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를 위해 프레스센터 재건축 띄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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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가 현실이 되고 있다.
우리는 지난해 호반건설이 서울신문 인수를 시도할 때부터, 대주주가 됐을 때, 특별취재팀의 '호반건설그룹 대해부' 시리즈가 일괄 삭제됐을 때도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쉬이 흔들릴 118년의 역사도 아니기에 건설 사주는 경계했지만, 동료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서울신문에 대한 우리의 주장을 연이어 썼다.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의 서울신문 사옥을 서초구 우면동 호반파크로 이전하고 빈 사무실은 임대하겠다는 사측의 결정에 편집국 기자들이 반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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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가 현실이 되고 있다. 우리는 지난해 호반건설이 서울신문 인수를 시도할 때부터, 대주주가 됐을 때, 특별취재팀의 ‘호반건설그룹 대해부’ 시리즈가 일괄 삭제됐을 때도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여러 차례에 걸친 당부였다.
서울신문은 호반에 인수되기 전, 2년에 걸쳐 우리사주조합 지분을 늘려 완전한 독립언론을 지키려 했다. 그래서 구성원들의 결정을 가볍게 받아들이지도, 앞날을 섣불리 예단하지도 않았다. 언론 환경은 생존을 위해 변화해야 하고, 시대 적응을 위한 고민만 하기에도 벅차다. 쉬이 흔들릴 118년의 역사도 아니기에 건설 사주는 경계했지만, 동료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서울신문에 대한 우리의 주장을 연이어 썼다.
하지만 기자 56명이 또다시 공동성명을 냈다. 이번엔 사옥 이전이다.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의 서울신문 사옥을 서초구 우면동 호반파크로 이전하고 빈 사무실은 임대하겠다는 사측의 결정에 편집국 기자들이 반기를 들었다. 사주와 경영진은 일정도 확정되지 않은 재건축 준비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기자들은 “재건축을 핑계 삼아 경영진의 뜻에 순응하지 않는 구성원을 호반파크 아래에 두고 길들여 ‘죽은 기자’로 만들겠다는 속셈”이라고 말한다. 모두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부터 시작해 재건축 추진 과정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성명에 담긴 기자들의 목소리가 기우로 들리지 않는다.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기자가 전체 기자(총 170여명)의 3분의 1이다. 이들은 지금의 상황이 “저널리즘의 위기”라고 했다. 사주와 경영진이 “매체와 보도를 사유화하고 이제는 부동산 돈벌이로까지 이용하겠다고 나섰다”고 봤다. 결국 “서울신문을 ‘식물 언론’으로 전락”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는 그간 사측의 행보에 따른 합리적 추론일 뿐이다.
곽태헌 서울신문 사장은 기자협회보와 인터뷰에서 기자들의 사옥 이전 반대는 “(자신들의) 불편” 때문이라고 했다. 통째로 삭제된 ‘호반 대해부’ 기획에 대해 “악의적으로 쓴 기사”라고 발언했던 것과 같은 시각이다. 그는 기자들이 사옥 이전 반대 성명을 발표하자 “10월에 반드시 사옥을 이전한다. 이전 철회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오는 10월은 호반건설이 서울신문의 대주주가 된 지 1년이 되는 때다.
프레스센터는 일제강점기에 서울신문의 전신인 대한매일신보가 위치했던 공간에 근간을 두고 있다. 1961년 정부가 서울신문 사옥을 사들여 건립한 신문회관이 1985년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언론 공익사업을 목적으로 세운 프레스센터가 됐다. 군사 독재 시절에는 언론계가 저항한 본거지였으며, 군사 정권에 뺏긴 건물의 운영권을 되찾기 위한 운동도 최근까지 이어져 왔다. 서울신문의 사옥 이전이 프레스센터의 역사와 언론의 변화된 환경 속에서 상징적인 맥락으로 읽힐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 언론사의 중심지인 것이다.
곽 사장은 재건축 후에도 현재 입주한 언론단체의 권익을 보호하고, 지금처럼 대한민국 언론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서울신문이 프레스센터를 떠나는 의미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방증 아닌가. 따라서 재건축과 사옥 이전이 “직원 의견을 듣고 결정할 게 아니라 경영진이 판단할 사안”이라는 그의 주장은 모순이다.
호반 인수 이후 서울신문 구성원들은 사측의 일방적인 결정과 통보에 무기력과 절망감이 커졌다고 말한다. 2022년을 ‘서울신문 정도(正道) 경영과 투명경영의 원년(元年)’으로 삼겠다던 곽 사장의 신년사가 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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