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 관리하는 중동 산유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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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산다고 하면 가끔 어떤 게 좋냐고 묻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고물가 흐름에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지만 이처럼 사우디와 UAE, 카타르 등 중동 산유국들은 고유가 혜택을 받고 있다.
UAE 원유 수출 수익은 지난해 말 기준 4800억디르함(한화 약 166조5000억원)에서 올해는 7000억디르함(약 242조85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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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산다고 하면 가끔 어떤 게 좋냐고 묻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기름값이 싸요. 우리나라 반의반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도로도 널찍해서 차 타는 사람에겐 천국과도 같은 곳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대답을 접어야 할 것 같다. 엊그제 기름을 채우러 주유소에 갔더니 리터당 약 1800원 정도 해서 놀랐다. 1년 전만 해도 600원쯤이었는데 말이다. 무려 3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물론 이렇게 해도 한국보다는 싸다고 하지만 이곳은 석유가 나는 ‘산유국’ 아니던가.
개인들에겐 유가가 올라서 힘든 하루하루지만 산유국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당장 사우디아라비아는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9.9%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1년 3분기 이후 최고 성장률이다. 지난달에 나온 예상치 9.6%를 뛰어넘는다. 사우디 통계청은 원유 관련 산업이 전년보다 20.3% 증가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원유와 천연가스 부문은 사우디 경제에서 가장 많은 32.4%를 차지한다.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는 올해 1분기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했다고 집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1~3월 사우디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1020만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고물가 흐름에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지만 이처럼 사우디와 UAE, 카타르 등 중동 산유국들은 고유가 혜택을 받고 있다. 최근 3개월간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훨씬 웃도는 수준인데 이와 같은 고유가 흐름은 중동 산유국들의 경제전망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유가 상승으로 올해 들어 UAE의 원유 부문 수익은 크게 늘고 있다. UAE 원유 수출 수익은 지난해 말 기준 4800억디르함(한화 약 166조5000억원)에서 올해는 7000억디르함(약 242조85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UAE 중앙은행도 올해 경제 성장률을 지난해보다 높은 5.4%로 예측했다. 지난해 UAE의 경제 성장률은 3.8%였다. 주요 천연가스 수출국인 카타르도 올해 경제 성장률을 작년(1.6%)보다 높은 3.5%로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2년 UAE 수출액은 전년(4251억달러) 대비 25% 증가한 5304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국제유가의 가파른 상승에 따른 수출 단가 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 원자재 가격 인상 및 인구 유입의 증가로 수입도 증가했다. 2022년 UAE 수입액은 3821억달러로 예상되며, 2021년 3204억달러 대비 19.3% 증가한 수치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발이 묶였던 러시아 자금이 상대적으로 투자가 자유로운 두바이 부동산 시장에 몰리면서 외화 유입이 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두바이 중심지의 경우 러시아 수요의 폭발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2배 가까이 올랐다.
이와 같은 상황을 보면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란 단어가 떠오른다. 독일어로 ‘남의 불행을 보았을 때 기쁨을 느끼는 심리’라는 뜻이다. 일본어 속어 중에도 이런 심리를 가리키는 ‘메시우마(メシウマ)’라는 표현이 있다. ‘(남의 불행을 봐서) 밥맛이 좋다’라는 뉘앙스를 지닌 단어다. 세계 어디에나 존재하는 ‘너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뒤틀린 심리다.
누구는 전쟁으로 살던 터전이 파괴되어 당장 먹을 끼니가 없고 가족들과 연락이 끊기고 난민이 되어 떠돌아다녀야 하는 신세가 됐지만, 누구는 이로 인해 역대급 경제성장을 하고 더욱 부자가 되어 잘나가며 석유 수익으로 떵떵거리는 이 상황. 아! 기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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