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켜며] 페북서 흔들리는 뉴스1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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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에 페이스북 피드에서 여성의 몸매를 선정적으로 표현한 기사를 발견했다.
뉴스1은 지난 1일부터 20일까지 하루에 적게는 10건, 많게는 18건의 기사를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했다.
이날 뉴스1이 페이스북에 올린 기사는 총 18개였다.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선정적인 기사가 왜 이렇게 많은지, 뉴스1 담당자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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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에 페이스북 피드에서 여성의 몸매를 선정적으로 표현한 기사를 발견했다. 아직도 이런 기사를 쓰는 매체가 있구나 싶어 모바일 화면을 캡처해뒀다. 다음날에도 비슷한 기사가 뜨길래 또 저장했다. 며칠 만에 여러 장이 모였다. 제목만으로도 낯 뜨거운 기사들이었다. ‘“이 언니는 진짜 치명적” 탈아시아급 볼륨’, ‘밑가슴·골반·뒤태 화끈한 노출’, ‘과감 수영복 자태 파격 노출’, ‘크롭 셔츠 입고 속옷 노출 패션 강렬 섹시’, ‘속옷 입고 우월한 볼륨감 과시’, ‘언더붑 패션으로 과감 자태 “조신한 여성 어때”’, ‘아찔한 육감 몸매 여전한 고혹미’…. 기사 썸네일은 여성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의 몸을 부각한 이미지다.
캡처한 화면을 모아보니 모두 한 언론사에서 나온 기사였다. 뉴스통신사 뉴스1이 작성하고 자사 페이스북 페이지에 공유한 것들이다. 이참에 뉴스1 페이지에 들어가서 다른 기사들까지 살펴봤다. 스크롤을 몇 번 내릴 때마다 수영복이나 신체가 드러난 옷을 입은 여성들이 등장했다. 캡처해둔 기사들과 같은 형식이었다.
뉴스1이 선정적인 기사를 쓰는 대상은 여성 신체만이 아니었다. 사실 확인이 안 된 커뮤니티 사연과 해외토픽, 연예인 이슈, 자극적인 TV 프로그램 내용을 그대로 옮긴 기사들이 뉴스1 페이지에 실렸다. 뉴스1은 지난 1일부터 20일까지 하루에 적게는 10건, 많게는 18건의 기사를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했다. 그날그날 올라온 기사를 전부 들여다봤더니 약 30%는 여성 신체, 커뮤니티, 해외토픽, TV 프로그램 등 저품질 콘텐츠였다.
지난 4일을 예로 들면 이렇다. 이날 뉴스1이 페이스북에 올린 기사는 총 18개였다. 이 가운데 10건이 앞서 언급한 ‘그런 기사들’이었다. ‘파격 그 자체 OO니까 가능한 과감 포즈 볼륨 몸매’(여성 연예인 신체), ‘“남편 언제 출근? 퇴근은 몇 시?” 옆집 남성의 수상한 질문’(커뮤니티), ‘성관계 영상 유출된 커플, 광장에 묶여 수십 차례 채찍질 당했다’(해외 토픽) 등. 타이핑하는 이 순간에도 민망해지는 제목이다.
김달아 기자협회보 편집국 기자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선정적인 기사가 왜 이렇게 많은지, 뉴스1 담당자에게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다른 곳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물론 이런 류의 기사가 낯설진 않다. 그만큼 언론계 안팎에서 수없이 지적돼온 문제이기도 하다. 뉴스1은 국내 3대 뉴스통신사 중 한 곳 아닌가. 뉴스1의 비교 대상은 연합뉴스와 뉴시스다. 그래서 두 매체의 페이스북까지 찾아봤다. 같은 기간 연합뉴스는 하루 평균 100개, 뉴시스는 약 25개씩 기사를 공유했는데 뉴스1처럼 선정적인 기사는 전혀 없었다. 연예인 이슈를 다루더라도 학교폭력 의혹이거나 결혼 소식 등이었다.
조회수에 목매던 언론사들도 열독률에 집중하며 고품질 콘텐츠를 강조하는 지금. 페이스북에서 뉴스1의 행보는 이 흐름과 반대로 가고 있는 듯하다. ‘뉴스1’이라는 제호를 단 이상, 독자들에게 페이스북 페이지는 뉴스1 그 자체다. 오늘도 현장에서 분투하고 있는 뉴스1 취재기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최근 뉴스1에서 주니어 기자들의 퇴사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관련 지라시에는 “윗선은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언급도 있다. 이탈을 막을 수 있는 애사심과 자부심은 기자 혼자서 만들 수 없다. 뉴스1의 페이스북을 보며 뉴스룸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생각이 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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