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어령 선생, 마지막 순간까지 썼다.. '눈물 한 방울' 의미는

“나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말은 무엇인가?…나는 그 말을 모른다. 죽음이 죽는 순간 알게 될 것이다.”
지난 2월 별세한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마지막으로 남긴 육필 원고 ‘눈물 한 방울(김영사)’은 이렇게 끝난다. 고인이 2019년 10월부터 지난 1월까지 암과 싸우며 병상에서 쓰고 그린 원고들. 그는 아플 때마다 대학노트 크기 공책에 볼펜으로 인생의 마지막 순간들을 꾹꾹 눌러 담았다. 병마와 싸우는 와중에도 “이 노트를 내가 주고 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전체 192쪽의 노트 중 21쪽은 채우지 못했다.
육필로 남긴 메모와 시편들에는 반복적으로 ‘눈물 한 방울’이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또 만나 라는 말에/눈물 한 방울/언제 또 만날 날이 있을까? (중략) 구두끈을 매다가/눈물 한 방울/아버지 신발에서 나던 가죽 냄새’(131쪽)처럼 어린 시절 원체험과 노년의 시간이 ‘눈물 한 방울’로 연결되기도 한다.
28일 열린 출간 기자회견에서 고인의 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과 장남 이승무 한예종 교수는 눈물의 의미에 대해 “삶의 마지막 순간이 슬프다는 뜻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고인은 책 여러 군데서 ‘타인을 위해서 흘리는 눈물’을 강조했다. “그저 새벽 바람에도 심호흡하고 감사해하는 저 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세요.”(121쪽)

이번 책은 고인의 마지막 육필 원고이자, 메모와 낙서 일부를 그대로 실은 최초의 책이다. ‘딸기 씨 세는 시간’ ‘박(樸)’ 등 시와 함께 남긴 낙서와 메모는 그대로 실렸다. 강 관장은 “컴퓨터로 책을 쓰면서 40년 넘게 육필 원고를 본 적이 거의 없는데, 노트에 쓰다 보니 결혼 전에나 그렸던 그림을 다시 보게 됐다”며 “육필 원고는 표정을 갖고 있어서 그의 아픔, 즐거움이 모두 보인다”고 했다.
노트에 적힌 140편의 시·수필 중 사적인 얘기, 문맥에 맞지 않는 얘기들은 유족들이 제외했다. 그림과 더불어, 빨간 펜으로 밑줄을 치며 고민한 흔적들도 볼 수 있다. 책에 실린 육필 원고를 보면, 손에서 점점 힘이 빠져 필체가 바뀐 듯한 모습도 볼 수 있다.
장남인 이 교수는 “아버지는 어린 마음으로 동화책을 쓰듯 책을 쓰셨지만, 타인을 위해 인간이 흘리는 눈물의 가치를 말하셨다”며 “남은 유작들을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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