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 영화는 '기후 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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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문제로 해수면이 높아지고 강이 말라버리며 자원이 부족해지고 종말의 위기에 빠진 후손들이 엔트로피를 되돌리는 기술로 인버전(시간 역행)을 해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기후위기를 방관한 선조인 현대 문명을 침략한다.
그러나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과학기술자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듯 언론이 기후 커뮤니케이터로서 인류가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임무를 수행할 주인공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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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문제로 해수면이 높아지고 강이 말라버리며 자원이 부족해지고 종말의 위기에 빠진 후손들이 엔트로피를 되돌리는 기술로 인버전(시간 역행)을 해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기후위기를 방관한 선조인 현대 문명을 침략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2020년 블록버스터 작품 ‘테넷’의 스토리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놀란 감독이 과학 장르(Science Fiction) 영화의 대가인 만큼 그의 영화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다루기 좋은 소재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시간역행이나 엔트로피 등 복잡하고 어려운 과학기술을 대중에게 쉽고 흥미 있게 전달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일반인들이 알 수 없는 과학 개념이 다양해지면서 이들의 역할과 영향력이 확장되고 있다.
요즘 여러 대중문화 플랫폼을 넘나드는 유튜브 채널 ‘안될 과학’의 ‘궤도’가 대표적인 과학 커뮤니케이터다. 대학에서 천문우주학을 전공하고 한국천문연구원에 근무했던 2011년, 러시아의 화성 탐사선 ‘포보스 그룬트’가 발사에 실패한 사건이 있었다. 막대한 연료를 실은 채 우리나라에 추락해 큰 위험을 촉발할 수도 있었던 중요한 사고였지만, 정작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건에 관심조차 없었다. 그걸 목격했던 그는 과학만큼 과학 대중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연구소를 나와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됐다.
다시 놀란 영화로 돌아오자. 놀란 감독은 영화계에서 ‘기후 장르(Climate Fiction)’를 대표하는 감독이다. 이는 기후 논의가 여러 분야로 확대되면서 2010년대 학계와 문화계에 대두한 장르를 말한다. ‘테넷’에선 기후위기가 인류에게 보편적인 지속 가능함을 위협하고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원인을 제공한 세대와 이로 인한 피해와 책임을 져야하는 세대가 다르다는 세대 갈등적인 면을 포착했다. 기후변화로 지구 내 식량 안보가 완전히 무너져 우주 밖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나는 ‘인터스텔라’ 역시 기후 장르라고 할 수 있다.
과학기술이 중요해지면서 SF와 과학 커뮤니케이션이 성장한 것처럼 기후 분야도 마찬가지다. 탄소중립이 국가마다 보편적 과제가 되고, 온실가스 배출을 0에 맞추는 게 먹고사니즘에 맞닿게 된 우리 사회에서도 ‘기후 커뮤니케이터’가 필요하다. 감독이 ‘테넷’에서 주인공을 왜 하필 풍력 터빈 안에 몸을 숨기게 했는지 함의를 추론하고, ‘인터스텔라’에서 작황 불능이 된 지구와 비교해 2022년 전 세계 작농에는 어떤 징조가 관측되는지 등 기후적인 비평을 내놓고, 그 의미를 짚어줄 커뮤니케이터가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탄소중립이 어떻게 달성될 수 있는지, 역설적으로 기후위기엔 어떤 기회가 있을지 흥미롭게 해설할 역할을 누군가가 해줘야 한다.
언론이 좋은 기후 커뮤니케이터가 될 수 있다. 언론은 대중과 그 누구보다 밀접하기 때문이다. 기후 분야가 과학·정치·경제·사회를 아우르는 통섭적인 시각이 필요한 만큼 각 분야의 커뮤니케이션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한 언론사가 기후 커뮤니케이터 역할에 제격이다.
언론이 기후학자나 기후 정책결정자는 아니다. 그러나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과학기술자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듯 언론이 기후 커뮤니케이터로서 인류가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임무를 수행할 주인공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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