, 단순한 '유희 공간'으로 삼아선 안 돼
보존·활용 계획 후 재개방해도 늦지 않아
5월10일 새로운 정부가 출발하면서 청와대가 전격적으로 일반인에 개방되었다. 그 전날까지 대한민국 대통령이 집무하던 곳이니 가히 파격적이다. 혁명에 의해 정부가 바뀐 것도 아니고 자유로운 선거에 의해 평화적으로 정권이 교체된 마당에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모양새다. 마치 새 정부가 전투에서 승리한 후 획득한 전리품을 자랑하는 것 같다. 청와대 개방이 ‘소프트랜딩’으로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는 그동안 어느 누구도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엄중한 최고의 국가보안시설이었다. 그러니 현황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청와대를 관리하고 이용하려면 현상이 어떠한지 알아야 한다. 전문가들의 조사가 시행되고 이를 바탕으로 보존과 활용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5월10일부터 이루어진 청와대 개방은 기간을 한정해 일시적 개방으로 마무리 지어야 한다. 모든 조사가 이루어지고 보존과 활용 계획이 마련된 다음에 다시 개방해도 늦지 않다. 급할 것이 없다. 한번 훼손되면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역사의 흔적이다.
청와대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이를 바탕으로 보존·활용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보존을 등한시한 활용이 되어서도, 활용이 전제되지 않은 보존이 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우리가 역사적인 장소와 건축물을 보존하는 목적은 그 장소와 건축물이 그곳을 찾는 사람에게 역사적인 사실을 상기시키고 곱씹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보존만이 능사가 되면 안 된다. 역사적인 장소와 건축물을 바라만 봐야 하기에 비경제적일 뿐 아니라 방문객에게 매력적인 장소가 되기 어렵다. 사람들은 바라만 보는 것보다 만지고 이용할 수 있을 때 만족감이 높다.
우리는 궁궐 활용의 나쁜 선례를 가지고 있다. 일제강점기 일제는 ‘구태를 청산한다’며 경복궁의 전각을 공매 처분하고 그 자리에 각종 박람회를 열어 식민지배에 대한 일본의 업적을 선전했다. 또한 창경궁에 동물원과 식물원을 만들어 조선의 상징이자 신성공간을 창경원으로 격하했다. 이러한 선례를 보면 청와대가 단순한 유희의 장소가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조선이 망한 지 한 세기가 지났지만 우리의 감정에는 궁궐이 가지는 상징성과 이로 인한 경외감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버지니아 울프가 ‘먼 과거는 인류 공동의 역사이지만 가까운 과거는 그 역사와 맞닿아 있는 사람의 감정’이라고 한 말이 지금 이 시점에 가슴에 와닿는다.
최종덕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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