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군대식 문화가 성비위 키워"

김현수 기자 2022. 6. 28.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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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상급자들이 승진 위해 사건 무마·2차 가해"..포항여성회 "노동부 특별근로감독 필요"

최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다니던 여성 직원이 3년간 상사 4명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며 고소해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노조)는 이 회사 특유의 ‘군대식 조직문화’가 조직 내 성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서 내 모든 문제의 책임을 직책 보임자에게 묻는 연좌제 문화로 인해 상급자는 징계를 피하고자 사건을 무마하거나 축소하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28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포항제철소에서 50대 후반 직원 A씨가 20대 동성 직원 B씨의 신체 중요 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B씨는 포스코 감사부서에 해당 사실을 신고했지만 B씨는 A씨와 함께 2개월여를 함께 근무해야 했다. 직장 내 성희롱 예방지침에는 피해자의 신고 즉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 조치하도록 돼 있다. 노조 관계자는 “B씨는 두 달 넘게 혼자 힘들어하다가 감사부서 신고 사실을 철회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해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는 50대 직원 C씨가 협력업체 여직원 D씨에게 수차례 성희롱을 해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노조는 포스코 내부에서 성 관련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쉬쉬’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주장했다. 군대식 조직문화로 상급자들이 자신의 승진 문제가 달려 있어 사건 무마에만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KPI(Key Performance Indicator·핵심성과지표) 지수가 상급자 승진의 기준이 된다”면서 “자기가 있는 조직 안에서 산재 사고가 나거나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승진에 불리해진다. 그러니 무슨 방법으로라도 사건을 덮으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에 논란이 된 포항제철소 여성 직원 성폭력 고소 사건도 상급자가 여직원의 집 앞에 찾아와 2차 가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조는 포스코에서 성 관련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경우는 극히 일부라고 했다.

포항여성회는 포스코의 남성 중심적인 사내 문화가 연이은 성 비위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정희 포항여성회 회장은 “(포스코 사내 분위기가) 음담패설을 마치 유머인 양 하고, 남성이 바람을 피우는 것을 자랑스러운 일인 양 떠벌리고 다닌다고 한다”며 “이러한 조직문화를 먼저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항여성회와 포항시민단체연대회의는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부 포항지청이 포스코를 상대로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지난 7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여성 직원은 상사 3명을 성추행 혐의로, 또 다른 상사 1명을 특수유사강간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조사에서 이 직원은 상사 3명이 지난 3년 동안 지속적으로 회식 장소와 사무실 안에서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았고, 특수유사강간 혐의를 받는 상사의 경우 지난달 29일 자신의 집에 들어와 폭행과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증언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사건 피해자와 관련 직원에 대한 직간접 관리 책임이 있는 임원 6명을 중징계했다”며 “성폭력 사건에 연루된 직원 4명에 대해선 경찰 조사 결과와 관계없이 다음달 1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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