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경의행복줍기] 출근길 지하철 안 무언의 배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급한 볼일이 있어 오전 7시30분 지하철을 타게 되었다.
출근 시간이라 복잡할 텐데 걱정했는데 상황은 그 이상으로 치열했다.
오전 7시30분 9호선 급행열차 안이 치열하지만 아름다운 건 그들이 꿈을 향해 달리기 때문이다.
그 지하철 안 누구보다 뜨겁게 사는 젊은 직장인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모닝커피 한잔을 대접하고 싶은 오늘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조금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신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에 의해 가장 알맞은 음을 내는 악기 연주자들처럼 조화롭게. 정차역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올 때마다 백팩을 멘 청년은 앞으로 백팩을 돌려 품에 안고, 가로로 서 있는 사람은 어깨를 움직여 세로로 서고,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은 두 다리를 붙였다 벌렸다 하며 앞에 서 있는 사람의 발이 편하게 자리 잡는 걸 도왔다. 의도된 게 아니라 너무 자연스러워 습관처럼 보였다. 어느 누구도 발 디딜 틈 없는 지하철 안으로 무작정 밀고 들어오는 사람을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몸을 움직여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갑자기 콧등이 ‘찡’했다. 바로 이것이었다. 젊은 직장인들이 오늘의 치열함을 견디고 내일의 희망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게. 서로에 대한 말 없는 배려와 위로였다. 대부분 직장인이기 때문에 직장인 형편을 누구보다 알고 이해했다. 지하철 한 대를 그냥 보내면 지각이라는 불성실의 프레임에 갇혀 상사 눈치를 봐야 하는 곤욕스러움까지 이해한 것이다. 대단하다. 멋지다. 힘껏 박수를 쳐 주고 싶었다.
문득 오랫동안 함께 일한 라디오 드라마국 김 피디가 떠올랐다. 그의 꿈은 희곡작가였다. 바쁜 와중에도 1년에 한두 편씩 자신의 작품을 연극 무대에 올리고는 했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늘 부족해했다. 김 피디는 월세 나오는 3층짜리 건물을 너무도 갖고 싶어 했다. 거기에서 나오는 월세로 부양 의무를 충당하고 자신은 마음껏 희곡을 쓰고 싶다고 했다. 어쩌면 많은 직장인의 로망이 그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느 날 김 피디가 이런 말을 했다. 건물이 없어서 자신이 1년에 한두 편이라도 희곡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그 안타까운 갈증과 열망이 오히려 좋은 희곡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드디어 김 피디가 월세 나오는 3층짜리 건물을 가슴에서 빼냈다. 다행이었다.
불가능한 현실인데 그걸 바라보며 진을 빼는 일은 인생을 소모하는 일이다. 오히려 부족함 없는 풍요로움은 의욕을 빼앗고 모든 걸 심드렁하게 만들 수 있다. 오전 7시30분 9호선 급행열차 안이 치열하지만 아름다운 건 그들이 꿈을 향해 달리기 때문이다. 사는 게 심심하고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투덜거리는 사람한테 꼭 오전 7시30분 9호선 급행열차를 타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 지하철 안 누구보다 뜨겁게 사는 젊은 직장인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모닝커피 한잔을 대접하고 싶은 오늘이다.
조연경 드라마작가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언니 변호사, 동생 의사” 로제·송중기 무서운 ‘집안 내력’ 보니
- “비겁했던 밥값이 30억 됐다”…유재석·임영웅의 ‘진짜 돈값’
- “감자로 끼니 때우고 판자촌 살던 소녀가…” 아이유·이성경, 10억 빚 청산한 ‘반전’
- “아무리 씻어도 안 지워져”…40대부터 피어오르는 ‘식은 종이 냄새’의 정체
- “하루 한 캔이 췌장 망가뜨린다”…성인 10명 중 4명 ‘전당뇨’ 부른 ‘마시는 당’
- “왼손 식사·6시 러닝”…1500억원 자산가 전지현의 ‘28년 지독한 강박’
- “8억 빚 파산한 중학생”…박보검, ‘몸값 수백억’에도 ‘이발 가위’ 쥔 진짜 이유
- “물리학도 윤하·6억 지민·50억 아이유”… 미래 틔우는 ‘장학 릴레이’
- ‘국민 안내양’ 김정연, 3일 KBS1 ‘6시 내고향’서 마지막 운행
- “식당서 커피머신 치웠더니 매출 10억”… 4번 망한 고명환의 ‘독한 계산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