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vs 구찌' 세기의 대결 펼쳐진 이곳..구찌의 판정승?
루이비통 회장이 후원한 스팩, 합병 대상 못찾아 '난항'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 루이비통과 구찌는 유서 깊은 경쟁관계를 자랑한다. 각각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모태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대표 브랜드이기도 하다. 이들이 지난해에는 새로운 분야에서 한판 승부를 벌였다. 바로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 투자다.
스팩은 비상장기업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컴퍼니를 의미한다. 공모로 액면가에 스팩 신주를 발행해 다수의 개인투자자금을 끌어모은 뒤 해당 스팩을 증권거래소에 상장시킨다. 일정 기간 내에 비상장 우량기업을 발굴해 스팩과 합병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비상장기업들을 우회 상장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2020년 무렵부터 스팩 광풍이 시작됐다.
○루이비통이 뛰어들자 구찌도 따라갔다
시작은 루이비통 모기업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끊었다. 아르노 회장은 작년 4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스팩 페가수스 유럽(이하 페가수스)에 투자금을 댔다. 페가수스가 모은 자본금은 총 5억유로(약 7000억원)에 달했다. 페가수스는 아르노 회장뿐만 아니라 유럽 대형 자산운용사 티케하우캐피털과 유니크레디트·뱅크오브아메리카 등 금융권 출신 임원들이 합심한 유럽 최대 스팩으로 화제를 모았다.
구찌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3개월 뒤인 작년 7월 구찌 모기업 케링그룹의 프랑수아 앙리 피노 회장은 유럽의 다른 스팩을 찾아냈다. 프랑스 파리증권거래소에 상장한 I2PO다. 워너미디어 경영진이 만든 I2PO는 자본금을 3억유로 가량 유치했다. 페가수스와 I2PO는 합병 대상 기업을 각각 유럽 핀테크와 엔터테인먼트 업계로 한정해 물색하겠다고 공언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루이비통과 구찌의 성적표는 어떻게 됐을까.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일단 구찌의 판정승이라 할 수 있겠다. 피노 회장이 돈줄로 있는 I2PO는 적어도 합병 대상 기업을 찾는 데는 성공했기 때문이다. 올해 4월 I2PO는 프랑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디저(Deezer)와 합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디저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선이다. 미국 경쟁사 스포티파이(31%), 애플뮤직(15%) 등과 비교했을 때 미미한 수준이지만 스팩 우회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토대로 가입자 규모를 공격적으로 확장시킨다는 계획이다. 디저는 이번 거래에서 10억5000만유로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리무중' 루이비통 스팩…긴축이 악재? 호재?
반면 루이비통의 아르노 회장을 뒷배로 두고 있는 페가수스는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페가수스 정관에 따르면 상장 2년 내로 합병 대상을 찾아내야 한다. 이제 1년도 채 남지 않은 것이다. 주주 승인이 있을 시 6개월을 더 연장할 수 있지만,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한 스팩 전문가는 "페가수스의 패착은 자본금 규모가 너무 크고, 합병 대상 기업의 범위를 너무 좁게 설정했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웬만한 핀테크 기업들로는 유니크레디트 등 유수한 금융권 경영진 출신인 스팩 설립자들의 입맛과 잣대를 충족시키기 쉽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에서 스팩 열풍이 급랭한 것도 향후 페가수스의 운명에 먹구름이 될 전망이다. 미국에선 중앙은행(Fed)의 긴축 기조와 감독당국의 규제 움직임 등으로 인해 스팩 인기가 2년여만에 시들해졌다. 미국보다 늦게 작년부터 스팩 시장이 활성화된 유럽도 상황은 비슷하다. 계속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유럽중앙은행(ECB)이 내달부터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딜로직에 따르면 2020년 초부터 유럽 주식시장에 상장된 66개의 스팩 중 합병할 회사를 찾은 곳은 13개(거래 완료 8곳 포함)에 불과하다. 유럽의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스팩 (개인투자자들에 투자금을 돌려주는) 상환율이 엄청 높은 상황"이라면서 "결국 청산하게 될 스팩들이 널려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페가수스가 점찍은 핀테크 분야의 과대평가 논란이 해소되고 있다는 점을 호재로 꼽기도 한다. 핀테크는 그동안 저금리 기조 속에서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 덕분에 투자금이 몰린 대표적인 분야다. 그 과정에서 실제 기업가치에 비해 몸집이 부풀려졌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460억유로로 거론됐던 스웨덴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의 기업가치가 최근 절반 이상 줄어드는 등 핀테크 기업들의 몸값이 깎이기 시작했다"며 "앞으론 페가수스가 합병 대상 기업들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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